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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브리지 Apr 07. 2020

마켓컬리는 쿠팡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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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무서운 그래프가 있습니다.


최근 1년간 네이버와 구글의 검색 관심도는 쿠팡이 거의 모든 플랫폼을 압도합니다. 온라인 이커머스를 이야기 할 때 쿠팡을 빼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월 2,900원만 결제하면 당일배송, 새벽배송, 무료배송, 무료반품 등 독보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전국 단위 인프라 투자, 대규모 직영차량, 직영배송기사를 운영하는 유일한 이커머스입니다.


말하자면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가 중단되면 생활이 불편해질 정도로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켓컬리는 어떨까요? 


비유하자면 마켓컬리와 쿠팡은 체급 자체가 다릅니다.


쿠팡 SKU(Stock Kepping Units)는 511만개이며, 이 가운데 식품은 12만개 규모입니다. SKU는 취급하는 상품의 품목 수를 뜻합니다. 마켓플레이스 내 SKU까지 포함하면 약 1억2000만개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쿠팡 신선식품 SKU 역시 8200여개로, 이 가운데 2400여개 품목은 로켓프레시고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마켓컬리 신선식품 SKU는 8500여개 규모로, 쿠팡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경쟁자들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농협, 신세계, 롯데, GS, 헬로네이처, 오아시스마켓, 한살림 등. 대기업부터 준공공기관, 생협, 스타트업 등 다양한 경쟁자가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향을 보면 신세계, 롯데와 같은 대기업들은 오프라인에서 막대한 적자를 보고, 온라인 전환에 사활을 거는 모습입니다.


몇 해 전부터 전국 5대 권역에 농산물 전용 유통물류센터 등을 구축한 농협 또한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온라인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지난 5일에는 기존 농협몰에 사업자를 위한 '식자재' 채널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이 외에도 배달의민족은 B마트를 새롭게 선보이며, "냉장고 파먹기는 끝났다"라는 파격적인 광고문구로 이륜차 기반의 소량 배달서비스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치열한 시장에서 마켓컬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우선 지난해 공개된 마켓컬리 실적부터 잠시 들여다 보겠습니다. 매출액은 2018년 1,571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4,289억원으로 약 173% 폭증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손실 규모도 336억원에서 986억원으로 193% 가량 증가했습니다.


컬리는 2019년 누적 가입자수가 390만명으로 전년 대비 2.7배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상당한 비용을 투입한 광고효과 덕분인 것으로 보입니다.


컬리의 2019년 광고선전비는 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늘었습니다. 2017년에는 불과 23억원에 불과했으니, 1808% 증가한 셈입니다.


고객을 모으는 것 중요하지만, 과도한 광고비 집행을 보면 위메프, 티몬, 쿠팡이 상당한 광고비를 쏟아 붓던 출혈경쟁이 연상됩니다. 티몬의 2016년 광고선전비는 376억원 규모에서 2017년 268억원, 2018년 259억원으로 지속해서 감소하는 모습입니다.


이진원 티몬 대표는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온라인에서 식품을 팔아선 돈을 못 번다"라고 말하며, 티몬 신선식품 판매 채널 '슈퍼마트'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티몬이 밟았던 적자의 늪을 마켓컬리가 밟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마켓컬리를 상품, 물류 두 가지 측면에 집중해 경쟁사 대비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상품입니다.


마켓컬리 베스트 1,2위는 모두 Kuly only 제품입니다. 두 제품을 중심으로 컬리 상품의 경쟁력은 무엇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먼저 샐러드판다 병 샐러드 9종 제품입니다.


그런데 이 제품, 샐러드판다라는 자사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제작돼 새벽배송, 정기배송까지 가능합니다. 샐러드랩, 부리또볼, 누들샐러드 등 상품군도 훨씬 다양합니다. 지금 보시는 이 장소가 제품 뒷면에 나온 샐러드판다 제조 공장인 듯 합니다. Kurly only는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무작위로 선정한 '김구원선생' 또한 kurly only로 표기가 돼 있지만 쿠팡프레시를 통해 판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물류 역량입니다. 마켓컬리 공시 발표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물류센터 규모가 2018년 3개에서 2019년 6개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직영차량 규모는 20~30%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정규직 택배기사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소속돼 있는 특수고용직 배달직 기사로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낮에는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업체에서 식자재 배송업무를 하고, 밤에는 마켓컬리 지입기사로 또 새벽에 배송을 하는, 두 탕 배송을 뛰는 셈입니다.



이 문제는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물론 지입제는 한국 물류산업의 고질적 병폐로 적어도 마켓컬리가 물류를 강점으로 내세우기 위해서는 경쟁사들과 다른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물류센터 내부 영상도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됐는데, 특별히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없어 보였습니다. 특히 SKU 증가를 준비한 대응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업무가 시스템이나 설비가 아니라, 인력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점점 더 물류센터 현장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고정비(인건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마켓컬리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동시에 적자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장보기 카테고리에서 제2의 쿠팡처럼 몸집이 더 커질지, 혹은 후발기업들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거나, M&A로 경영권을 내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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