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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브리지 Dec 13. 2019

배달의민족, 영리한 'EXIT'…리스크 피해 떠났다

내가 생각하는  배달의민족이 한국시장을 떠난 몇 가지 이유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에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매각하는 협약을 맺었다.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는 40억달러, 한화 약 4조7,500억원으로 평가되며, 주요 투자자는 힐하우스캐피탈, 알토스벤처스, 골드만삭스,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이다.


김봉진 대표 등 우아한형제들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 13%는 추후 DH 본사 지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제 우리나라 배달앱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한 회사 소속이 된 셈이다.



수면에 떠오르지 않은 '리스크'


우리나라 배달시장만 놓고 보면, 아직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논쟁 혹은 잠재적 이슈,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 요인이 있다.


첫째, 배달대행을 통한 '특고직' 구조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다.


이륜차 배달대행은 무법지대다. 제대로 된 규제도 없고, 그래서 지원도 없다. 한 마디로 법이 없다.


좋게 말하면 규제가 없으니 자유업으로 누구나 시장에 진입해 혁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나쁘게 표현하면 시장이 질서 있게 자리 잡지 못했고,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고직에 대한 산재와 노동환경 개선, 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 등이 아직 화두로 논쟁도 안 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이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배달원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누구나 배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개인 소비자가 소비자에게 배달을 하는 '배민 커넥트' 또한 여러 리스크 요인이 있다.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은 배달원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요인이다. 가끔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배달 속도가 1년 전에 비해 상당히 느려진 것을 느낀다. 배달대행 기사들이 더 많은 수익(배달 건당 평균 3,000원)을 내기 위해 동시에 여러 음식을 배달하기 때문이다.


많게는 1시간 30분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 배달시장의 구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식은 음식을 먹으면서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이 역시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배달원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배달대행과 C2C(개인이 개인에게 배달) 형태의 배민 커넥트와 같은 배달이 더 늘어나면, 앞으로 논쟁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먹을 음식에 무슨짓을 할지 알 수가 없으니.



셋째, 배달앱에 입점 돼 있는 음식점의 '위생' 문제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지만,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배달음식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떤 환경에서 조리돼 집 앞으로 배달 되는지 소비자는 알 수 없다.


한 마디로 식당에 바퀴벌레가 기어 다닐지, 쥐가 어디 한 구석에 죽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이 역시 아직은 수면 아래 있는 문제지만, 중장기적으로 배달앱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리스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지인도 배달앱에 입점해 배달음식을 판매하고 있는데, 배달 주문량이 상당히 높아 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해당 매장을 몇 번 방문한 내 시각에선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이 아주 청결하고 위생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넷째, 바로 갑질의 문제다.


배달앱 하면 항상 따라 붙는 '수수료' 문제도 있고, 소상공인이라는 키워드도 있다. 최근에는 깃발 꽂기 논란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배달의민족이 이런 이슈를 비교적 지혜롭게 잘 대처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한 소상공인을 상대하는 배달앱 시장에서 언제든지 매출과 직결될 수 있는 이슈가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PR 관점에서 리스크매니지먼트 요인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김봉진 대표가 배달의민족 EXIT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정치와 관련이 있다. 이 문제는 위에 언급한 문제들과 당연히 연관돼 있다. 선거법 개정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우세한 결과로 나올 경우,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더 친노동자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단축, 특고직노동자 권리 강화와 같은 더 강력하고 노동자 중심의 다양한 정책이 전방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충분히 실현 될 수 있는 현실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 갈 방향이라는 데 공감한다.


어쨌건 배달의민족이 매각됨에 따라 우리나라 배달앱 1~3위 기업 모두 한 지붕 소속이 됐고,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 좋을 게 없다.


기존 배달의민족 직원들도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M&A 시장에서 1+1=2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듣는다. 동일한 업무를 중복으로 할 이유가 있을까? 통폐합이나 구조조정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시장을 독식한 공룡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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