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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Sep 05. 2024

회사와 올바른 관계 설정하기

거래 관계임을 이해하고 관계를 재설정하

만년 과장 L 씨는 요즘 들어 고민이 많다.


분명 열심히만 일하면 승진도 하고, 고과도 잘 나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벌써 5년째 승진이 누락된 것.


본인보다 일을 못하는 직원들이 매번 승진하는 것을 보면서 화가 났지만,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


영업직 K 씨는 올해도 판매왕을 달성했다.


판매실적으로는 회사 내에서 누구도 자신을 따라올 수 없다고 자부하는 그였지만, 도무지 왜 본사에서 불러주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직속 상사에게도 본사에서 판매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어필해 보지만 도대체가 길이 열리지 않아 답답하기 짝이 없다.


가상으로 만든 예들이지만 회사 생활을 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들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일을 잘하지만 승진이 누락되거나 회사에서 중용받지 못하는 직원들을 보면, 일의 성과보다 인맥이나 흔히 말하는 연줄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더 큰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니, 바로 이들은 회사와 자신의 관계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철저한 거래 관계


먼저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철저한 거래 관계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거래 관계는 기본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뜻한다. 직원은 노동과 시간, 전문성을 제공하고, 회사는 임금과 승진 등을 보상한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이야기의 두 직원들은 그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먼저 L 씨는 회사가 자신을 "보살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신은 충분히 제공할 것을 제공했으니, 회사가 이제 자신에게 보답을 해야 할 차례라고 생각하는 것.


잘못된 생각이다.


거래 관계는 누군가 일방적으로 더 큰 이득을 준다고 해서 상대가 그에 해당하는 이득을 돌려주지 않는다. 즉, 서로 간의 관계가 공평하지 않다. 이렇게 비대칭적인 관계를 “착취 관계”라고 한다.


K 씨는 거래 관계에서 상대방인 회사가 원하는 “이득”을 잘못 이해했다. 중고 물품 거래를 하는데, 자전거를 팔기로 했던 판매자가 갑자기 말을 바꿔 화분을 판다고 하자. 이런 거래가 성립할 리가 없다.


즉, 회사가 원하는 것은 K 씨의 현재 판매 실적이지, 그를 통해 다른 직원들의 판매 실적을 늘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거래 관계임을 인지하고 관계를 재설정하라


두 사례에서 회사와 자신의 관계가 거래 관계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훨씬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먼저 L 씨의 경우, 거래 상대인 회사가 알아서 이득을 돌려주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본인의 성과가 오르거나 회사에 기여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거래 관계는 쉽게 착취 관계로 변질된다.

이때 타이밍이 관건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주는 이득이 늘어났을 때 즉각적으로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 상대방인 회사는 늘어난 보상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K 씨의 경우, 마찬가지로 판매 실적에 대한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게 유리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K 씨에게 본사 업무를 맡기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에게 다른 업무를 맡기게 되면 그가 올리고 있는 높은 판매실적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본사에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판매 노하우를 가르치면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득이 되지 않느냐 물어볼 수 있다. 택도 없는 소리다. 거래 관계는 투자 관계가 아니다. 즉각적인 이득이 없으면 거래는 성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K 씨의 경우, 판매 실적에 대한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보상이 부족할 경우 경쟁사로 옮길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본사로 가는 것은 자신이 가진 가장 비싼 거래 물품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거래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은 버려라


혹시나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 혹은 자신의 상사와의 관계가 거래 관계가 아닐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공무원이라던가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한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


거래 관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내가 제공하고 있는 이득이 없어졌을 때도 상대방이 같은 이득을 제공할지, 혹은 상대방에 이득을 제공하지 않을 때 내가 같은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앞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에서 그런 직원을 계속 고용하려고 할까? 반대로 회사에서 앞으로 월급을 아무 이유 없이 주지 않는다 생각해 보자. 당장 다른 회사로 옮기고 싶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회사와 직원의 관계가 거래 관계라는 증거이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결과를 바꾼다


뻔하디 뻔한 말이지만,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회사와 자신의 관계가 거래관계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내가 회사에 줄 수 있는 것과 그것에 대해 회사가 줘야 하는 정당한 가격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 나면 행동 또한 바뀔 수 있다. 좀 더 당당하게 요구사항을 말하게 되고, 남 좋은 일을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회사와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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