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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연 May 28. 2016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2015년 5월 27일 토요일 - 모옌 "모두 변화한다"

하드커버의 단단한 책 

주말에 홀로 앉아 조용하게 하루키를 만나고 있습니다. 하루키, 한때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작가이고, 지금은 하루키는 상실을 경험하던 치기 어린 20대나 좋아하지 않냐,며 약간 등한시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열광적으로 사랑했기에 권태기가 온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키 씨는 매일 아침 조깅으로 단련한 닥분인지 커버의 사진 속에 얼굴은 하나도 늙지 않았고 팔뚝에는 미세하게 근육까지 있어 남성미마저 풍깁니다. 우리가 싫어하고 좋아하고에 상관없이 그는 자신의 서재에서 매일 원고에 30매 분량의 글을 썼고, 여행기부터 에세이, 장편소설을 끊임없이 발표했습니다. 

60대 후반이 된 하루키 씨가 말합니다. 

나는 왜 소설가가 되었나, 소설가란 무엇인가, 어떤 글을 쓰고 있고, 누구를 등장시키고 있나. 내 글쓰기는 무엇인가. 


그동안 하루키에 대한 평론이 수십 권 나왔지만 그가 자신의 글쓰기, 특히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소신을 밝히고 책을 묶어내기는 처음입니다. 


소설가를 직업으로 삼고, 30년 넘게 근속 근무하는 힘은 무엇일까 궁금했고 자신만의 해답(절대 타인과 견줘 절대적이 할 수 없음을 몇  번이나 강조)을 전달합니다.

특히 "제7장 한없이 개인적인 피지컬 한 업"에서는 펜대를 잡고 글을 쓰기 위해 육체적으로 단련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 충실하고 성실하게 언어화하기 위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과묵한 집중력이며 좌절하는 일이 없는 지속력이며 어떤 포인트까지는 견고하게 제도화된 의식입니다. 아울러 그러한 자질을 일정하기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체력입니다. 실로 재미없는, 말 그대로 산문적인 결론인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소설가로서의 나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195p


글을 쓴다는 행위가 안일하게 펜대만 굴리는 지적 노동이 아니라, 몰입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노동입니다. 하루키 씨는 상상한 바를 원고지로 현실로 옮기는 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몸이 내 정신과 한편이 되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힘은 말하자면 자동차의 양쪽 두 개의 바퀴입니다. 그것이 번갈아 균형을 잡으며 제 기능을 다할 때, 가장 올바른 방향성과 가장 효과적인 힘이 납니다. - 199p



분홍색 커버와 하루키의 노년의 얼굴이 미묘한게 어울린다

하루키 씨는 아마도 30년은 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커버의 얼굴을 보면 50대로 밖에 보이지 않고, 매년 마라톤까지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라고 했던가요. 나이가 들어도 뇌세포가 죽지 않고 싱싱한 상상을 하고 소설로 옮길 수 있으니, 글을 쓰기 위해 그가 하는 노력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하루키 씨에게 배웁니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만전을 다해 살아가는 힘. 용수철처럼 하루는 열심히 했다가 며칠은 늘어져버리는 나로서는, 항상 일정하게 리듬감을 가지고, 잘 조율된 악기처럼 자신을 조율하고 살아가는 노 작가의 열정에 한 수 배웁니다. 


매일 책을 읽지만 1년이 지나면 그때 뭘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이제는 짧게라도 후기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은, 좀 게을러 보이지만 남의 책을 읽는 겁니다. 가끔은 이리 인간이 수동적일까 걱정이 될 정도로 남의 생각을 훔쳐 읽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이 뉴런과 연결되어 나를 단련시킬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독서를 해보려고 합니다. 


모옌의 모두 변화한다/ 자전적 에세이 


함께 읽고 있는 책은 모옌의 "모두 변화한다"입니다. 대작가들의 자서전이자,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답변입니다. 모옌은 이 책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소설은 "한 작가의 작품은 그가 잘 아는 사실과 기억으로 구성된다"고 말합니다.


모옌: 잘 아는 사실과 기억으로 구성된다.

하루키: 글은 내 몸을 통해 나오는 것이니 육체적인 힘으로 정신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

책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며, 내 옆에 오랜만에 하루키 씨가 찾아왔습니다.



책읽는다락방 12번째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모옌 "모두 변화한다"



책을 읽다 브런치에 짧게 남기는 감상이라, 오탈자나 비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휘발되지 않도록 잡는 것이니, 수정은 나중에 온전한 정신을 집중하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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