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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Feb 23. 2018

명화에서 찾아 본 '컬링'의 역사

브뤼겔이 그린 겨울풍경속 컬링 게임

(우리나라 평창 동계 올림픽 컬링 여자선수들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빗자루로 청소하듯 싹싹 쓸면서 하는 동작도 재미있고, 둥그런 돌을 바닥위로 조심조심 미끄러내는 것도 그렇다. 이에다 선수들의 고래고래 고함소리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올림픽 종목이 새롭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이 컬링 게임은 원래 스코틀랜드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은 서유럽 저지대 나라들인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영향이 있었다고 짐작한다. 그 일례로 유명한 당시 플랑드르  화가의 그림을 그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눈속의 사냥꾼들(The Hunters in the Snow. 1565)’은 지금의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활동한 북유럽 르네상스 시기의 중요 화가인 피터 브뤼겔(브뤼헐. Pieter Bruegel)의 그림이며 ‘사냥꾼들의 귀환(The Return of the Hunters)’이라는 다른 제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림은 우선 하늘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전경이며 추운 북유럽 겨울풍경이다. 배경은 물론 저지대 나라들인 벨기에와 네덜란드이지만 오른쪽의 동양화같은 기암절봉을 그려넣은 것으로 보아 화가가 이탈리아 방문시 넘었을 눈덮인 알프스를 기억하며 그렸을 것으로 본다. 저지대 서유럽에선 이런 고봉의 산이 없고 대부분 평평한 평지이기 때문이다. 겨울풍경이라 그림의 느낌은 전체적으로 음산하고 춥다. 그러나 각각 그림속 인물들이 무얼하고 있나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사실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왼쪽에 보이는 세명의 사냥꾼들의 귀환모습은 사냥에서 별 수확이 없었는지 터벅터벅 걷는 모습이다. 오직 한 사냥꾼만이 등뒤에 사냥한 작은 여우 한마리(혹은 토끼)를 메고 있을 뿐이다. 뒷모습이지만 그들의 얼굴표정을 지레짐작해 볼수있다. 그들을 따르는 개들도 왕왕대며 뒤따르는게 아닌 마지못해 끌려가는 모습이다. 자세히보면 몇마리는 피골이 상접해 보인다. 브뤼겔 특유의 유머와 톡쏘는 듯한 아이러니도 읽을 수 있다. 유럽회화에서 사냥개들은 보통 상류귀족층과 연결되 있기에 사냔꾼들이 누군지 대강은 짐작해 볼수 있다. 잎이 하나도 없는 앙상한 겨울 나무엔 새들이 조용히 앉아 있다. 더 왼쪽엔 모닥불을 피워놓고 몇 사람들이 그 주위에 있다.


음산한 풍경의 왼쪽그림과 달리 중앙쪽의 얼어붙은 연못위엔 많은 사람들이 추운 겨울을 한참 즐기는 모습이다.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과 아이스 하키를 즐기는 모습도 보인다. 막대를 잡은 모습도 보이고 작은 돌도 여럿 보인다. 작은 강다리 앞쪽의 빙판위엔 한 여인이 썰매위에 앉아 있고 그 앞에 다른 여인이 썰매를 끌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그림 앞쪽 연못 빙판위의 크고 둥근 돌이다(아래 부분확대 그림 참조). 많은 예술사가들은 이 크고 둥근 돌을 증거로 초기의 컬링(Curling) 게임을 브뤼겔이 그린 것으로 본다. 이 그림이 1565년에 완성된 것으로 보아 컬링의 역사는 거의 500년으로 여느 다른 스포츠 종목 못지않게 깊다.



당시 북유럽 르네상스 시기엔 이곳, 특히 그 중심인 암스테르담과 브뤼겔이 주로 활동한 벨기에의 앤트워프(Antwerp)는 경제와 무역의 중심이었고 그렇기에 문화의 중심지 역할도 했다. 이 그림도 앤트워프의 부유한 은행가이자 재력가인 니콜라스 욘겔리크(Niclaes Jongelinck)가 주문한 6개의 계절 그림 중 하나이다. 그래서 경제와 문화의 황금시기였던 1500년과 1700년 사이의 플랑드르 지방(벨기에 쪽)과 네덜란드의 장르 회화(일상생활을 묘사한 그림)들은 당시의 이곳 일상풍경들을 자세히 묘사하며 보여주는데 이 브뤼겔의 겨울 그림도 그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당시 북유럽 르네상스 시기엔 이곳 저지대 유럽스코틀랜드 사이에 무역이 북해를 통하여 왕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컬링의 탄생지를 스코틀랜드로 보지만 이곳 저지대 유럽대륙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 브뤼겔의 그림 한쪽의 컬링 스톤과 주위 인물들의 동작은 150년이 지난 후에 컬링을 묘사한 스코틀랜드의 그림들과 너무나 많이 닮았다.


(하여튼, 우리나라 컬링팀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따더라도 이 그림의 사냥꾼들처럼 기죽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운 겨울이 가면 또다시 연못의 얼음이 풀리는 봄이 다. 브뤼겔이 그린 6장의 계절 그림처럼 말이다.)



*브뤼겔 만큼이나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또다른 당시의 플레미쉬 화가인 야콥 그림머(Jacob Grimmer. 1525-1590)의 겨울 그림도 초기 컬링 게임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래 주소 참조.

http://www.sothebys.com/en/auctions/ecatalogue/2014/old-master-british-paintings-evening-l14033/lot.10.html

컬링 게임하는 모습. 지금의 컬링 스톤과 똑같다. 브뤼겔의 그림(부분)

*그림 출처: Pieter Bruegel the Elder, Hunters in the Snow (Winter), 1565, oil on wood, 162 x 117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http://www.brunch.co.kr/@london/213

http://www.brunch.co.kr/@london/212

http://www.brunch.co.kr/@london/2

http://www.brunch.co.kr/@london/6

http://www.brunch.co.kr/@london/7

http://www.brunch.co.kr/@london/9

http://www.brunch.co.kr/@london/29

http://www.brunch.co.kr/@london/57

http://www.brunch.co.kr/@london/69

http://www.brunch.co.kr/@london/91

http://www.brunch.co.kr/@london/111

http://www.brunch.co.kr/@london/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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