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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브리지 Sep 27. 2019

택배에 대한 오해와 진실(with 생활물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택배노조 파업 이유

택배기사가 연간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고,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장은 수억원의 순수익을 남긴다면 믿겠습니까?


여러분이 택배를 떠올리면 드는 인식은 어떤 모습인가요? 

한 때 <왕가네 식구들>이라는 유명 드라마에서 택배기사 직업을 비하하는 대사가 꽤 나오곤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실패하면 택배기사를 한다느니, 사업이 망해서 택배기사를 하고 있다느니. 국민들의 생활 속 물류를 책임지는 택배기사분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썩 좋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스마트폰 발달과 함께 우리 삶은 물류와 배달을 빼 놓으면 너무 큰 불편을 겪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24시간 자유롭게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수 있고, 식자재나 생필품을 주문하면 당일, 더 짧게는 몇 시간 내로 배송이 완료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편리한 삶을 사는 그 이면에는 택배기사, 퀵서비스 배달기사들의 피와 눈물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특고직(특수고용직노동자)'이라고 부릅니다. 


회사에 소속된 정규직 직원도 아니고, 개인사업자 신분이긴 하지만 자신만의 사업장을 갖고 운영하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엔 '플랫폼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특고직 일자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택배기사 연봉의 진실


CJ대한통운은 올해 자사 특고직(개인사업자) 택배기사 평균 연봉이 6,937만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 내용을 팩트체크 하기 위해 지난 몇 달 간 기업과 노조 그리고 전직 택배기업 임원, 업계 교수 등 다양한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틀 전 현장에서 CJ대한통운 정규직 택배기사님을 만나 짧은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택배기사 평균 연봉과 CJ대한통운이 발표한 평균 연봉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기업 중 압도적 1위로 지난해 총 택배 약 25억박스 중 절반을 소비자들에게 배송합니다. 


택배를 하나 배달하면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배달을 할 물건이 많다는 건, 택배기사 입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도심지역에선 이동동선을 효율적으로 구성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물건을 배송할 수 있어, 연간 억대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모두가 높은 수익을 올리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오랜 숙련도 노하우가 있어야 하고, 매일 충분한 배송물량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전제 조건은 택배기업 본사에 소속된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특고직(개인사업자)이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틀 전 만난 CJ대한통운 정규직 택배기사는 6,937만원이라는 연봉에 공감을 못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경력이 5년이 넘었는 데도 말입니다. 개인적인 짐작으로, 쿠팡 정규직 배송기사 쿠팡맨과 비슷한 수준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중 정규직 비율은 1~2%에 불과합니다. 


연봉 6,937만원 보도자료 보고 무슨 생각이 드셨어요?

"솔직히 기분이 착잡하죠"



진화하는 택배산업


최근 택배기업들은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택배기사 비서 역할을 하게끔 하는 등 택배 전반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한 노동집약산업이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이 택배에 접목되면서 첨단기술산업으로 변모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하면 당연히 다양한 방식의 이동수단이 택배를 대체하고, 이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택배를 받을 가능성도 높죠. 예컨대 아파트를 애초에 건축할 때부터 옥상을 통해 드론이 배달을 할 수도 있고, 실제로 드론배달은 이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테스트 단계를 거쳐 실용화 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도심을 순환하는 자율주행 트럭은 이동과 배달의 영역을 넘어 재고를 보관하는 최적의 이동식 물류창고 노릇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이와 유사한 테스를 위메프에서 진행한 바 있고, 최근에도 생수 30분 배달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어제 진행한 팟캐스트 <트루라이쇼> 방송에 패널로 참석한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음식만 배달하던 이륜차 퀵서비스 배달기사들이 앞으로는 택배를 비롯해 더욱 다양한 품목을 배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류통합이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이미 유통과 이커머스 기업들은 수 많은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와 주문 반품 패턴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예측 주문과 반품이 가능합니다.


몇 해 전 쿠팡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 쿠팡 이용자(소비자)는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꼭 필요한, 꼭 사야하는 물품만 구매하고 이용을 종료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입니다. 


즉 생필품을 비롯해 반복적으로 구매가 발생하는 품목의 비율이 전체 카테고리에서 매우 높다는 의미입니다. 쿠팡이 자체 PB 브랜드를 확대하는 이유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자 폭을 줄이고, 유통과 물류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겠죠. 타사와 분명한 차별화 된 경쟁력이기도 하고요.


택배 파업을 명분으로…


지난해 전국택배연대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기업과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사례가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에선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의 불평이 터져 나왔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을 주문을 했는데, 몇 주 이상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부터, 한약을 제 때 받지 못해 부패됐다는 댓글까지. 정말 많은 소비자 불편 사례가 눈에 띄었습니다.


택배기사들이 파업한 이유는? 

왜 택배기사들은 배달을 중단하고 파업에 나섰을까요. 핵심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당연히 '돈'과 '근로시간'입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놓고 한국통합물류협회와 택배노조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택배산업은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면서 점차 효율을 높여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면 택배기사들의 일자리는 안전할까? 지금과 같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도심으로이 인구 밀집도가 심화(UN에 따르면 2050년까지 도심지역으로 인구가 더욱 밀집될 것으로 전망) 그에 따른 배송효율이 높아지면 택배기업 본사는 대리점을 통하는 '위수탁계약' 방식의 택배시스템을 자체 배송기사 고용을 통한 시스템을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노조 파업이 이러한 시스템 전환의 명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배가 아플 수 있기 때문이죠. 대리점과 택배기사에게 지급하던 수수료를 본사가 전부 가져가고, 자체 배송기사를 채용해서 운영하는 것이 순익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상거래의 높은 성장률과 과열경쟁에 힘입어 택배산업은 최근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해 왔으며, 앞으로 국경을 넘은 글로벌 전자상거래(크로스보더이커머스)가 더욱 활성화 될 경우, 전 세계 곳곳으로 발송되는 택배물량은 더욱 늘어날 개연성도 있습니다. 국내가 아닌, 전 세계 70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국의 질 좋은 상품을 다국어 쇼핑몰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기술력이 점차 발전하는 까닭입니다.(실제로 카페24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국내 쇼핑몰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번역, 물류,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서비스를 더욱 강화, 확대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글로벌 M&A로 거점을 빠르게 늘리는 CJ대한통운이 가장 유리하지 않을까요? CJ대한통운의 큰 그림은 단순한 국제물류가 아닌 기업과 기업(B2B), 소비자와 소비자(C2C), 소비자와 화주(B2C)를 연결하는 '연결'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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