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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e Feb 13. 2024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들

어젯밤 꿈에

2024. 1. 17. 

 

  어젯밤 꿈에 나는 커다란 배를 타고 가고 있었다. 분명 나도 그 배에 타고 있긴 했는데 배를 바라보는 시선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배에 탄 사람들이 다 보이진 않았지만 나의 인식 속엔 많은 사람들이 탄 배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중 일부만 바다 밑 어딘가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한 명이었고, 그 사람이 아마 우리들(비밀을 아는 사람들) 중 리더였던 것 같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그 한 사람이 우리를 끼워준 느낌 같기도 하다. 


  리더가 소리쳤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고. 그리고 배의 한쪽을 열어 바다밑으로 무거운 짐들을 마구 빠뜨리고 있었다. 상자나 오크통 같은 것을 마구마구 빠뜨렸다. 지금 당장 보물을 건질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배 바로 아래에 보물이 있는데 그 장소를 알아보기 위해 표시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냥 높은 시선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대체 저렇게 빠뜨리고 아무도 모르게 보물을 어떻게 건져 올리겠다는 걸까?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이긴 한 걸까?


  영화처럼 장면이 바뀌었다. 어느 큰 창고 같은 곳이었다. 창고의 한가운데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고, 그 테이블 위에는 무언가 가지런히 쌓아 올려져 있었고 맨 위에 하얀 천으로 넓게 덮어 쓰여 있었다. 언제 어떻게 건져 올렸는지는 모르겠는데 그건 분명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들이었다. 흰 천 아래로 보이는 옆면으로 보이는 부분으로 나는 금괴인가 싶은 것들이 몇 겹으로 쌓아 올려져 있었다. 그런데 금괴라기엔 빛이 나지 않아서 이상했다. 흰 천을 걷어보고 싶었다. 


  이날 꿈속에선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의지대로 볼 수가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도 나는 CCTV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듯이 보고 있었다. 테이블을 보면서 흰 천을 걷고 싶다고 생각하자마자 누군가 걷어내듯이 한쪽 귀퉁이 천이 쓱 걷혔다. A4 사이즈의 노트크기에 사전 두께 정도의 무언가였다. 저게 다 노트야? 그렇다면 물속에서 어떻게 안 젖었지? 싶었다.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마치 카메라로 클로즈업을 하는 것처럼 가까이 훅 다가갔는데, 그것들은... 죄다 금괴였다.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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