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원 그리고 사랑해

세월이 눈앞을 수채화로 만들었다.

미안해

응?

모든 게 다 미안해


무슨 말이야.


나를 알게 해서 미안하고

내 옆에 있게 해서 미안하고

나를 알아봐 달라고 해서 미안하고

나의 전부가 되어 달라고 해서 미안해


뭐가 미안해

그렇게 생각하지 마

그럼 나도 미안해지잖아


네가 뭐가 미안해

다 내가 미안하지

나를 알지 않았으면

내가 니 옆에 없었으면

다 미안해 내가

내가 조금만 덜 부족했으면

너도 이렇게까지 애쓰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미안해

내가 더 단단했으면

네가 나 때문에 걱정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래서 또 미안해

네가 나를 붙잡아 주는 순간마다

고마운 마음보다

먼저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다 미안해

나를 사랑하게 해서 미안하고

나를 포기하지 못하게 해서 미안하고

내 옆에 계속 서 있게 해서

그것까지

다 미안해 내가

그래도

나는 네가 떠나지 않아서

그게 제일 미안해




고마워


뭐가?


뭐든 다 고마워


뜬금없이


나를 알아봐 줘서 고맙고,

나와 있어줘서 고맙고,

나를 알아줘서 고맙고,

나의 전부가 되어줘서 고마워.


그래 나도 고마워


네가 고마워하는 모든 것에

하나를 더한 만큼 고마워


그렇게 생각해 줘서

내가 더 고마워


내가 힘들 때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준 것도

내가 괜히 예민해질 때

그냥 넘어가 준 것도

내가 스스로 싫어질 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 준 것도

다 고마워

내가 부족해 보여도

끝까지 기다려 준 것도

내가 흔들릴 때

먼저 손 내밀어 준 것도

내가 아무것도 못 해 줄 때

그래도 내 편이 되어 준 것도

다 고마워

사실은

별거 아닌 순간들이었을 텐데

그 별거 아닌 순간들이

나한테는 전부였어

그래서 고마워

내가 웃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고

내가 울어도

도망가지 않아 줘서 고맙고

내가 아무 말 안 해도

그냥 알아봐 줘서

그것도 고마워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있어 줘

그것만으로도

나는 계속 고마울 것 같아

아마

나중에도

한참 뒤에도

내가 제일 많이 할 말은

똑같을 거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사랑해


갑자기?


응 사랑해


나도 사랑해

얼만큼?


많이


많이가 얼만큼인데?


많이가 많이지


말해봐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두 팔 벌려 원을 그려봐


이렇게?


그 원 뺀 나머지만큼 사랑해


정말?


사실 그 원도 포함한 만큼 사랑해


사랑해 나도 많이 사랑해.


근데 있잖아


응?


가끔은

이렇게 갑자기 말해줘


뭐를?


사랑한다는 말


왜?


그냥

듣고 있으면 마음이 좀 놓여


내가 그렇게 큰 존재야?


생각보다 훨씬

네가 옆에 있으면

별거 아닌 하루도

괜찮은 하루가 돼

그래서 사랑해


내가 뭘 그렇게 해줬다고


억지로 뭔가 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내 옆에 있어줘서

그래서 좋아

그래도

가끔은 내가 부족한 것 같아


뭐가


너한테 더 잘해주고 싶은데

잘 못할 때가 있어서

그럴 때마다

좀 미안하고

좀 속상하고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

이상하지


조금


그래도 좋은 이상함이야


그럼 다행이다


있잖아



나중에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이 들어도

이렇게

별거 아닌 말로 웃고

이렇게

갑자기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랬으면 좋겠어


그건 가능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해


지금도 그러고 있잖아


맞네

그래서 더 사랑해


또?


응 또


질리지도 않아?


안 질려


왜?


네가 계속 새로워서


무슨 말이야 그게

맨날 같은 얼굴인데


근데

맨날 다른 느낌이야

어제보다 조금 더 편하고

오늘보다 조금 더 가까워지고

그래서 사랑해

오늘보다 조금 더 사랑해 줄게

약속이야


약속


계속 옆에 있어줘

그거 하나면

나는

계속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