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음이 만들어낸 밀도에 대하여
canon eos 1ds mark2, 24mm, ISO 100, f10, 1/400s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넓었다.
하늘은 높았고, 물은 깊었고, 산은 멀리서 겹겹이 물러서 있었다.
그 사이 어디에도 사람의 흔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장면은 비어 있지 않았다.
섬처럼 남은 땅들은 물 위에 조용히 떠 있었다.
떠 있다는 말보다, 버티고 있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물은 흘러가고, 구름은 이동하고, 빛은 바뀌는데
이 작은 땅들은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는 흔히
존재는 드러나야 한다고 믿는다.
소리가 나야 하고, 움직여야 하고, 설명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 풍경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분명해진다.
하늘과 물 사이에는
수많은 빈칸이 있다.
그 빈칸 덕분에 풍경은 숨을 쉰다.
만약 이곳이 빽빽했다면,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래 바라보지 못했을 것이다.
비어 있음은 결핍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여백이라는 사실을
이 사진은 조용히 증명한다.
요즘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채우며 산다.
일정, 목표, 관계, 말들로 하루를 가득 채운다.
그러나 채울수록 마음은 좁아진다.
넓게 보이지 않고, 깊게 머물지 못한다.
이 사진을 바라보며
나는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없어서 생기는 감정이 아니라,
비어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할 때 생긴다는 것을.
이 풍경이 외롭지 않은 이유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비어 있음이 스스로의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 위의 섬들은
서로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물을 나누고, 같은 하늘을 공유한다.
가까워지려 애쓰지 않아도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듯이.
나는 셔터를 누르며
존재란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어쩌면 존재란
끊임없이 드러내는 일이 아니라
사라지지 않는 방식으로 남아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 사진은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사진이 나에게 건넨 두 문장
“비어 있는 것도 하나의 상태다.”
“아무도 없어서, 오히려 온전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