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말아야 할 곳에서 피어나는 것들
돌은 말이 없다.
다듬어지지 않은 모서리와
오랜 시간에 깎인 표면만으로
자신이 무엇을 견뎌왔는지를
조용히 증명한다.
이 돌은
흐르지 않는다.
움직이지도 않고,
자리를 바꾸지도 않는다.
그저
한 곳에 놓여
물을 담고 있다.
물이 가득 차 있지는 않다.
넘치지도 않고,
흘러내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이 안에는
물이 있다.
그리고
그 물 위로
꽃이 하나
피어 있다.
이건
원래 꽃이 피어야 할 자리가 아니다.
흙도 없고,
뿌리를 깊게 내릴 수도 없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마련해 준
안전한 터전도 아니다.
척박하다.
차갑고,
단단하고,
쉽게 기대어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도
꽃은
여기서 피어났다.
나는 이 꽃을 보며
마음이 한 번 더
멈춘다.
세상에는
피지 말았어야 할 자리들이 있다.
견뎌내기만 해도 벅찼을 공간,
버티는 것조차
사치였던 시간들.
그럼에도
어떤 것들은
그 자리에서
피어난다.
이 꽃은
환경이 허락해서 피어난 것이 아니다.
조건이 맞아서 올라온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야 했기 때문에
피어났을 뿐이다.
나는 이 꽃을
강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의연하다고도,
아름답다고도
쉽게 부르지 않겠다.
다만
이 꽃은
포기하지 않은 흔적이다.
흙이 없으면
물을 붙잡고,
뿌리를 내릴 수 없으면
몸을 낮춰 적응하며,
기댈 곳이 없으면
스스로 중심을 만든다.
이 돌 위의 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피어난 게 아니다.
칭찬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의미가 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살아 있으려 했을 뿐이다.
나는 이 사진을 보며
내가 지나온 자리들을
떠올린다.
꽃이 피기엔
너무 단단했고,
너무 메말라 있었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 시간들.
그럼에도
나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 역시
저 꽃처럼
피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스스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이 사진 속에서
돌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물은 말없이 담겨 있으며,
꽃은
피어 있다.
그리고 그 조합은
이렇게 말해준다.
환경이
삶을 결정하지는 않으며,
어떤 생명은
피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가장 조용히 피어난다고.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나는 좋은 자리에서 피지 않았지만,
그래도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