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등뒤에 화살을 가득 짊어진 이들을 본다. 그렇다, 쏘기 위해 장전해 둔 화살이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군사처럼 의기양양 사기충전하다. 화살은 충분히 준비됐고 확신에 가득찬 전투태세를 하고있다.
무엇때문에 화살을 쏘아야 할지 정당성을 설득하며 가끔 상대를 꽁꽁 옭아매기도 한다. 대화중에 화살촉을 더 날카롭게 갈기도 한다. 내 편 아니면 적이다. 내 편에 서지 않으면 '정의'에 반한다는 나름의 논리로 단단히 무장했다. 그래서 당장 상대가 결정하기를 재촉한다.
그러나, 웬지 행복해 보이진 않다. 화살을 하나씩 장전해야만 했던 상처받은 과거의 모습들이 얼굴에 어런거린다. 화살을 쏜다고 행복해 질까? 쏠 준비가 된 그 화살은 원래 어디에서 날아 왔을까? 혹시, 장전한 그 화살은 내게 날아 왔던, 내 몸에 박혀 상처를 냈던 그 화살이 아닐까? 그래서 몸에 박혔던 문제의 화살을 그대로 뽑아서, '더' 날카롭게 화살촉을 갈아서 준비해둔 건 아닐까?
등에 장전해 둔 화살을 세어보자. 하나, 둘, 셋... 셀때마다 쏟아지는 분노, 질투, 부정, 부패, 치욕, 절망, 복수들이 터져 나온다. 그때 그 감정 그대로 살아 꿈틀댄다. 화살을 뺏다는데도 사실 그대로 박혀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장전된 화살을 꺾어 버리지 않으면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 쏠 화살은 결국 내게 다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겨누었던 그 화살을 치우자. 날아온 화살이라면 덤덤하게 꺽어 내던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