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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호떡

by 현동훈

두 달 전부터 자주 가게 된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은 OO 마트가 있다.

마트 한편에는 대형마트만 있는 줄 알았던 닭강정이나 치킨 같은 즉석식품을 파는 코너가 있었고

그 코너에 진열된 음식들은 저녁 9시(여러 번의 방문을 통해 알아낸 사실) 쯤이 되면

저녁까지도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즉석식품들이 30% 내지 5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1인가구인 나는 종종 저렴한 가격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사러 마감세일 시간에 맞춰 마트를 가곤 했다.


그렇게 한동안 즉석식품 코너를 살펴본 결과 한 가지를 알아챘다.

미니 호떡이 정말 인기가 없다는 것.

성인 남자 손바닥의 1/4 크기 정도 크기의 미니 호떡 10개 묶음은

어떤 날이고 갈 때마다 항상 진열돼있었다.

반면 치킨, 돈가스, 닭강정 등의 음식들은 거의 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맥주가 당겨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마감 세일 중인 닭강정 또는 치킨을 상상하며 가볍게 걸어갔다.

하지만, 그날 즉석식품 코너는 텅텅 비어 있었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미니호떡뿐이었다.

대충 한 번 먹어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아직 팔리지 않은

무려 50% 할인된 가격의 미니호떡 묶음을 집고 맥주와 함께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호떡을 하나 꺼내 먹었다.

장시간 진열돼있어 딱딱한 감이 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린다면 훨씬 맛있을 거 같아서 호떡을 전자레인지 용기에 올리고 돌렸다.

그리고 60초 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비주얼이 되었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갓 만든 것처럼 촉촉한 반죽과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속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

진짜 정말 맛있다.


당신도 지금 팔리지 않는다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힘들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나처럼 팔리지 않는 호떡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전자레인지라는 당신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조력자를 만난다면 언제고 당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펼칠 수 있을 테니 그 자리에서 묵묵히 가치를 알아주기를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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