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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Nov 30. 2024

미니어처로 만든 극락 '자울리안'

#47 간다라 이야기


언덕 위에 숨겨져 있는 작은 승원


이번에 이야기할 '자울리안(Jaulian)'은 바말라, 모라모라두와 함께 탁실라에서 아릅답기로 손에 꼽히는 승원 중 하나이다.


회반죽 조각이 아름다운 자울리안


자울리안은 인근에 위치한 모라모라두와 많이 비교된다.  승원 모두 회반죽 조각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건축시기도 비슷하며  조적기법이나 건축 양식이 닮았다. 학자들 사이에서 두 스투파를 비슷한 부류로 엮다. 하지만 두 유적을 직접 방문해 보면 인상이 사뭇 다르다. 모라모라두가 협곡 안에 감춰진 느낌인 반면 자울리안은 마추픽추와 같이 언덕 위에 숨겨져 있는 느낌이다. 다르마라지카도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지만 언덕 위의 공간이 넓어서 확장감이 크게 느껴지는 반면 자울리안은 언덕 위의 평지공간이 좁아 다소 비밀스러운 공간감을 가진다. 또한 자울리안의 회반죽 장식은 모라모라두의 것에 비해 작고 섬세한 편이다.


자울리안 유적으로 올라가는 길과 유적에서 본 탁실라를 내려다 본 풍경


자울리안 유적은 마을보다 약 100m가량 지대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자울리안 마을 어귀에서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유적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폐쇄된 공간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언덕 위라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 오히려 건물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유적 안에서 바로 접할 수 있는 것은 대형 스투파를 감싸고 있는 봉헌스투파들이다.  


자울리안 스투파와 승원의 도면 (존 마셜)

[일반적으로 스투파가 동향을 하는 것과는 달리, 자울리안 스투파는 북향을 하고 만들어졌다. 탁실라 남쪽 산자락에 입지 하여 참배객들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이를 고려하여 만들어진 듯하다.]


(좌) 대형 스투파로 올라가는 계단부, (우) 대형 스투파를 둘러싸고 배치된 봉헌 스투파와 방들


대형 스투파는 상부구조가 모두 소실되어 있으며, 기단부와 상부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 만이 남아있다. 보통 스투파들이 사방으로 계단이 설치되지만, 자울리안은 모라모라두와 함께 한쪽 방향으로만 설치되어 있다. 화려한 계단과 계단 주변으로 잔존해 있는 기단부가 너무나도 깔끔하여 상부구조가 소실된 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 더한다.



회반죽 조각이 아름다운 자울리안의 봉헌 스투파


기단 주변으로 회랑형 복도가 설치되어 있으며, 복도를 따라 소형의 봉헌 스투파들이 놓여있다. 바깥쪽에는 수도승들의 기도와 명상을 위한 방들이 둘러싸고 있다. 자울리안을 아름다운 유적으로 꼽는 이유가 바로 이 봉헌 스투파들이다. 대형 스투파의 기본적인 형상을 본뜬 듯, 사각형의 기단부와 원통형의 상부로 구성되어 있다. 최상단까지 원형을 갖춘 것 없어 원래의 모습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측면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부와 회반죽 장식들이 특별하다.


봉헌 스투파의 회반죽 장식 - 부처상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부처상들이다. 부처상들은 반복되어 나열되어 있는 사다리꼴 혹은 나뭇잎형 벽함 속에 하나씩 조각되어 있다. (사다리꼴 벽함을 그리스형, 나뭇잎형 벽함을 남아시아형이라 부른다.) 부처상들은 모두 좌상으로 조각되어 있으며, 간다라에서 유행한 설법인, 선정인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의 회반죽 조각이 아름다운 것은 작고 섬세한 것도 있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연스러운 얼굴 윤곽이다. 조그마한 조각임에도 굴곡이 섬세하게 다듬어 마치 진짜 사람의 살깥처럼 부드러울 것 같아 보인다.


부처상 좌우로는 부처님들을 모시고 있는 공양인들이 조각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이 봉헌탑을 만든 기부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에는 지난 헤라클레스 편에서 설명한 바즈라파니의 형상도 관찰된다. 얼굴은 없지만 손에 들고 있는 바즈라가 선명하다.


봉헌 스투파 회반죽 장식 - 야차상
봉헌 스투파 회반죽 장식 - 동물상


또 한편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봉헌 스투파 하부에 나열되어 있는 야차들이다. 아틀라스 편에서 설명했던 것과 같이 야차들은 신성한 부처님의 건물을 더러운 땅으로부터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은 힘들고 고통스러워 보이지만 술을 마시는 형상으로 묘사되어 있는 사례도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건물을 들어 올리는 역할은 야차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보인다. 사자와 코끼리로 보인다.



자울리안의 승방 공간


대형 스투파가 있는 공간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곳으로 나가면 승방 공간이 나온다. 바깥으로 내려다 보이는 탁실라의 풍경이나 주변으로 둘러싼 산세가 볼 만하다. 승방은 간다라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형태로, 중앙 연못, 승방, 그리고 바깥쪽으로 식당과 회의 공간 있다. 앞서 본 스투파 쪽이 종교적 공간이라면 이 구역은 생활공간이다.


자울리안 승방(연못, 승방들)


승방지는 중앙의 연못을 중심으로 총 29개의 방들이 둘러싸고 있다. 원래는 2층 구조였기에 58개의 공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 방에 2명씩 거주했다고 치면 대략 여기에 100여 명의 승려들이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잔존하는 석구조만으로 깔끔하게 복원된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곳곳에서 확인되는 목조가 설치되었던 흔적을 보면 목재가 풍부하게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모습은 사뭇 달랐을 것이다.


승방지 곳곳에 남아있는 흔적들(2층으로 가는 계단, 배수구)


이미 다 무너지고 훼손되어 버린 유적의 모습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곳곳에 숨겨진 특이한 흔적들이 나타난다. 이런 흔적들을 통해서 과거의 모습을 상상해 보 나름 재미가 다. 주춧돌과 벽에 난 구멍을 통해 1층 승방들 앞으로 나무 포치가 있었을지 회랑이 있었을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또,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통해 올라가면 어떻게 각 방으로 넘어갔을지, 그리고 식당의 배수로를 보고 과연 여기서 요리를 했을 등 나름의 문화유산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참고자료

John Marshall, "Taxila",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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