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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Nov 18. 2024

그럼에도 행복한 다운증후군 가족

다운증후군 아들과 40년 살아보니


살아보면 안다.
'소박한' 평범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기는 극히 평범한 행복.
그런데 여기저기 태어난 아기들이 장애를 가졌단다.
그것이 정신적인 것이든 육체적인 것이든.
세상의 모든 이가 축하하는 아기의 탄생이 이 가족에게는 눈물의 시작이 된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고?
NO, NO, NO. . .

40여 년 전, 서울대 의사는  둘째 아기의 염색체 검사 결과를 보며 말했다.
"정신박약아입니다".
사실,  출생한 다음날 병원에서 아이가 장애아임을 조심스럽게 알려주었다.
동네병원 의사는 "평생 엄마 고생 아기 고생, 눈이나 제대로 보려나, 걷기는 하려나" 걱정해 주었다.
대학병원의 염색체 검사는 '설마, 혹시'의 그 가냘픈 희망이 부질없는 것을 재확인하는 절차.

깨어진 행복.
전쟁이 일어나도 무섭지 않다.
죽기밖에 더하려고.
아니 죽었으면...

세월이 흘러 아이는 마흔한 살의 아이 같은 청년이 되었다.

어느 날,
음악회에서 마태수난곡 연주를 즐기는 아들의 옆모습을 흘깃 보았다.
아, 우리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그 어둠의 눈물의 밤을 보내지 않았을 텐데.
억울하다.


지금도 자립은 쉽지 않다.
강아지 마냥 이런저런 것을 도와주고 지켜주어야 한다.

이런저런 일로 엄마를 땅에 털석 주저앉게 한다.
그러나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의 선택들이 있었다.

첫째. 운동.
아들이 열다섯 살 즈음, 또래의 다운증 아이가 합기도 학원에 다닌단다.
나도 동네 태권도 학원을 알아보았다.
유치원 꼬마들도 꽤 있었다.
아들도 가능하겠네.
참 감사하게도 좋은 관장님을 만났고 지금껏 이십여 년 넘게 다니고 있다.
블랙벨트도 진작 땄다.


네댓 살이 지나서야 걷기 시작한 허약한 아들.
그때까지 온 방을 기어만 다니는 아이를 보며 내가 부르는  찬양.
'주여 지난밤 꿈속에 보였으니 내 꿈 이루어주옵소서...'
 '내 꿈'은 제발 제발 아이가 걷는 것.
지금은 기분 좋을 때는 날아다닌다.
태권도는 지나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둘째, 미술.
엄마가 뒤늦게 공부를 하나 더 했다.
엄마가 학교 간 시간, 갈 곳 없는 하교한 열 살 된 아이를 맡기느라 보낸 동네 미술학원.
도중에 쉰 기간도 있지만 선생님과의 인연은 거진 삼십 년.
학원에서 시작된 그림레슨은 선생님께서 학원을 접으신 후에도
집에서 독과외로 이어졌다.
정서가 풍성해지는 그림 그리기는 지나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우리 아들 같은 발달장애인은 숫자나 언어능력등은 부족하지만 예술적인  영역, 특히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은 부족치 않다.
예술의 어떤 분야에서는 보통사람의 능력을 능가하는 '서번트증후군'도 있다.
연극 영화 음악회 가면 나름 즐긴다.

셋째, 신앙.
부부가 결혼 후에야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에 얻은 아들.
아들의 장애를 고쳐주시라고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하나님께서는 아들의 장애를 고쳐주시지 않으셨다.
대신 그분을 즐기게 하셨다.
예배드리기를, 찬양 듣기를, 성경 베껴 쓰기를 맛난 음식 먹듯이 즐긴다.
더욱이 성경 그림 그리기를.
그래서 가진 세 번의 성화 전시회로 아들 그림의 마니아분들도 생겼다.
교회에서 정상아이들과 어울리고 수많은 교회 어른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지나고 보니 신앙의 자리에 아들을 데려간 것은 영적인 탁월한 선택이었다.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는 세상.
ai가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
그러나 고칠 수 없는 우리 아이의 장애.
사방이 막힌  막다른 그곳에서도 하늘은 열려있었다.
그래서 바라본 하늘.
'그분'은 이 땅에서 작은 진주들을 찾느라 급급한 우리에게 세상에서 제일 큰 진주, 그분 자신을 주셨다.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가 되게 하셨다.
아들 덕분에.

하나님은 많은 좋은 것을 준비해 놓으셨다.
어쩌다 선택한 것들.
어느덧 사라진 한숨.
지나 보니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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