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덕트(Design + Product)
PM과 디자이너는 프로젝트에서 가장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파트너입니다. 그들은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제가 신입 PM들에게 자주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와이어프레임을 그리지 마세요'라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와이어프레임 제작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보다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PM이 지정해 준 방향대로 시각적인 요소만을 구현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디자이너는 PM이 고민한 고객의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설을 시각적이고 경험적인 결과물로 표현하여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입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에게 충분한 자율성과 창의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와이어프레임은 PM이 생각한 문제의 지점들과 가설을 UX 디자이너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도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함께 와이어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유익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PM이 먼저 '내가 생각하는 방향은 이거야'라는 식으로 와이어프레임을 그려서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면, 디자이너의 문제 해결 방식을 무시하게 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PM 1인의 생각이 강하게 들어간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디자이너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의 파트너가 아닌, PM의 생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는 별도의 사람으로 여기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협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낮추게 됩니다. 따라서, 신입 PM들이 디자이너와 협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을 기억해야 합니다.
1.
디자이너를 신뢰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하세요. 디자이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각적, 경험적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문제를 논의하며 해결책을 찾으세요.
2.
디자이너와의 소통을 중요시하세요.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디자이너와 긴밀히 협력하며, 문제와 가설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세요. 이를 통해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3.
디자이너를 파트너로서 대하세요. 그들을 단순히 우리의 아이디어를 구현해 주는 사람으로 여기지 말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로 대하세요. 이를 통해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Q: 제가 PM인데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디자인되어야 결국엔 맞는 방향으로 제품이 개발되는 거 아닌가요?
PM으로서 프로젝트의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PM이 원하는 방향대로 디자인이 진행되어야만 제품이 올바르게 개발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일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은 PM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 개발자와 함께하는 팀이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PM의 역할은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JTBD를 가지며, 이를 수행할 가설을 설계하고 목표를 설정여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율하는 조율자의 역할이 큽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디자이너는 사용자의 경험과 시각적 요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입니다. 그들은 PM이 제시한 방향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경험할지를 고민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개발자는 이러한 디자인을 실제 기능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역할은 PM의 역할과 동등하게 중요하며, 이들의 협력이 없이는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또한,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M이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하는 것은 팀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대신, PM은 팀원들과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디자인 결과물이 맘에 안 드는데 어떻게 하죠?
처음에 피드백을 어떻게 주는지가 이후의 모든 대화의 흐름과 관계성을 만들게 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테크 스타트업 회사에서 새로운 모바일 앱을 출시하기 위해 프로덕트 매니저 K와 디자이너 J가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K는 앱의 기능성과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J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K(PM): 이 디자인을 보니 메인 버튼이 너무 작아 보입니다. 사용자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더 크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J(Designer): 요즘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트렌드예요. 버튼을 크게 만들면 전체적인 디자인이 촌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K(PM):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해요. 사용성 테스트에서도 버튼이 작아서 불편하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J(Designer): 그렇다고 모든 디자인을 기능성만 따지면 우리의 차별성이 사라집니다. 디자인도 경쟁력 중 하나입니다.
누가 잘했다 못했다는 것은 이 대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K의 첫 피드백이 조금 달라졌다면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PM이 제공하는 가장 좋은 피드백은 상대방이 해결 방안을 스스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이는 디자인 요소 자체가 아닌 사용자의 경험을 더 좋게 만드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버튼이 너무 작아요. 크게 만들어주세요”라는 피드백은 디자이너에게 문제 해결을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고 단순히 지시하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만약 “미니멀하게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메인 버튼은 사용자가 가장 먼저 이용하는 중요한 버튼이기 때문에 좀 더 사용자가 많이 이용하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요? “라고 이야기하면 디자이너는 버튼 크기뿐만 아니라 다른 방안까지 고민하게 되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됩니다.
대화를 디자인 요소가 아닌 사용자의 경험을 더 좋게 만드는 방향으로 고민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게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