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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Jun 21. 2017

엘리자베스 여왕, 그리고 영국

런던 에세이-"91세의 대단한 여왕"

www.telegraph.co.uk    90대의 연세에도 아직 정정하시고 말도 즐겨 타신다. 러시아의 푸틴보다 더 열정적이시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작년 2016년에 90세의 생신을 맞았다. 생신 며칠 전부터 이곳 매체들, 신문, 방송, 인터넷, 할것없이 여왕에 대한 기사를 보낸다. 심지어 90세 생신때엔 인도에서 막 돌아온 윌리암 왕자까지 언론에 특별 인터뷰하며 여왕에 대한 그의 소견을 헤드라인으로 장식했다. 90세면 노인중의 노인일텐데 대단하다. 여왕의 스코틀랜드 출신 어머니가 100살을 넘기며 장수했으니 장수 DNA를 물려받았는지 모른다. 혹자는 맨날 왕궁에서 좋은 음식만 먹고 주치의가 항상 대기상태에 있는 여왕이 건강이 안좋으면 이상할거라고 한다.


왕실에 대한 영국인들의 의견은 때와 사건에 따라 바뀐다. 아마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을 때 여왕과 왕실 가족에 대한 인기가 가장 바닥이었을 것이다. 여왕에 대한 비판을 조심하는 영국언론도 그때는 사정없이 비판을 쏟아내었다. 심지어 이때의 상황을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국보급 배우라할 헬렌 미렌이 여왕으로 분했고 이 영화의 인기로 말미암아 런던의 ‘웨스트엔드(Westend)’ 연극까지 그녀가 도맡았다. 여왕의 포쉬(posh) 억양을 그대로 하던 그녀는 이제 여왕 전문배우로 그녀를 따라올 배우는 없다. 대체로 영국 왕실은 ‘포쉬(Posh)’와 ‘고급(classic)’의 대명사로 통한다. 많은 이들이 관심없다고 얘기 하면서도 매체에서 들리는 왕실 기사에 솔깃한다. BBC를 비롯한 유수의 매체에선 왕실 전담부 기자들도 있다. 그들이 왕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도한다. 물론 악명높은 타블로이드 신문은 말할 것도 없다. 영국에서 왕실의 존재감이 어떤지 알만하다. 작년엔 바락(버럭)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아내까지도 생일 축하하러 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여왕 앞에서 Happy Birthday to you...를 불렀을까?


개인적으론, 왜 이런 낧아빠진 구식 제도를, 그것도 가끔식 열광까지 할까 이해가 안된다. 몇년전 한국 유학생이 한 영국 가정집에 기숙하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북한 뉴스가 나올때마다 그 집의 할머니는 불쌍하단 듯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왜 북한 사람들은 ‘세뇌(brainwash)’가 되어 저렇게 자유를 모르고 살까하며 혀를 찼다고 한다. 같은 할머니가, 한편으론, 왕실, 특히 윌리암 왕자가 나오면, 하던 일도 멈추고 tv 볼륨까지 올리면서 시청하던 왕실 팬이었다고 한다. 그 학생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세뇌된 북한인이 김정일을 우상숭배하는 것이나 태어나면서 자동으로 왕족이된 된 왕실가족을 우상처럼 떠받드는 이 자유의사를 가진 할머니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왕실제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나 된다. 노동당 당수 제레미 코오빈도 그중의 한명이다. 신문은 그가 여왕을 알현할때 무릅을 꿇을지 혹시 않을지에, 몸을 굽힐지 안 굽힐지에 대해 보도했다. 이들은 왕실에 대해 세금축내고 외국으로 놀러다니는 민주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구식의 제도라고 한다. 민주국가란 일한 만틈 보상을 받는, 즉 왕실가족이나 귀족처럼 혈통만으로 자동 상속되는것이 아닌, ‘실력보상위주(meritocratic)’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왕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왕실이 영국의 뼈대가 되는 즉 전통의 심볼이며 이로인한 사회의 구심점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속좁은 내셔날리즘으로 치부되는 일본 왕실과는 거리를 두며 다르다고 굳이 변명한다. 지금은 EU탈퇴로 결정됐지만, 몇년전에는 만약 영국이 유로에 가입하면 여왕 얼굴이 유로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쟁에 논쟁을 거듭했다. 스코틀랜드 독립추진때도 ‘스코틀랜드 독립당(SNP)’이 만약에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더라도 여왕은 그대로 수장으로, 또 상징으로 남는다고 공약했다. 여왕의 상징적인 파워를 아는 투표권자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또, 왕실 옹호주의자들은 이 왕실로 인한 관광수입 언급을 빼놓지 않는다. 왕실제도를 탐탁치 않게 보는 나 또한 외국에서 사람들이 오면 항상 들리는 곳이 버킹엄 궁전이나 윈저성과 주변이니 이 논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연방의 수장이며 영연방의 실질적 심볼이기도 하다. 사실, 영국으로서는 이 왕실제도가 여러면에서 이득이 되면 됬지 손해될것 없다는 계산이다. 또 여왕의 외국 방문은 항상 국빈 방문이 되며 수상이 하지 못하는 또는 수상의 일을 덜어주는 여러 일들을 공식수행하고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종교적으로도 그녀는 영국 성공회의 수장(?)이며 공식 영어로 Supreme Governor 이다. 수장은 켄터베리 대주교가 아니다. 형식적이지만, 수상이 ‘대주교 후보들’ 중에서 한명을 점찍어 여왕에 올리면 여왕은 대주교를 지명한다. 즉, 켄터베리 대주교는 신부나 주교등, 종교인들이 선출이나 지명을 하는 것이 아닌 정치인인 수상과 내각, 최종적으로는 여왕이 사인한다.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만약에 여왕이 사인을 거부하면 아무도 켄터베리 대주교가 될수 없다. ‘국교’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적인 국가 영국에서, 앞서 나가는 진보적인 종교, 영국 성공회에서 아직까지도 시행하는 제도다.


아, 그리고 또. 가톨릭을 종교로 가진 이는 영국에서 여왕(또는 왕)이 될수 없다. 법이다. 민주국가인 영국에서? 현실이다. ‘정착법(Act of Settlement)’이라 불리는 법이 1701년에 공표되어 아직 바뀌지 않았다. 유대교인, 불교인, 몰몬교인, 이슬람교인, 심지어 무신론자까지도 영국에서 왕이 될수 있지만 가톨릭은 못박아서 안된다는 불공평한 법이다. 이는 당시 프랑스에서 가톨릭으로 교육받고 자란 제임스 6세의 통치로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의 알력싸움이 그치지 않음으로 세운 법이다. 영국이 프로테스탄트 국가로 공식화한 것이다. 2011년에 이 법을 개혁하려고 하였지만 못했다. 이 300년이 넘은 법이 아직도 공존하는 민주국가 영국이다. 그래서 영국을 이해하려면 이 왕실을 모르고는 이해안된다.


하여튼, 여왕은 영국의 얼굴이다. 영국 돈, 파운드 지폐나 동전 모두 그녀 얼굴이 있고, 중요 관공서 사무실에도, 심지어 내가 일하던 성당 사무실에도 그녀의 초상화는 벽에 걸려 있고 일하는 병원의 채플에도 그녀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붙박혀있다. 여왕은 나아가 눈에 보이는 그녀의 얼굴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존재한다. 영국이 그녀이고 그녀는 영국이다. ‘여왕(The Queen)’이란 연극을, 앞서 언급했던, 보았을때 인상깊었던 대사가 생각난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으로 그녀가 궁지에 몰렸고 그녀의 인기는 땅에 떨어졌을때 평소 차분하기로 소문난 여왕이 목소리에 높은 톤을 넣어 말했다.


“난 평생을 이 나라를 위해 일했다.”


태어나자마자 공주가 되었고, 큰 아버지인 바람둥이 에드워드 왕이 미국 이혼녀 심슨 부인과의 결혼으로 폐위를 하자 말을 더듬던 여왕의 아버지(콜린 퍼스가 분한 영화, King’s Speech로도 나온. 아카데미 상 수상작)가 왕이 되면서 여왕이 될 운명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어디 거리에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고, 수퍼마켓에서 장도 못보고, 어딜가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불편한 삶이 과연 행복할까? 여왕은, 모르긴 해도, 이 불편함을 인내하며 운명을 받아들였다. 장장 60년이 넘도록... 그리고 90세가 되도록 큰 스캔들 하나 없이 영국을 대표하며 60년을 넘게 재위했다. 남편인 에딘버러 공이 젊었을때 속을 섞여도, 또 말도 안되는 ‘말실수’로 사람들과 언론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때도, 세 아들들, 며느리들, 손자인 해리 왕자까지 왕실 가족 주르륵 다 스캔들로 얼룩지는 와중에도 여왕은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아직 90대의 노인인데도 수많은 공식 행사를 치르낸다고 한다. 왕실제도 존폐를 떠나서  여왕은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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