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함께 피어 있었던 시간

흩어지는 것을 배웅하는 마음으로

iPhone 12 pro max, 22mm, f2.4, ISO 25, 1/3690s

어느 해 4월의 끝,

익산 왕궁리 유적지.


이곳의 하늘은

유난히 열려 있고

땅은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꽃이 더 크게 보이고

그래서 마음도 더 쉽게 흔들린다.


벚꽃은

이미 흐드러질 대로 흐드러져 있었다.

설렘은 한참을 지난 뒤였고

눈부심은 오히려 지금이었다.

너무 환해서

잠시 눈을 피하고 싶을 만큼.


바람이 스치면

꽃잎들이 흩뿌려진다.

붙잡을 수 없는 속도로

가볍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그 장면 앞에서는

기쁨과 아쉬움이

같은 자리에 서게 된다.


나는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작별 인사를 연습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계절에게,

이미 지나가 버린 마음에게.


꽃잎이 땅에 닿는 순간

이별은 완성되지만

이 풍경은

그걸 비극처럼 만들지 않는다.

대신 말한다.

다시 피어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이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었던 날도 있었고

혼자 걸었던 날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구분을 굳이 꺼내지 않는다.

벚꽃은

그런 걸 묻지 않으니까.


같은 시기에,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꽃을 보았다는 사실만으로

기억은 충분히 살아남는다.


나는

흩어진 꽃잎을 밟지 않으려

괜히 걸음을 늦춘다.

보내는 일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다음 재회를 향한 인사라는 것을

이 계절은

늘 같은 방식으로 가르쳐 준다.


사진 속에서

벚꽃은 여전히 눈부시고

꽃잎은 이미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 서서

고개를 끄덕인다.


잘 다녀오라고.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떠나는 법까지

아름답게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