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선물
예전 코로나 때 일이다.
동네에 가정식 백반집이 생겼다 길래 점심때 남편과 갔더니 식당 문에 쪽지가 붙어 있다.
'집안일로 휴점'
그 뒤로 또 갔더니 그 쪽지가 여전히 붙어 있다.
며칠 전 더운 어느 날, 그 식당 전화번호를 인터넷에서 알아내어 전화를 했다.
"식당 하시는가요?"
"네, 해요. 그런데 오늘이 마지막인데요."
한번 가 보려던 게 마지막이 되겠네...
탁자 다섯 개 있는 조그만 식당.
젊은 사람이 하는지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있다.
남편은 더운데 콩국수를 먹겠단다.
나는 가정식 백반 집에 왔으니 백반을 먹겠다 했다.
남편은 "그럼, 같은 걸 시킬까?" 양보했다.
옆 테이블에는 네댓 살 되는 사내아이가 다리를 까딱거리며 스마트폰으로 뭘 보고 있다.
그다음 테이블에는 40대 남녀 4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주방 일하시는 분은 따로 있는 듯 메뉴를 접수한 젊은 여자가 물을 가져다준다.
"아니, 우리 오늘 처음 왔는데요,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서요? 어디로 이사 가요?"
"아녀요, 장사가 잘 안 돼요."
음식도 정갈하고 분위기도 깨끗한데 개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문을 닫게 되었구나.
백반 6,500원 이면 싸기도 하는데...
음식점이 몰려있는 이 거리.
이 식당까지 오면서 본 몇몇 문 닫은 음식점이 생각났다.
무거운 마음으로 음식이 왔길래 밥을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주인 여자가 콩국수 한 그릇을 가져다준다.
"아니, 우리 안 시켰는데요."
"그냥 드리고 싶어요. 드세요."
남편은 먹던 백반을 놔두고 콩국수를 맛있게 한 그릇 비웠다.
옆 옆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던 네 명 손님 중 한 아저씨가 옆자리의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아이의 곱슬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마치 강아지 머리 쓰다듬듯이.
아니, 저분 아이였나?
아니다. 네 명은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갔다.
아이는 계속 다리를 흔들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우리는 의외의 '콩국수 서비스'에 감동했다.
쓸 때마다 포인트가 생기는 카드를 놔두고 현금으로 계산을 했다.
마침 만 원권 지폐 두 장이 있었다.
6,500원 백반 두 그릇은 13,000원, 그리고 콩국수 8,000원. 합 21000원.
이만 원, 현금을 내었다.
젊은 여자 주인이 "콩국수는 서비스인데요." 하며 어리둥절하는 사이 "천 원 깎았습니다." 말하며 식당 문을 나섰다.
접때 전 국민 코로나 현금 지급할 때 스스로 반납하지 않았는데 몇 천 원 반납했다.
식당 주인은 우리에게 콩국수를 선물로 주어 기뻤고
우리는 그녀에게 몇 천 원을 선물 주어 기분 좋았다.
무엇보다 남편은 마누라 때문 포기했던 콩국수를 먹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