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 이야기' 출간

불교와 그리스 예술, 제왕과 순례자, 돌과 이야기가 중첩된 땅의 이야기

by 박동희


두 번째 책, '간다라 이야기'를 출간했다.


2023년, 간다라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면서, 멀고도 생소한 간다라에 발을 디뎠다. 간다라의 땅 탁실라는 히말라야 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해, 검붉은 암석과 거친 모래로 뒤덮인 메마른 곳이었다. 하지만 이 먼지를 한 꺼풀 걷어낸다면 그 속에 묵직한 고대의 유산들이 분명히 남아 있음은 얼핏 봐도 알 수 있었다.


처음 얕은 식견으로 지역 박물관을 둘러봤을 때, 도대체 내가 뭘 보고 나온 거지 싶었었다. 간다라의 역사는 얽히고도 삭은 실타래와 같았다. 반만년 전 인더스 강줄기를 끼고 시작된 인더스 문명이라는 토대 위에, 서쪽에서 넘어온 그리스 예술과 인도에서 온 불교 철학이 충돌하고 융합했다. 수많은 정복자와 침략자, 진리를 찾아온 순례자, 그리고 오랜 세월 이 땅을 통치한 이슬람 왕조까지. 초심자의 눈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토록 복합적인 역사가 뒤섞여 있음에도 그 사이로 명확히 비쳐 보이는 '간다라의 매력'이었다.


평생 간다라를 연구해 온 학자들에 비하면 나는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님이었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간다라가 숨겨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수집하는 것이었다.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을 답사하고 희귀한 자료를 모으는 과정은 문화유산 연구자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개인적인 호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고된 여정이었다.


지난 3년, 매주 대사관 주간회의에서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져주신 박기준 대사님 덕분에 긴장의 끊을 놓지 않았고,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안내하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하기도 했다. 그렇게 산발적인 강의와 발표, 논문들이 쌓여 어느덧 한 권의 책이 될 분량이 되었다. 다행히 소장각 노성일 대표님의 도움으로 출판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간다라 이야기'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간다라 이야기'는 정말 먼 곳의 이야기인 만큼 한국의 독자들에게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로서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드리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계에서 탄생한 문명의 눈부심'이 있다. 또한 이 문명의 눈부심 속에는 '낯설지만 분명한 우리 문화의 뿌리'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든 이야기들이 '사람 사는 냄새가 깊게 배어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다소 쉽게 읽히는 글이 아니기에 한 호흡 가다듬고 천천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이 책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순간은 가방에 이 책을 넣고 직접 간다라를 방문했을 때일 것이다. 하지만 간다라를 방문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만큼,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묻는다면 언제든지 생생한 현장의 경험을 들려드리고 싶다.


2026.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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