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카당스 May 21. 2019

여행작가가 되기로 마음먹다.

삶의 변곡점에서 의미있는 변화 만들기

1.


삶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굳이 그리스 철학자의 격조높은 격언을 빌리지 않더라도, 누구나 체험을 통해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무기력하게 삶이 던져주는 변화들을 덥썩 받아먹으면서, 삶이 우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를 바랄 뿐이다.


내 나이 서른 셋(만으로 서른 하나)에 미국 본사 플로리다 오피스로 전근을 했다. 전근이라고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재취업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용 안정을 버리고 가능성을 택했다. 결과는 지금까지는 성공적. 입사 동기 중에서 가장 빨리 승진했고, 연봉도 많이 올랐다. 3년이 지나고, 미국에서 계속 머물 수 있는 영주권 심사를 앞두고 있는 참이었다.


회사에서 방침을 바꿨어요. 아직 100%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서에서 네 명을 뽑아서 유럽에 새 팀을 만들 예정이에요. MJ씨도 그 안에 포함될 거에요. 위치는 폴란드 바르샤바나 헝가리 부다페스트 중에 하나로 결정될 거에요.


대머리 네덜란드인 보스를 앞에 두고 나는 그대로 벙찌고 말았다. 동유럽으로 가라고?


2.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랬던가 (Feat. 찰리 채플린). 누군가 내 얘기를 들으면 대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으로서 유럽에서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경험인지 모르겠냐고.


그러나 속사정을 들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태어난지 얼마 안돼 걸음마도 못 뗀 아기와 유럽에는 신혼여행으로 가본 것이 전부인 와이프. 그 나라 언어는 전혀 모르고, 게다가 현지 생활수준에 맞춰 감봉까지 한다고 한다. 생활비를 감안하면 오히려 미국에서보다 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직장인에게 감봉이란 얼머나 뼈아픈 일인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유럽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부다페스트나 바르샤바는 유럽 여행을 하기에 아주 괜찮은 위치에 있다. 개인적으로 게스트하우스를 해보고 싶었는데, 플로리다보다 훨씬 한국인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그 또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일해봤다는 것이 내 이력서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은 가라고 하는데 머리는 좀 더 생각해보라 말한다. 누구는 가슴이 시키는대로 하라고 하고, 누구는 철저하게 이해득실을 따지고 행동하라고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3.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 올 7월이 되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고민을 하던 중, 내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좀 뜬금없지만,


여행 작가가 되어보자!


내 삶의 가장 큰 기쁨이야 당연히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딸래미겠지만서도, 내 삶의 원동력 중 하나는 여행이 아닐까 싶다. 틈틈이 여행을 다녀 벌써 다녀온 나라만 해도 20여개국. 유럽에서 살게되면 이 리스트가 두 배는 늘어나지 않을까?


또 한가지 내 삶의 원동력은 글을 쓰는 것이다. 소설, 시, 산문, 블로그, 노래 가사까지. 어느 것 하나 안해본 것이 없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본 것은 없다. 바쁘단 핑계를 대보지만 게으른 천성 때문일 것이다.


게으름에 대한 반성으로, 내 삶에 대한 반항으로, 글을 써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