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고독에 대하여
처음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
나는 사진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걷고, 멈추고, 다시 흩어지는 풍경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에는 사람이 많다.
너무 많아서, 오히려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웃고 있는 얼굴도 있고,
무언가를 고르는 손짓도 있고,
앞만 보고 걷는 뒷모습도 있지만
이 장면 전체에서는
누구 하나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이상하게도 같은 리듬 안에 갇혀 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폭은 비슷하고, 속도도 닮아 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신호에 맞춰
동시에 움직이는 군무처럼.
나는 이 풍경이
조금 잔인하다고 느꼈다.
이곳에서는
멈추는 사람이 눈에 띈다.
서성이는 사람이 튀어 보인다.
혼자 서 있으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된다.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의 표정은 희미해진다.
소리는 커지는데,
의미는 줄어든다.
말은 넘치지만
대화는 적다.
이곳의 시간은 빠르다.
앞선 골목의 시간이 ‘쌓이는 시간’이었다면
여기의 시간은 ‘소비되는 시간’이다.
걷고, 보고, 사고, 지나간다.
무언가를 남기기보다는
빨리 다음 장면으로 이동하는 것이
이곳의 규칙처럼 보인다.
나는 문득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지금 이 순간을 정확히 기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생각했다.
오늘의 이 풍경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하루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에게는
돌아오는 길에 이미 희미해질 장면일 것이다.
이 사진이
나에게 가장 오래 남은 이유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간격이 너무 선명했기 때문이다.
어깨는 스치지만
마음은 닿지 않는 거리.
그 거리 위에서
각자는 아주 혼자다.
나는 셔터를 누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 한가운데 있을 때
더 정확한 형태를 갖는다고.
이 사진은
번잡함을 보여주지만
사실은 고독을 드러낸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의 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지,
아니면
사람들 틈에 숨겨져 있는지를.
이 장면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소음 속에서
이런 문장을 남긴다.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가장 붐비는 곳에서,
사람은 가장 혼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