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파리의 세느 강 다리 난간에 드니즈와 데이비드는 사랑의 징표로 빨간 자물쇠를 남겨 놓았다. 그 자물쇠 아래 또다른 두 연인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그들 자물쇠를 굳게 채워 놓았다. 올해가 2018년, 그러니 약 6년전이다. 갑자기 궁금했다. 아직도 채워진 자물쇠처럼 그들의 사랑은 굳게 잠겨 어떤 동요도 없을까? 그 사이 혹 몇번의 싸움을 하고 몇번의 언쟁을 했을까? 그럴땐 세느 강 다리위에 채워놓고 간 자물쇠의 기억을 꺼내 소통하며 서로의 사랑을 더욱 굳게 했을까? 귀도 막고 입도 잠겨진 자물쇠는 아무런 대답을 못해준다. 그저, 궁금증을 유발시킬 뿐. 파리를 방문했던 그들이 채워놓고 간 그들 사랑의 징표라는 것 외에는... 그러나 어느날 다시 그들이 이곳 파리로 찾아와 그들 사랑의 흔적을 발견한다면? 그래, 바로 그 자리, 바로 그 사랑을 발견한다면... 그러나 혹시 그렇지 않다면? 아폴리네르는 자신의 시에서 그 사랑의 흔적이 너무도 무료하리만큼 천천히 흐르는 삶이 그렇듯, 그 희망마저도 '난폭한'이라고 다소 과격하게 표현했다. 2012년 2월 26일. 사랑의 흔적이란 과연 그렇게 시간앞에 폭력적일 수 있을까?그만큼 참기 힘들까? 아폴리네르처럼?드니즈와 데이비드는 그렇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