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예술동 4F, 연습실에서 런쓰루 관람 1열에서 느낀 감동.
'첫 런쓰루, 영광입니다!'
종합예술인 뮤지컬의 준비과정을 관람 1열에서 볼 수 있는 기회.
오늘은 뮤지컬 [다시, 봄] 더블 캐스팅 중 봄팀의 첫 런쓰루에 초대받았다.
오전 10시 30분, 세종문화예술회관 예술동 1F 로비에는 커피 내리는 소리 외에 몇몇 관계직원들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평일 오전 시간이니, 그럴 만도.
약속된 시간이 되자, 안내에 따라 예술동 4F 서울시뮤지컬단 연습실로 이동했다.
(관계자 외 출입이 불가한 만큼 보안이 매우 철저했다. 직원 카드 인식으로 출입문이 열렸음에도 보완팀에 보고되지 않은 입출입자는 꼼꼼히 살피는 철저함에 조금은 경직되는 듯했으나, 설레는 마음이 더 지배적이었으므로, 가볍게 통과!)
4층에 도착하자마자, 시작을 기다리고 있던 직원분들의 안내로 준비되어 있는 좌석에 착석했다. 거울이 차지한 한쪽 벽면과 반대쪽에 오늘 음악을 담당한 반주자분, 그리고 김덕희 감독님 외 연출자분들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 의자와 큰 프린트 글씨들로 무대 장치와 소품들을 대신해 간소하게 공간이 연출되어 있었고, 배우분들은 이미 웜업을 마치고 무대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런쓰루, START!
첫 런쓰루는 뮤지컬 [다시, 봄]에서 유일한 백작 외 역할을 맡은 박성훈 배우님의 등장으로 간단한 공연 에티켓을 안내 후 음악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첫 런쓰루의 봄팀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석형이 엄마를 비롯해 <신사와 아가씨>, <술꾼도시여자들>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국민 센 엄마'로 자리한 문희경 배우가 힘든 갱년기 속에서도 커리어를 지켜나가는 진숙 役으로 등장했다. 또한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주부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온 장이주(수현役), 구혜령(경아役) 배우 그리고 뮤지컬 <메노포즈>등을 통해 넘치는 에너지로 중년 관객들과 박장대소 희로애락을 나눈 유보영(은옥役), 김현진(연미役) 배우가 무대를 함께 했다. 이에 이연경(성애役), 유미(승희役) 배우, 그리고 유일한 청일점 박성훈(백작 외 役) 배우까지 총 여덟의 등장인물로 실전 같은 연습이 그들의 표정과 음성에서 완성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총 여덟의 배우들은, 이미 뮤지컬뿐만 아니라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통해서도 너무 유명한 배우분들로, 등장과 함께 연륜의 포스가 느껴졌다. 첫 런쓰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풍부한 표정과 한껏 몰입된 감정들이 전달되는 것을 눈앞 1열에서 감상하면서, 단지 짜인 극본, 대사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듯한 눈빛과 목소리에 압도되었다(아래 각 더블캐스팅 된 배우 사진 참고).
# 뮤지컬 [다시, 봄] 주요장면 엿보기 (스포주의)
인생길 버스 여행처럼. 아쉽게 지나치는 운명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벌써 반이 지나버렸네.
이제는 잠깐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야
인생길 버스 여행처럼. 갑자기 끼어드는 저 차처럼.
예정에 없는 일을 만나기도 하지...
-뮤지컬 <다시, 봄> 넘버 中 -
뮤지컬 [다시, 봄]의 시놉시스
딸로, 아내로, 엄마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반 백 살이 된 일곱 명의 그녀들.
큰 마음먹고 떠난 오랜만의 나들이에 들뜬 기분도 잠시, 일상의 의무와 책임들은 여전히 그녀들의 발목을 잡고 |갱년기에 얼굴은 수시로 달아오른다.
설레는 마음과 지난 시간에 대한 회한이 버스 밖 풍경처럼 스쳐가는 사이, |예상치 못한 사고가 그녀들을 덮치는데..
초대하지 않은 손님과 떠나는 엉뚱하고도 놀라운
왁자지껄 수다 여행
그 여행의 끝에서 그녀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100세 시대, 청년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제 40대는 '청년'에 포함되고, 50대는 청년을 갓 지나온 '신중년'으로 불린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 2막 앞에서 반백 살이라고 주저앉기보다는 일상에 충실해 온 지난 시간을 발판 삼아, 새롭게 꿈을 향해 전진하는 '경력직 청년 아줌마들'이 여기 있다. 00의 딸, 아내 또는 엄마라는 이름과 역할에 자신의 꿈을 지우고 사는 동안 중년이 된 이들에게 '저무는 삶'이 아닌 '다시 시작하는 삶'을 택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흥겨운 춤과 노래로 풀어냈다.
디바이징 시어터(Devising Theatre- 공연 참여자들이 극 구성에 적극 개입하는 공동 창작 방식)*방식을 통해 실제 50대인 서울시뮤지컬단 여배우 7인과 평범한 신중년 여성들과의 심층인터뷰를 토대로 극을 구성해 작품의 진정성, 진실성을 훨씬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의 심리적 신체적 모든 변화들(갱년기, 폐경, 은퇴 이후의 삶, 애써 외면해 왔던 꿈 등)과 그들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쓰인 무대 위 주인공들의 인생사는 같은 경험 또는 시간을 지나온 나, 엄마, 누이, 아내의 모습으로 공감에 더욱 깊이를 더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 엄마도 사람이다!
젠더에 대한 시선이 변곡점의 한 중앙에 있는 현재 시점에서, 한국에서의 '여성'으로 태어나 중년기까지의 다양한 모습의 삶들이 곡과 가사,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마치 파노라마처럼 시간이 그려지는 듯했다.
우리 집에서, 혹은 친척집에서, 옆집에서. 그것도 아니면 TV에서 보았던 많은 엄마들, 이모들, 아주머니들이라고 생각했던 그들 각각의 모습들이 그 한 시간 동안 삶의 환경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모습이 배우들의 목소리와 연기를 통해 그들의 시간을 그려내 보이는 듯했다. 마치 낱장의 흑백과 컬러사진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이 생동감 있게 스쳐가는 듯한 마법 같은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2. 인생길 버스 여행처럼, 갑자기 끼어든 저 차처럼!
즐겁게 떠난 일곱 신중년의 엄마들,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고와 그 멈춘 시간 속에 갇혀있는 이들에게 빗속을 가르며 저승사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명부에 그들 중 한 명의 이름이 있다고 하는데..
가족에게 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첫째, 둘째, 그리고 남편까지. 쉬는 날은 가족들을 챙기느라 더 바쁜 날. 엄마의 삶이 지금의 전부이지만, 그래도 가족은 내 행복이라는 승희. 그래서 사자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 승희에게 사자가 묻는다.
나를 위해서 살 계획이 있나요?
내 인생을 위한 준비 해두었나요?
#2. 인생 2막, 다시 시작하는 삶?!
각각이 가진 서사들로 저승사자와의 동행이 지금은 절대 안 되는 이유들에 대해 한 명씩 들어본다.
많은 것을 포기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전부였던 그들에게, 아들. 남편이 집착으로 치부하는데에서 오는 억울함과 서울함을 토로하는 은옥, 시월드의 횡포, 엄마로 교사로 30년간 일하다가 퇴직 후 기다려온 자유를 맞이하는 60세를 기다리며, 자신의 굳은 포부를 노래로 표현한다.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건강! 내 몸은 AS가 되지 않으니까!
미래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건강!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나의 미래
호르몬 변화로 인한 홍조는 자연스러운 나의 변화인데, 갱년기 증상이 보이자 이제껏 나의 능력을 인정받고 열심히 일한 아나운서 세계에서 진숙은 조금씩 하락되는 사회적 지위와 자신의 가치, 그리고 그 가치만큼 자신감도 하락한다. 노화는 누구나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는 사회생활 속 신중년 여성들의 마음을 노래한다. (갱년기, 폐경기가 아닌 완경기 축하의 노래)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갈 때쯤, 마지막으로 사자는 수현에게 질문한다.
수현은 모든 게 백지가 되어버린 자신은 쓸모가 없다며, 하루하루 주어진대로만 살다가 이 나이가 되어 버린 자신이 명부에 적힌 한 명일 것이라며,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중략)
엄마(수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나의 희생은 꼭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에게도 단 한번 주어진 삶의 시간을 당신들에게 주었다면, 그 소중함은 꼭 알아주길 바라요.
딸: 아무것도 못해서 미안해하지 말아요. 엄마, 당신이 세상에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선택을 해주어서 고마워요.
다른 분들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았으니,
자기 몸을 찾으러 가는 순간 문제를 푼 겁니다.
돌아갈지 말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돌아가시겠습니까?
수현은 돌아갔을까?.. 누구나 저런 순간이 오게 되면 망설임 없이 생에 남은 미련을 나열하며 어떻게든 1분 1초라도 더 숨을 쉬고자 노력하는 반면, 수현처럼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몰라 망설이는 생각이 드는 것도 또한 자연스럽다고 느껴진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창작 뮤지컬[다시, 봄]의 제작진들의 이야기 엿보기
3월, 봄을 맞이해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 서울시뮤지컬단(단장 김덕희)은 새봄을 맞아 다시 한번 자신의 꿈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는 중년 여성들의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 담긴 창작뮤지컬 <다시, 봄>을 3월 15일 1부터 4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시어터에 기획하였다.
초연 무대를 사로잡았던 평균 연기경력 30년, 관록의 서울뮤지컬단 최고참 여배우 7인이 이번에 또 빠짐없이 관객맞이에 나섰다. 자신의 이야기가 곧 배역의 이야기로 녹여내 자연스럽고도 진솔하게, 때론 폭발하는 에너지로 함께 웃고 울었던 그녀들이 선사하는 왁자지껄 굴곡진 이야기에 감동과 웃음이 보장되어 있다. <다시, 봄>은 지난해 초연 당시 가족과 세월에 자신을 내어준 무대 위 인물들의 모집이 '진짜 내 이야기'라며 객석과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등장시킨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살짝 들어볼까.
<이기쁨 연출>
"동년배 관객들의 호응이 무척 뜨거웠던 지난 10월 초연 현장을 떠올려봅니다. 중견 여배우들이 풀어놓는 이야기가 관객 자신들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진솔한 지점들이 서로 맞닿아 웃음과 감동의 울림이 그대로 전달된 것 같아요. 배우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했기에, 음악, 스타일, 대사, 행동 등이 출연 배우들에게 잘 맞춰진 형태로, 디바이징 시어터의 장점이 잘 드러났어요. 또한 갖춰진 형식에 새로운 배우(이번 봄팀처럼)가 들어왔을 때 그에 맞는 버전 업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또 다른 생명력을 얻는 것 역시 우리 극의 매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초연의 밀도를 더욱 다지는 동시에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들이 가진 캐릭터가 근본적인 부분에 녹아들면서도 색다르게 해석되는 모습 또한 기대해 주세요"
<김솔지 작가>
"작품을 준비하며 50대의 치열한 고민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여전히 소녀 같은 여린 면과 세상을 인내하며 살아낸 강인하고 멋진 모습이 동시에 그들 안에 있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 면을 잘 살려서 평범하지만, 특별한 중년 여성들의 삶을 비춰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들의 기획 배경을 바탕으로 초연 당시 잔잔한 발라드부터 구성진 트로트, 심장을 울리는 강렬한 록에 이르기까지, 세련되고도 다양한 선율로 장면별 인물들의 이야기를 더욱 살린 연리목 작곡가의 멜로디 창작 안목 또한 창작뮤지컬 <다시, 봄>이 감동으로 더욱 빛나게 한 일등 공신이다.
1열에서 관람한 행운아의 사사로운 사담
50대에 저승사자를 만날 수도 있고, 60대가 되어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날 수도 있다. 7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꿈을 이루는 기회가 올 수도 있고, 80대에 화가가 된 미국 할머니처럼 전시회를 열고, 유명인사가 될 수 도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미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니. 한번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에, 희망의 봄이 피어오르는 듯했다.
약 한 시간가량의 진행된 런쓰루, 연습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입되었다. 준비된 테이블에 왜 그렇게 화장지가 있었는지, 공연이 끝나고 그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진숙 역을 맡은 문희경 배우님이 '첫 런쓰루인데, 그걸 보러 왔어요' 라며, 부족할 수 있는 처음이라는 겸손의 말에, '영광이었습니다'라는 대답이 충분치 않을 정도로 감동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런쓰루를 마치고 퇴장하는 길, 오늘 공연의 사진촬영을 맡으신 작가님의 눈과 코가 붉게 변해있다. 일곱 가지 이야기들 중 어느 한 꼭지가 그 눈물 수도꼭지를 열었을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내 기억 속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밀려 나온 것처럼, 작가님도 감추고 싶은 그런 마음일지도 몰라서).
인생길 버스 여행처럼, 아쉽게 지나치는 운명처럼.
창작 뮤지컬 <다시, 봄> 은 오는 4월 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아쉽게 지나치지 말고, 조금만 둘러보면 늘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더욱 소중한 서로를 느껴보시길.
일 시: 2023년 3월 15일(수) ~ 4월 1일(토)
수 7시 30분 / 목 11시 / 금 3시, 7시 30분 / 토 3시, 6시 / 일 3시 (월, 화 공연 없음)
입 장 권: R석 5만 원 / S석 3만 원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관람가
예 매: 세종문화티켓 (02-399-1000)
문 의: 서울시뮤지컬단 (02-399-1771~4)
캐스팅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