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은 멈추지 않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담양의 가을은
이미 끝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말이 없었다.
가로수들은
서로 기대듯 서 있지만
위로하지는 않는다.
잎은 충분히 물들었고
이제는 떨어질 차례라는 걸
서로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길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뒤를 따른다.
급하지도, 머뭇거리지도 않은 속도.
마치 이 계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조용히 스쳐 간다.
만추는
붙잡는 계절이 아니다.
무언가를 남기려 애쓰지도 않고
다만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길을 내어줄 뿐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외로움을 본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고립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에
간섭하지 않는 거리다.
나무는 나무의 시간을 지나고
차는 차의 시간을 지나고
사람은
사람의 쓸쓸함을 안고
이 길을 건넌다.
누구도
이 계절을 붙잡지 않는다.
그래서 더 선명하다.
머무르지 않기에
오히려 깊어지는 감정.
만추의 쓸쓸함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채워졌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길은
쓸쓸한데도
이상하게 평온하다.
사진 속에서
가을은 말없이 서 있고
모든 것들은
그 곁을 유유히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 흐름을 바라보며
알게 된다.
쓸쓸함조차
지나가는 순간에는
풍경이 된다는 것을.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만추는 붙잡지 않는다.
다만, 지나가는 모든 것을
조용히 받아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