비 오는 날,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우산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굳이 불편하게 "같이 써요!"라면서 좁은 우산 하나에 서로 반대쪽 어깨를 맞닿게 밀어 넣고는 나머지 어깨를 비에 적신다.
이를 보며 우산은 저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까? "나는 몸과 옷이 비에 젖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졌어. 그러니 각자 제 것을 쓰면 둘 다 젖지 않아서 좋을 텐데, 그게 가장 이치에 맞고 효율적인데 왜 굳이 하나는 접어놓고 하나만 쓰는 걸까? 인간들은 이상해."라고…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다. 그 어떤 생명체보다 뛰어난 지성을 가졌으면서 우리는 상당히 자주 구태여 비합리적이고 소모적인 길을 선택한다. 서로의 젖은 어깨를 보며 나누는 걱정 어린 말 몇 마디가 나와 상대방과의 거리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어깨가 젖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무엇 보다 큰 것이다. 적어도 돈 주고 산 우산의 가치 실현 보다 더 중요한 것이리라.
우리네 삶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것들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것들이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때도 많다. 이렇다 보니 어느 것이 더 좋은가 쉬이 판단할 수가 없고, 그래서 항상 선택에 앞서 고민을 한다. 나는 그게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가장 인간적인 것이고, 나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