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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Sep 08. 2024

내가 쓴 글이 책이 되어 돌아왔다

첫 출판에 대한 짧은 소회

드디어 지난 8월 출간된 아이슬란드 여행기 [얼음별로 떠나는 아이슬란드 여행 -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불과 얼음의 나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9374716)를 하드카피로 받아보게 되었다. 이역만리 외국에 살다 보니 출간이 되었는데도 책을 직접 받아볼 수가 없어서, 여름휴가로 한국에 다녀온 지인을 통해 받아야만 했다.


한 번 간단하게 책 소개를 해보자.


지금이야 [서진이네 2]와 같은 프로그램 덕분에 제법 알려지게 되었지만, 오랜 기간 아이슬란드는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나라였다. 어쩌다 동계 올림픽에 나오면 들어보는, "슬로바키아"와 "슬로베니아"가 헷갈리듯, "아일랜드"와 제법 헷갈리는 나라일 뿐이었다.


그래도 한 해 평균 2만 명 정도 여행을 간다고 하니, 하루 평균 50-60명 정도가 아이슬란드를 찾는 셈이다. 물론 1년에 한국인들이 3백만 명씩 여행 가는 부동의 1위 일본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이지만,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 좋은 성수기가 몇 달 안 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제법 많은 수가 아이슬란드를 찾았다. [서진이네 2] 방영으로 아마 아이슬란드를 찾는 여행객은 늘어날 것이다.


여행을 사랑하는 우리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이슬란드를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1년 내내 따뜻한 플로리다에 살던 시절이었다. 좋은 것도 매일 먹으면 물리듯이, 매일 따뜻한 날씨가 지겨워 아이슬란드 여행을 결정했던 것 같다. 마이애미 공항에서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탔는데,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파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뿐이었다.


평범한 여행이 싫었던 우리는 섬을 한 바퀴 일주하는 "링로드 여행"을 계획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호텔에서 자는 대신, 차 뒤를 침대로 개조한 캠퍼밴을 빌려 캠핑 여행을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 열흘 간의 여행기(고생기)를 담은 책이다. 원래는 여행의 기억과 사진들을 블로그에 담았었는데, 인문산책의 허경희 대표님께서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주셔서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었다.


150페이지 분량의 짧은 책에는 여행의 소감과 함께 감상, 그리고 아이슬란드의 문화와 역사 등을 담았다. 여행에 필요한 실용적인 정보들보다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내용들을 담으려 노력했다. 기존의 여행 서적들이 어떤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는 지도책이라면, 이 책은 그 식당의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양념이랄까.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은 아이슬란드를 더 잘 알 수 있게 도와드리는 책이고,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여행 후에도 아이슬란드의 추억을 더 빛나게 해 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아이슬란드 여행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첫 출간한 책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러다 보니 1류 셰프의 잘 조리된 요리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감성'을 담으려 노력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첫 책을 내고 나서 달라진 것들.


누군가 말했다.


책을 출판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첫 책을 출판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는 유명한 저자가 되어 인세를 듬뿍 받고, 여행을 하며 글을 써서 먹고사는 상상.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현실에 절여질 대로 절여진 나이. 괜한 기대로 실망하지는 않았다.


마라토너가 처음 출전한 지역 마라톤에서 완주를 했다고 하자.


그가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해서 세상이 달리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도 주식시장은 오르고 내릴 것이고, 정치인들은 서로 다툴 것이며, 우리 아이는 아침부터 만화를 틀어달라고 조를 것이다. 그가 지역 마라톤이 아니라 지구 대표로 우주 마라톤에서 우승을 했다면 모를까.


그러나 그렇다고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변했을까?


바로 그 마라토너가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다. 나 자신이 바뀌었다.


내가 썼던 글, 내가 찍었던 사진이 종이책으로 발간되는 것은 그만큼 신기한 경험이었다. 브런치에 일기처럼 기록했던 글들이 활자가 되어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아이로 태어나는 것처럼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지인이 런던에 가져다준 책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다.


첫 완주를 마친 마라토너가 다음 경기를 생각하듯, 첫 출간은 내게 또 한 번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래서 AI를 활용해 어린이 그림책을 쓰는 두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브런치를 하는 것도 훨씬 재미있어졌다.


재미있는 것은 회사 생활에서까지 더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무언가 완성된 '결과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경험이 회사에서도 아이디어를 내거나 추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무얼 하든 자신이 생긴 것이다.


우리 아이가 아빠 책을 받아보고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보니,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책으로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의 시선도 달라지기를, 기원해 본다.




여러 가지 목표가 생겼다. N잡 프로젝트라고 해서 뭉뚱그려 그런 목표들을 하나로 모았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완성될 결과물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가장 첫 번째 목표는 우리 아이의 생일 전까지 동화책을 완성하는 것이다. 생일 파티에 초대된 아이 친구들에게 직접 만든 동화책을 선물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을 꿈꾸며 다시 한번 노력에 박차를 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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