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게 가지 않아도 도착하는 방식에 대하여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벤치는 조금 이상하다.
곧게 뻗어 있지 않고,
의자를 나열하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휘어 있다.
마치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형태부터 내어준 것처럼.
벤치는 보통 효율을 요구받는다.
많이 앉을 수 있어야 하고,
공간을 덜 차지해야 하며,
이동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벤치는
그 모든 기준에서
한 발쯤 비켜서 있다.
비효율처럼 보이는 곡선,
의도적으로 비워 둔 간격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은 이 벤치에 오래 머문다.
선이 반복되며 만들어내는 리듬,
햇빛에 의해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
곡선이 곡선을 낳는 구조.
이곳은 앉기보다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다.
도시는 언제나
직선으로 설명된다.
출근과 퇴근,
목표와 결과,
속도와 성과.
하지만 우리의 하루는
실은 이런 곡선에 가깝다.
망설였다가 돌아가고,
잠시 멈췄다가 방향을 틀며,
결정과 결정 사이를
완만하게 이어간다.
이 벤치는
정면을 요구하지 않는다.
서로를 마주 보게도,
같은 방향을 보게도 하지 않는다.
각자의 각도로 앉아
각자의 생각을 하도록
형태가 먼저 배려한다.
이 거리감은
고립이 아니라 존중에 가깝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문득 안도한다.
반드시 곧아야만
제대로 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우회는 실패가 아니고,
속도를 늦춘다고
방향을 잃는 것도 아니라는 것에.
곡선은
다른 방식의 정확함이다.
이 벤치는 말이 없다.
그저 이렇게 놓여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는
명확한 제안이 있다.
곧게 서지 않아도 괜찮다고,
흐르듯 이어져도
충분히 도착할 수 있다고.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직선만이 길은 아니다.
휘어진 자리에도
앉을 수 있고,
생각은 거기서 더 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