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 이야기 #33
2009년,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을 공부하고자 일본의 국사관 대학 석사과정에 막 입학을 했을 때다. 연구실에는 나 말고 두 명의 동급생이 있었는데, 한 명은 요르단의 페트라를 연구하고자 하는 중년의 여성 분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샤미센을 취미로 하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던 과묵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그 과묵한 청년의 할아버지가 꽤나 유명한 사람인 듯했다. 수업에 들어오는 교수님들마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분의 손자분이시군요."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당연히 알고 있다는 뉘앙스였기에 할아버지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해 겨울 그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자연스립게 그의 할아버지가 평생 실크로드를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던 '히라야마 이쿠오'라는 거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의 고별전에 초대받았다. 사막, 낙타, 승려, 달과 같은 주제로,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려졌진 그림들로 가득했던 전시실을 기억한다. 다만 앙코르만 바라보던 25살의 어린 한국인 유학생에게는 그 그림들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는 하지만, 왜 그 때는 실크로드에 관심이 없었는지,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