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것을 배웅하는 마음으로
어느 해 4월의 끝,
익산 왕궁리 유적지.
이곳의 하늘은
유난히 열려 있고
땅은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꽃이 더 크게 보이고
그래서 마음도 더 쉽게 흔들린다.
벚꽃은
이미 흐드러질 대로 흐드러져 있었다.
설렘은 한참을 지난 뒤였고
눈부심은 오히려 지금이었다.
너무 환해서
잠시 눈을 피하고 싶을 만큼.
바람이 스치면
꽃잎들이 흩뿌려진다.
붙잡을 수 없는 속도로
가볍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그 장면 앞에서는
기쁨과 아쉬움이
같은 자리에 서게 된다.
나는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작별 인사를 연습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계절에게,
이미 지나가 버린 마음에게.
꽃잎이 땅에 닿는 순간
이별은 완성되지만
이 풍경은
그걸 비극처럼 만들지 않는다.
대신 말한다.
다시 피어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이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었던 날도 있었고
혼자 걸었던 날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구분을 굳이 꺼내지 않는다.
벚꽃은
그런 걸 묻지 않으니까.
같은 시기에,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꽃을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기억은 충분히 살아남는다.
나는
흩어진 꽃잎을 밟지 않으려
괜히 걸음을 늦춘다.
보내는 일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다음 재회를 향한 인사라는 것을
이 계절은
늘 같은 방식으로 가르쳐 준다.
사진 속에서
벚꽃은 여전히 눈부시고
꽃잎은 이미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 서서
고개를 끄덕인다.
잘 다녀오라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떠나는 법까지
아름답게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