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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 율리시즈 Sep 12. 2017

사진 철학자:살가도의 세상단면

런던 에세이

리우(Rio. 리오?)올림픽이 열렸던 브라질은 거대한 땅덩이만큼 인구도 많고 세계에 알려진 사람도 많다. 우선 축구황제 '펠레'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브라질의 대명사격이고, '연금술사'를 쓴 작가 코엘료(지금 스위스 거주?),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꼬마 '제제'도 떠오르며, 8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 광풍을 몰고온 해방신학도 생각난다. 거기엔 삼바춤을 추는 행복한 사람들이 있으며 영화 '시티 옵 갓(City of God)'처럼 연옥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 §

그런 브라질의 이미지에 사진작가 겸 포토 저널리스트인 '세바스티앙 살가도(Sebastião Salgado.1944-)'를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개봉된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Wim Wenders)'감독과 살가도의 아들 훌리아노가 같이 제작한 '세상의 소금(The Salt of the Earth)' 이란 다큐멘타리 영화를 보고 난뒤 난 이 사진작가의 팬이 되었다. 이 영화 보기 딱 1년전 런던 '자연사 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에서 그의 사진전시회가 열린다는 신문 리뷰를 읽으면서 범상치 않은 그의 이름을 늦게나마 알았다. 그러나 전시회는 놓쳤는데 이 다큐멘타리 영화는 전시회를 충분히 대신해 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 속 사진 한장 한장이 주는 메시지에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다큐멘터리가 끝난 뒤엔 한참 동안 멍하니 객석에 앉아있었다. 영화와 사진, 같으면서도 다른 표현형식이 서로 보완하며 어울려 멋진 작품이 되었다. 대형 스크린으로 확대 감상하는 그의 작품들이기에 그만큼 감동도 컸다. 이는 독일의 빔 벤더스 감독의 공헌이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좋은 예술작품은 우선 사이즈가 크야한다'라는 말이 여기에 들어맞는것 같았다. §

촉망받던 경제학자며 국제기구에서 일하던 살가도가 왜 돈벌이 쉽지 않은 전업 사진작가가 되었는지? 그리고 세계 오지(120여개국) 두루 누비며 찍은 사진들 속에 묻어나오는 신비함과 호기심, 인간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은 그의 유명한 몇몇 사진에서 읽을수 있는 불편한 현실과 차가움과는 대조로 따뜻했다. 이런 그의 사진들이 나에겐 종교적이며 영성적(Spiritual)으로 느껴졌다. §

그가 찍은 흑백 사진 '금광(The Gold Mine)'은 1986년 북서 브라질의 '세라 펠라다(Serra Pelada. 벌거숭이 산이란 뜻)' 금광을 찍은 것으로 아마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일 것이다. 인간들의 처절한 삶, 본성, 허상, 꿈, 지옥 등등을 단 한장의 흑백사진을 통해서 그대로 들여다 볼수있다. 여기엔 무슨 구차한 설명을 덧붙일 필요도 없다. 인간본성을 분석한 철학책도, 한편의 시나 장편 소설도, 한 인간의 삶을 진솔하게 드러낸 자서전도 이렇게 인간본성을 단박에 꿰뚫어 보여 주지 못할 것이다.  순간 '찰나'를 찍은 시각적 이미지가 주는 '무시무시한 메세지'가 그대로 뿜어 나온다. 이런 사진작품은 경이롭다고 해야 옳은 말일 것이다.§

그 뒤로 런던 시내의 서점을 가면 항상 그의 사진집들을 펼쳐보았다. '창세(Genesis)', '사헬(Sahel)', '노동자들(Workers)', '이민(Migration)'들... 그의 사진집을 한번 펼치자면 끝날때까지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이젠 사진의 클래식이 되었다. 세계 곳곳을 다닌 그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또 2001년부터 유엔 친선 대사(UN Goodwill Ambassador)가 되어 아직도 열심히 활동 중이라고 한다. 살가도는 브라질이 세계에 자랑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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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http://rarehistoricalphotos.com/hell-serra-pelada-1980s/

http://www.beetlesandhuxley.com/artists/sebastiao-salgado-born-19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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