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만추를 통과하는 것들

쓸쓸함은 멈추지 않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

Canon EOS 5D Mark II, EF 24mm, ISO 200, f4, 1/400s

담양의 가을은

이미 끝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말이 없었다.


가로수들은

서로 기대듯 서 있지만

위로하지는 않는다.

잎은 충분히 물들었고

이제는 떨어질 차례라는 걸

서로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길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고

오토바이가 뒤를 따른다.

급하지도, 머뭇거리지도 않은 속도.

마치 이 계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조용히 스쳐 간다.


만추는

붙잡는 계절이 아니다.

무언가를 남기려 애쓰지도 않고

다만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길을 내어줄 뿐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외로움을 본다.

하지만 그 외로움은

고립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에

간섭하지 않는 거리다.


나무는 나무의 시간을 지나고

차는 차의 시간을 지나고

사람은

사람의 쓸쓸함을 안고

이 길을 건넌다.


누구도

이 계절을 붙잡지 않는다.

그래서 더 선명하다.

머무르지 않기에

오히려 깊어지는 감정.


만추의 쓸쓸함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채워졌다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길은

쓸쓸한데도

이상하게 평온하다.


사진 속에서

가을은 말없이 서 있고

모든 것들은

그 곁을 유유히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 흐름을 바라보며

알게 된다.


쓸쓸함조차

지나가는 순간에는

풍경이 된다는 것을.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만추는 붙잡지 않는다.

다만, 지나가는 모든 것을

조용히 받아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