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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동료가 회의에 섞여 있으면 더 꼬이는 영어

“원어민이랑 얘기할 땐 괜찮은데, 한국인들 앞에선 영어가 더 안 나와."

by Lois Kim 정김경숙

“원어민이랑 얘기할 땐 괜찮은데, 한국 사람들 앞에선 영어가 더 안 나와요.”


이 말을 들으면 “맞아 맞아”라며 100% 공감하는 분,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분들, 분명 계실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불쑥불쑥 그런 경우가 생긴답니다.


“토종 한국 발음”인 저는 (이거 중요! ㅎ), 미국회사에서 30년을 근무했습니다. 회사에 따라, 혹은 리포팅 라인나 팀원 구성, 혹은 같이 자주 일을 하는 부서에 따라 영어가 덜 필요했을 때도 있었고 더 필요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늘 영어는 스트레스 주범이었고, 회의를 “한국어 미팅”, “영어 미팅”,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게 더 큰 영어 스트레스를 더 준 것은 주변에 영어를 저보다 잘하는 한국인들 동료였습니다. 특히 발음이 유창한 영어를 가진 한국인 친구들입니다. ‘빠다 발음’ 앞에서 ‘토종 발음’은 완전 주눅 모드로 변신 ㅠ.ㅠ.


어제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한국인 친구가 “최근 영어로 진행하는 회의를 주재했는데 한국인이 섞여 있으니 말이 더 안나오더라구요.” 라고 고민을 얘기했습니다. 이 말을 뼛속 같이 공감하는 저는, 지난 30년내내 제가 경험했던 것이 슬라이드 쇼처럼 착착 떠오르더구요. 그리고 바로 책상 앞에 앉아 저의 경험과 어떻게 나름 극복했는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물론 지금도 원어민들과 있을 때와 한국인이 섞여 있을 때의 저의 영어는 저만 느낄 지라도, 진짜 미묘하게 달라진답니다 ㅎㅎ


한국인들이 섞여있을 때 내 영어가 더 버벅 거리는 세 가지 이유


1. 내용’보다 ‘형식’에 집중이 분산된다

원어민들과 얘기를 할 때는 내가 전달하는 “내용”에만 오롯이 집중하게 됩니다. 내용이 중요하니까여. 그런데 한국인 동료가 섞여있으면 내 영어가 어떻게 들리는 가하는 “형식”에도 집중이 되니까, 당연히 내가 하려고 하는 말 전체가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비원어민으로서 내용 이해와 전달에 초집중을 해도 쉬원찮은 판에 그 집중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것이죠. “내가 일부러 혀를 굴린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너무 쉬운 문법이 틀리지는 않을까?” 등 온갖 잡다한 생각이 삐져들어옵니다.


2. 비교와 체면

아무리 비교를 안하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 동료들의 빠다발음을 들으면 순식간에 주눅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영어와 비교를 하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영어와 나의 영어를 비교하게 되고, “한국인이 내 영어를 어떻게 평가할까?”, “원어민은 더 잘 들리는 영어에 끌릴 텐데, 내 말에 무게감이 덜할까?”, “내 영어 실력으로 업무 능력을 판단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이 듭니다. 어떨땐 더 나아가 “당신 영어 실력 이 정도밖에 안되네”라고 회사에 쫙 퍼지지는 않을지 등 걱정까지도 들었습니다. 혹은 ‘한국어로 말할 때는 “기깟날게” 말하면서 영어로 하면 저렇게 버벅대네… 저사람도 별거 없네’ 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살짝 들기도 했었지요.

3. 한국어 감각이 살아난다

이건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같습니다. 원어민들만 있을 땐 전혀 의식하지 못하던 영어 발음이, 한국인이 섞여 있기만 해도 한국어식 발음으로 무너집니다. 예컨대 “algorithm” 같은 단어에서, 평소에는 비교적 정확히 발음하던 ‘r’이 콩글리시 발음으로 튀어나옵니다. 저는 특히 ‘L’ 발음을 신경 쓰지 않으면 한국어 ‘ㄹ’처럼 발음하는데, 한국인 동료가 있으면 더더욱 한국식으로 발음하게 되더군요. 이유를 설명 못하겠는데, 참 신기한 현상이죠…아니면 저보다 영어가 안되는 한국인동료가 있기라도 하면, 혹시 내가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못알아들을까 하면서 한국식 발음을 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아래는 그랬던 제가 나름대로 이제는 다른 한국인들 의식 안하고 영어를 하게 된 방법을 공유합니다. 물론 100% 성공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보다 영어 잘하는 한국인들 의식안하고 내 영어하는 잘하는 법 세 가지


1. 내 영어에 대한 자부심을 갖자

다 저마다의 영어 스타일이 있습니다. 나는 나만의 영어 스타일이 있고, 또 영어를 좀더 잘하는(혹은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영어 스타일이 있는 것이지요. 예전 직장 동료 중에 구수하게 경상도 사투리의 동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의 영어에서도 경상도 억양이 아주 심하게 들어있었구요. 그 분이 발음이나 전체적으로 영어를 잘 하는 분은 아니었지만, 이 분이 영어 대화를 할때 정말 사람을 빨려들게 얘기합니다. 강한 액센트가 있는 자기 영어가 어차피 글렀다, 라고 생각해서인지 본인 말 내용에만 집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를 더 잘하는 사람들이 같이 있어도 절대 신경쓰지 않구요. 물론 10년이 넘은 지금 그 분은 영어 잘 하십니다. 물론 본인의 스타일로 말입니다. 제가 영어를 매일 두시간 이상 영어연습(공부)을 한다고 해도, 뼈속같이 뻣뻣한 제 토종 발음 영어가 어디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 스타일로 영어를 하는 거죠.


2. 한국인 동료를 서포터라고 생각하자

한국인 동료가 내 영어를 평가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입니다. 실제로 다들 그렇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의 영어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한국인 동료가 회의에 들어오면,’아 마음이 놓이네’ 라고 생각하면 영어에 신경 안쓰고 오히려 든든해서 좋다. 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국인 동료를 서포터 라고 생각하고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더불어, 약간의 심리전으로, “저 사람은 어려서 외국에서 생활했기에 발음이 좋은거야. 나처럼 다 커서 영어하면 그렇게는 못해. 이 정도면 잘하는거야.”라고 저를 다독거리기도 하는데, 이거 의외로 잘 통합니다^^.


3. 연습, 연습, 연습이다.

어차피, 이건 근육(muscle)을 키우는 것입니다.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섞여 있는 상황에 자기를 많이 노출시키고 또 연습하는 것입니다. 지난 20년은 정말 단내 나도록 미팅하고, 토론하고, 또 중요한 미팅도 주재했습니다. 회의에 한국인이 섞여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쓰지 않게 되더라구요. 이렇게 맷집을 키우고 근육을 키워서 된 것 같습니다. 미팅에 들어가면 무조건 한마디한다, 라는 목표도 세웠던 적도 있었고, 4명과 하는 미팅이라면 25%정도는 말을 해야지, 하는 목표도 세웠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다보면 많이 틀리기도 하고, 어떨때 정말 안되서 민망하기도 합니다. 특히 아랫 사람(팀원)이 함께한 미팅에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계속 하면, 나중에는 틀린 것이나, 비교되는 것에 덜 민감해집니다. “모든 사람이 내 영어 이런 줄 아는데 뭐.” 라는 생각이 들면, 이제 “도”에 오른 것이죠 ㅎㅎ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나는 한국인 동료가 섞여 있으면 영어가 잘 안돼요.”라는 말을 주변에 솔직히 얘기해 보는 것입니다. 이거 정말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100명이면 100명, 다 그렇다고 할거니까요. 나만 경험하는게 아니거든요. 한번 물어보세요. 그리고 모두가 똑같다는 것을 알면 신나기까지 합니다 ㅎㅎ


오늘 제 경험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화이팅!!


#로이스의_씨크릿_영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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