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카메라의 그것

친구란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신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진다. 이 두 사진은 내가 일전에 ’로지(내 차의 애칭)‘를 찍은 사진이다.


두 사진 모두 카메라 기종은 캐논 EOS 1DS MARK2이고, 설정은 조리개 값 1.4, 셔터스피드는 1/250, ISO는 200으로 고정시켜 찍었다. 렌즈만 첫 번째 사진은 EF 50mm 단렌즈로 두 번째 사진은 EF 35mm 단렌즈로 바꿔 촬영했다. 렌즈 50mm는 가장 기본적인 표준렌즈다. 사람 눈의 화각과 가장 닮아 있는 렌즈다. 35mm는 광각계열 렌즈여서 우리의 눈으로 보는 시야보다 더 넓게 보여준다.


어떤가? 화각에 따라 사물이 달라 보이지 않나?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대상(對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즉 어떤 시선과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람이든 세상이든 달라 보인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 친구에 대해 생각하는 정도에 따라 그 친구는 달리 보인다. 친구에 대한 시선은 일종의 ‘렌즈’ 같아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친구의 가치와 모습이 전혀 다르게 비칠 수 있다. 결국 친구에 대한 생각은 친구 자체보다도 나의 태도와 시각에서 더 많이 결정된다. 렌즈의 화각이 넓으면 친구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 장점과 단점이 함께 보인다. 그러나 망원으로 좁게 당기면 작은 흠집도 크게 보인다. 결국 어떤 화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친구의 모습이 달라진다.


조리개를 크게 열면 배경이 흐려지고 친구만 또렷하게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아웃포커싱이라고 말하는 조리개 값을 말한다. 이 포커싱은 내가 친구의 단점을 흐리게 하고 장점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태도와 닮았다. 반대로 조리개를 조이면 모든 게 선명해져, 때로는 불필요한 것까지 눈에 들어와 관계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포커싱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인포커싱과 팬포커싱이라고 한다.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인포커싱은 친구를 볼 때 그 사람만이 아니라, 그가 속한 상황과 분위기까지 함께 보는 시선이고 팬포커싱은 특정 친구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그 순간 전체를 다 소중히 담아내는 시선이라고 보면 적절하겠다.


셔터스피드 역시 중요하다. 너무 빠르게 눌러버리면친구의 순간적인 모습만 잡히고, 깊은 이야기는 놓칠 수 있다. 반대로 느리게 담으면 흔들림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 안에 시간의 결이 함께 담긴다. 친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조급하게만 바라보면 피상적일 수 있고, 여유를 두면 흔들려도 더 진한 기억이 남는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와 순간을 찰나라 한다. 찰나는 눈 깜짝할 사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짧은 순간, 대략 1/70초에 해당한다. 우리는 보통 그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만, 카메라의 셔터처럼 그 찰나를 붙잡을 수 있다면 비로소 보이지 않던 친구라는 의미가 드러난다. 아주 짧은 찰나 속 친구의 웃음이나 눈빛 하나가 평생 기억 속에 남기도 한다.


ISO도 빼놓을 수 없다. 빛이 부족할 때 ISO를 올리면 어두운 곳에서도 찍을 수 있지만, 그만큼 노이즈가 끼기도 한다.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도 같다. 내 마음이 어두울 때 억지로만 밝게 보려고 하면, 오히려 왜곡된 시선이 생길 수 있다. 겉으로는 환하게 웃고 있어도 그 안의 진심을 놓칠 수 있고, 작은 오해가 잡음처럼 관계를 흐리게 만든다. 때로는 어둠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카메라로 촬영을 할 때 무조건 ISO를 높이는 대신, 때로는 삼각대를 세우거나 노출 시간을 늘려 빛을 더 받아들이는 것처럼, 친구 관계에서도 지금 어두운 순간임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빛을 기다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노이즈 대신 더 선명한 친구와의 추억의 순간을 남길 수 있다. 찐 친구를 담으려면 억지로 밝히는 기술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친구의 장점만 보려고 애쓰기보다, 때로는 그 어두움까지 함께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진처럼 왜곡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친구가 기록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초점이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사진의 주제가 달라진다. 친구의 단점에 맞추면 단점이 부각되고, 장점에 맞추면 장점이 살아난다. 결국 초점은 내가 어디에 마음을 두느냐의 문제다. 조리개값, 셔터스피드, ISO 같은 요소들은 중요하다. 빛의 양, 순간의 길이, 어두움 속 감도 모두 사진의 결과를 바꾸지만, 초점이 맞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은 무의미해진다. 사진은 결국 무엇을 선명히 드러내고 무엇을 흐리게 둘 것인가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친구 관계도 같다. 아무리 넓은 시야로 바라보고, 오랜 시간을 함께 쌓아도, 내가 마음의 초점을 잘못 맞추면 관계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 단점만 들여다보면 그 친구는 흠집 난 모습으로만 기억되고, 장점에 초점을 맞추면 그 사람의 빛나는 면이 살아난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디에 마음을 두고, 어떤 모습을 선명히 남기려 하느냐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라는 사진을 찍을 때, 무엇보다도 따뜻한 초점에 마음을 두고 싶다. 그래야 그 사진 속 친구가 시간이 흘러도 흐려지지 않고, 언제 꺼내 보아도 가장 아름답게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




친구란 있는 그대로의 대상이면서도, 내가 어떤 화각과 조리개값, 셔터스피드와 ISO, 그리고 초점으로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로 기록된다. 그래서 나는 친구를 넓고 밝은 렌즈로, 적당한 셔터와 ISO로, 그리고 따뜻한 초점으로 담고 싶다. 그래야 그 모습이 시간이 흘러도 가장 아름답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바라는 친구는, 순간의 단점보다 전체의 사람됨을 먼저 보게 하고, 흔들림 속에서도 함께 시간을 기록하며, 어둠 속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언제나 따뜻한 초점으로 서로를 바라봐 주는 존재다. 그런 친구와 함께라면 우리의 기억은 오래도록 빛나는 사진처럼 마음속에 남을 거다.


우리도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