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적은 것들과 더 어렵게 더 힘들게 얻게 되는 것

by 로라see

“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


“ 애프터눈 티를 즐기려고 떼어둔 시간보다 즐거운 때는 없지요.”


_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Tasha Tudor


한동안 잊고 지낸 타샤의 속삭임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타샤는 미국 버몬트주에서 18세기 생활 방식으로 20세기를 보낸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10여 년 전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라는 제목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도대체 누가 자기 행복을 이리도 쉽게 단정 짓나, 당돌하게 느껴졌다. 어쭙잖게 자신을 포장하려 한다면 코웃음을 쳐야지, 호기심 어린 색안경을 끼고 책을 펼쳤다. 하지만, 첫 구절부터 헉.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심하게 요동을 쳤다.



’좀 더 적은 것들과 더 어렵게 더 힘들게 얻게 되는 것들’이란 주제가 정해진 후 내 마음속 고이고이 모셔둔 그녀가 계속 떠올랐다. 손을 쭉 뻗어야 겨우 닿는 책장 가장 높고 구석진 자리에 숨겨 둔 타샤를 다시 꺼내 본다. 버몬트 숲속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가축을 기르고 땅을 일궈 야채와 과일을 기르고 해마다 다양한 종의 꽃 구근을 심어 환상적인 정원을 가꾸고 그 자연 친화적 삶을 스스로 영위하기 위해 틈나는 대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도저히 혼자서는 벅차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과 중에 애프터눈 티를 즐기기 위해 시간을 떼어 둔다니...타샤는 좀 더 적은 것들을 좀 더 쉽게 덜 힘들게 얻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정보를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대신 인터넷 서핑을 하고 오랜만의 데이트에 설레며 밤잠을 설치는 대신 sns로 메시지를 날리고 텃밭에서 키운 싱싱한 재료로 정성스러운 식사를 준비하는 대신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의 대기열에 합류해 시간을 죽이는 우리. 바로 타샤가 말하는 정신없이 사는 요즘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렇게 좀 더 적은 것들과 더 어렵게 더 힘들게 얻게 되는 것에 점점 목말라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올봄 프랑스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어느새 4주 가까이 프랑스 전역에 비 소식은 없고 공기는 무겁게 건조하고 대기질은 점점 나빠지고 남불의 사막화 진행이라는 우울한 뉴스가 연일 흘러나오고. 나는 그제야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에 휩싸였다. 지구 온난화 현상, 극심한 대기 오염, 해수면 상승 그리고 물 부족 등 최근 전 지구적 환경 문제가 거론되는 와중에도 나는 그 모든 심각성을 꽤 가벼이 여기며 지내왔다는 걸 깨달았다. 무거운 공기는 폐를 깊숙이 짓누르고 이어 아둔한 내 머릿속을 거칠게 휘젓고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조용히 비가 왔다. 후유 우…. 후 우우. 폐 깊숙한 곳에서부터 꽉 막혔던 숨이 터지듯 쏟아졌다. 왠지 모를 안도감과 희미한 기쁨이 뒤섞인 숨을 내쉬어 본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 타샤를 가만히 떠올려 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담벼락에 핀 꽃을 보고 생각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