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생 5
여중과 담장을 공유하는 남중 (3)
그 친구는 그 뺏겨버린 용돈 1천원이 못내 아쉬웠나 보다. 그 당시 1천원이면 버스를 6번 반 탈 수 있고(물론 중학생 요금으로... 그래도 최소 3회 왕복은 충분히 가능한 금액), 100원짜리 하드(아이스크림)는 열 개는 거뜬히 구입할 수 있는 나름 큰 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중에야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듣게 된 여러 가지 괴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1990년 10월에 제6공O국인 노O우 정부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 직전이라서, 온 동네 구석구석마다 좀도둑, 강도, 노상강도 등등 잡범들로 넘쳐나던 시기여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소위 길에서 학생들의 코묻은 용돈이나 삥 뜯던 동네 잡범들의 신종 수법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아까처럼 길가는 학생에게 접근해서,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면 친한 친구 혹은 친척 형 정도로 보일 수 있게 먼저 위장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가만히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소위 악마의 속삭임이 곧바로 진행된다. 어떻게 보면 나는 매우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하긴 나와 그 친구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반적으로 전체적으로 웬지 모르게 스믈스믈 느껴지는 그 가난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져서였는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딱 봐도 돈 없어 보이니 굳이 건드릴 필요조차 못 느낀 것이리라. 나의 자존심은 무지 상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개중에는 뒤져서 진짜로 10원도 안 나오는 학생이 있으면, 홧김에 몸으로 때워야 한다며 흠씬 두들겨 패주는 못된 잡범들도 존재한다고 하니...
그 친구처럼 그나마 용돈이 꽤 넉넉히 있으면 그것을 가져가는 것으로 만족케 되니, 애써 두들겨 패지 않아도 돈이 손쉽게 수중에 들어오게 되는 상황이라서 그야말로 금상첨화였으리라. 하지만 나처럼 뺏길 돈이 달랑 50원짜리 동전 하나거나 or 잡범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은 액수이거나 or 얘는 가진 돈보다 좀더 뺏어도 될만큼 부티가 좔좔 흐른다거나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상황은 조금 더 진화하고 확장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잡범이 이렇게까지 하기도 했단다. 어깨동무를 한 상태로 학생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어본 다음에 그 학생의 집까지 따라간다. 띵동해서 부모 중 누군가가 밖으로 나오면... "저는 OOO이 학교 친구인데, 돈을 빌려달라고 했더니 자기한테는 없고 부모님한테 받아서 주겠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집에까지 따라온 거에요." 라며 태연히 대답한 다음에 그 학생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멋도 모르고 요구한 돈을 가져다 줄 때까지 현관문 앞에서 계속 기다린다고 한다. 그 학생만큼 지극히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순순히 현금을 쥐어준 뒤에야 잡범이 그 자리를 뜨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니, 참으로 간이 커도 너무 큰 거 아닌가. 간혹 눈치빠른 부모가 잡범을 의심하여 이게 뭔일이냐고 다그쳐서 쫓아버리기라도 하면... 이미 교복 명찰과 집 동호수가 완전히 노출되어버린 탓에, 곤혹을 당한 그 잡범은 그 집 근처에서 몰래 잠복하고 있다가... 그 친구에게 사정없이 린치를 가하고 만다는 아주 무서운 풍문이었다. 그러니 알아도 돈을 줘야 하고 몰라도 돈을 줘야 하는 어이없는 세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