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끝에 선 배(舟)

여정의 완성

저기,

바람을 등에 진 채

조용히 떠나는 배 하나.

이별의 말도, 작별의 손짓도 없이

그저 파도 위에

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나아간다.


돛은 겨울비에 젖어 무겁고,

배는 낮은 숨처럼

물살 위를 미끄러진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 배가 어디로 가는지,

왜 떠나는지.

단지 바람이 가라 하면

그 길을 따를 뿐이다.


한때는 말했다.

따뜻한 봄날 다시 오겠다던

그 허튼 맹세들을.

하지만 이제는

그런 약속조차 두고 가지 않는다.

마음이 다 닳아

말마저 무거운 짐이 되었는지 모른다.


남은 자리에 나는 서서

배가 작아지고

그 물끝마저 사라질 때까지

눈을 감지 못한다.

그 배는 아는가,

이 기다림은

목소리도 그림자도 없이

시간만으로 자라나는 것임을.


남기고 갈 것도 없고,

가져갈 것도 없는

무욕의 땅을 찾아 나서는 그대.

어디쯤 도달하면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질까.

그곳엔 이름이 있을까.

혹은 모든 이름을 벗어버린

고요의 바다가 펼쳐질까.


밤이 오고,

바람이 짙어지며

파도소리가 어둠을 덮는다.

바람소리, 파도소리,

이제는 모두 그대 목소리 같다.

그저 밀려와서는

아무 말 없이 돌아간다.


나는 오늘도 자문한다.

그 배는 언젠가 돌아올까.

아니, 어쩌면 돌아오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그 여정이 완성될 테니까.

그래야만 떠남이 떠남으로

존엄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물 끝에서

차오르는 파도 속으로

그대의 마지막 뒷모습을

다시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