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빠르게 성공하는 방법
어떻게 이렇게 빨리 승진했어요?
자랑 같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올해로 입사 14년 차, 그동안 6번 승진을 했으니 약 3년에 한 번씩 승진을 한 셈이다.
이제 임원까지 한 단계만 남았다. 물론 남은 한 번의 승진이 이전의 모든 승진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빨랐고, 몇 기수 위의 입사 선배들 중에서도 비교대상이 없으니 지금까지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할 수 있다.
혹시 명문대 출신인가요? 아님 유학파?
No! 내가 아주 특별한 기술이 있다거나, 명문대를 나왔다거나, 영어가 유창하다고 할 수 없다.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을 나왔으나 동기 중에서는 학벌이 가장 딸렸으니, 학벌은 결코 내 무기가 아니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듣기가 안되어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영어가 외국인처럼 유창하다고도 할 수 없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영업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껏 성공해 런던까지 오게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리스크 테이킹"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업에 있어 기회란 것은 대단히 한정된 자원이다.
에이 다음번에 또 기회가 오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그 순간 이미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기회가 한정적인 기업에서, "다음번 기회"란 것은 유니콘과 같다.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제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 자신이 속한 작은 박스를 뛰쳐나오는 모험을 감수해야하는 것이다.
모험에는 늘 위험이 따르는 법. 그 위험을 제대로 측정하고 기회를 얻는 것을 “리스크 테이킹“이라고 한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입사 4년 차, 미국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내가 일하고 있던 부서의 부서장이 미국 팀에 자리가 났다고 메일을 돌린 것이다.
끌리기는 하는데, 혹시나 갔다가 망하는거 아닐까?
메일을 받아본 사람들은 즉각 계산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일할 경우 얻을 것과 잃을 것을 계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산은 무척 간단했다.
미국에서 일할 경우 고용안정성과 지금껏 쌓아온 퇴직금 누진액을 잃게 되고, 영어 때문에 고생을 할 수 있다. 반면 호봉제에서 벗어나 빠른 승진을 할 수 있고, 새로운 경험과 경력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예상보다 대단히 적은 인원만이 지원을 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천운이 따라 결국 내게 기회가 돌아왔지만, 만약 더 좋은 경력과 백그라운드의 직원들이 지원했다면 기회는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럼 왜 이렇게 소수의 인원만이 지원을 했을까?
미국을 가기 위해 잃는 것은 분명하고 금전적인 계산도 가능한 반면 얻는 것은 추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확실한 손해와 불확실한 이득 중 확실한 손해 쪽에 무게를 두었던 것이다.
반면 나의 경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우연찮게도 기존에 알고 지내던 외국인 직원들 몇이 그 팀에 있어 정보를 캐냈다. 어떤 기회가 주어지는지, 근무 환경은 어떤지, 복지는 어떤지 등, 그들의 진솔한 답변이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확실한 손해가 과연 정말 확실한 것인지 다시 따져봤다.
학연과 지연에 둘러싸인 국내의 환경에서 내가 성공할 가능성은 얼마일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한국 지사가 성장하고 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한국에 남는다고 계속 고용안정성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은 확실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불확실성의 영역에 밀어 넣기에 충분했다. 결국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미국 팀에 지원을 했다.
두 번째 예를 들어보자.
당시 상황을 조금 설명해 보자면, 나는 갓 승진한 Senior Vice President (SVP)로, 당시의 내 매니저는 24년 경력의 베테랑 SVP였다.
현재 있는 조직에 커다란 변화가 들이닥쳤고, 빠른 시일 내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기존 매니저가 5년 동안 IT팀과 일해 만들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는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나는 기존 시스템에 무척 불만이 많았고, 그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우리 조직을 망하게 하는 길이라 믿었다.
먼저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매니저가 전혀 공개를 하지 않았다. 계속적으로 우리 조직의 임원에게 거짓된 보고를 한 결과 그 임원은 물론이고 다른 많은 직원들이 그 시스템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었다.
또한 시스템 개선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시스템 개발 속도가 너무 느려 목표한 날짜까지 납기를 맞출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저는 계속해서 거짓된 정보를 상사들에게 뿌려왔고, 다른 대안도 딱히 없었던 경영진은 매니저의 시스템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내게 주어진 두 가지 선택지는 무엇이었을까?
선택지 1: 마음에 안들지만 나는 갓 팀에 들어온 직원이고 경영진들이 결정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 최선을 다해 매니저를 서포트해 시스템을 완성시킨다.
선택지 2: 매니저와 척을 지게 되겠지만 대안을 제시한다. 기존의 시스템을 대체할 대체 시스템을 빠르게 개발할 스킬이 있었지만, 실패할 경우 경영진의 눈 밖에 날 수도 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주저 없이 선택지 2를 택했다.
물론 철저한 준비를 거쳤다. 며칠 밤을 새우며 프로그래머도 아닌데 코딩을 하고, 태블로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조금씩 경영진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고, 인력 지원과 IT 팀의 서포트를 받게 되었다.
인력 지원과 IT팀의 서포트를 받게 된 이상 내게는 거침이 없었고, 여러 번의 고위 경영진 보고를 통해 마침내 매니저 대신 프로젝트 자체를 따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매니저와의 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본인의 팻 프로젝트(Pet Project)를 잃게 된 매니저는 아주 치사한 방법으로 나를 견제했다. 이미 경영진의 신뢰를 얻은 나 자체를 공격할 수 없으니 지원 나온 인력에게 아주 힘들고 반복적인 업무를 시키는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다.
그뿐 아니라 경영진에게 내 악담을 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려 평판을 낮추려고 노력하는 등, 치졸한 행태를 보였다.
그런 방해에도 불과하고 프로젝트가 잘 풀리자, 매니저는 결국 다른 업무를 배정받게 되었다. 또한 부서의 임원이 교통정리를 해주면서, 관계 또한 "친구이자 적"과도 같은 애매한 관계로 남을 수 있었다.
갓 승진한 따끈따끈한 SVP였던 나에게, 아무리 무능하더라도 24년 차 베테랑 SVP 매니저에게 도전하는 것은 큰 리스크였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매니저 그 자신이었다. 나는 도저히 24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그대로 머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승부를 걸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리라는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회사생활은 물론이고 인생에 있어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그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무엇인가?
위 두 사례에서 내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직업을 잃고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었다.
결코 생명을 잃거나, 소중한 가족을 잃거나, 아니면 병에 걸리거나 하는 최악의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선택이나 고난의 순간에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언제나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만 공개하는 가장 중요한 비밀 한 가지.
막상 그 최악의 경우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정리해 보자.
리스크테이킹: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취하자
확실하다고 믿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자
승부를 걸자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최악의 경우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리스크 테이킹에 대입해보면, 위험을 택한 것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
물론 모두가 리스크 테이킹만 하는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접어두자. 경험상 99%의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니까.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고 노력한다면 줄일 수도 있다. 제자리에 머무는 것 또한 위험한 선택이라은 사실을 명심하자.
성공하고 싶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실천만이 필요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