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비즈니스 파트너 되기

서로의 주머니 사정을 안다는 것은 괴로워

by 로라see

온라인 쇼핑몰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지마켓 같은 종합 쇼핑몰의 시장 장악력이 점점 거세지던 시기였다. 특화된 아이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쇼핑몰이 아니면 승산이 없어 보였다.


다트를 힘차게 돌리고 화살을 신나게 던진 후 화살이 날아가 꽂힌 지점이 바로 온라인 신발 전문 쇼핑몰이었다. 나는 다트를 한 번만 더 돌려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두 번째 판에서 던진 화살이 이보다 덜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이로써 남편의 창업은 거대한 배가 순식간에 닻을 올리고 먼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순간처럼 당당하고 또 담담했다.


창업의 과정에서 아이템 선정이라는 해프닝(?)을 넘기고 나면 그 이후는 대부분 돈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아무리 신神이라도 땅 위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현신이라면 그에 걸맞은 값을 치루어야 한다. 물만 마시고도 에너지를 발산하거나 공중부양 같은 초능력이 있다면 모를까.


당시 남편과 나의 자산 규모는 남편이 퇴사하고 받은 퇴직금으로 지불한 13평 빌라 전월세 보증금(이천만 원)과 생활비로 쓰고 남은 현금이 전부였다. 젖먹이의 우유와 기저귀 값을 감당해야 하는 3인 가족이 6개월을 채 버티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고로 우리의 창업은 남편의 포부에 걸맞게 진정 무에서 유를 창출해야만 했다.


직원은 처음부터 뽑을 필요 없이 우선 너랑 나랑 같이 일하면서 나중에 회사 규모가 커지면 그때 직원도 채용하고, 남편은 벌써부터 앞서 간다.

당연하지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무슨 직원이야,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톡 쏘아 준다.

잠깐 지금 너랑 나랑 이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일을 시키겠다는 거네, 나는 은근히 공격할 거리를 찾았다.

네가 제일 좋아하고 잘 아는 신발을 팔 거니까 당연히 같이 해야지 그럼 누구랑 같이 해, 순진한 눈빛으로 날 올려다본다.

세상 순진하게 구는 사람에게 못 당한다더니, 나도 남편의 꾐에서 못 헤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당시 남편의 최대 장점은 불도저 같은 실행력을 장착했다는 거였고 최대 단점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만 집중하고 과정에서 요구되는 여러 항목의 결함은 애써 외면한다는 것이었다. 부부는 한 배를 타고 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 가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약속한 사람들이다. 노를 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로지 젓기에 집중하는 이와 배를 타고 있다면 다른 이는 정확한 방향을 판단하고 다가올 장애물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노를 잡은 남편을 대신해 방향을 지시하고 곧 닥쳐올 장애물에 대처할 능력이 없었다. 다만 지금 타고 있는 배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적당히 가난하고 적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 힘들 때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입장이다. 남편은 집에서 막내로 태어나 위로 나이 터울이 많은 형님과 누님들이 계시지만 모두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기적을 이루어 내신 분들이라 아무리 가족이고 형제 사이라도 서로 손 벌리고 도움 청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신다. 친정집은 시댁과 정반대 상황으로 도움을 청하기가 불가능한 것은 매 한 가지였다.


법인 등록을 하려면 회사 계좌에 최소 오천만 원이 있어야 했다. 남편은 결국 눈을 질끈 감고 지방에서 사업을 하고 계시던 큰 형님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간곡히 도와주십사 부탁을 한다. 남편은 형님을 뵙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차라리 남편이 큰 형님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듣고 오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아주버님께서는 가정을 이룬 지 얼마 되지 않은 미숙한 가장의 면전에 일침을 가하기 어려우셨나 보다.


우린 곧이어 상하이에서 서울에 들어와 8개월가량 세 들어 살던 동작구 상도동 생활을 청산하고 경기도 주민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남편과의 공동 창업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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