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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카당스 Mar 06. 2024

가이드 - 영어 듣기가 안 되는 이유

죽도록 안 들리는 영어를 들리게 하는 방법

영어 공부를 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듣기다. 영어학습자들은 종종 말하기를 중시하고 듣기를 경시하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말할 줄 알면" "들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완벽하게 할 줄 아는 말은 확실히 잘 들린다. 그런데 정말 맞는 말일까?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학원 선생님들의 경우, 학생들이 듣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당히 쉬운 단어와 표현으로 말을 한다. 그리고 정말 '천천히' 말을 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당연한 배려일 것이다. 그러나 Native English Speaker들끼리 얘기하는 자리에 끼게 되면 선생님 말을 다 알아듣던 학생도 어려움을 겪는다.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교과 과정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그들만의 어휘와 표현, 주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건너와 가장 먼저 느낀 건 듣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이었다. 동료들과 점심을 하는 자리가 너무 두려웠다. 미국 토박이 친구들이 하는 얘기가 '잡음'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잡음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절망적이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하고 Job Security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싶었다. 듣기가 안돼 벙어리처럼 앉아있는 것도 좌절스러웠다. 행여나 먼저 말을 꺼내도, 상대의 답변을 이해할 수 없어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스피킹만 잘하면 대화가 된다고? 다 거짓말이다. 스피킹과 리스닝은 대화의 기본이다.

그러나 5개월쯤 지나자 대부분의 대화가 이해되고, 같이 농담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듣기가 늘었다. 벙어리처럼 앉아있더라도 매일 직원들과의 점심자리에 같이 나간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매일 한 시간씩 네이티브 스피커의 대화를 듣다 보니 늘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훨씬 편하다)

듣기가 말하기보다 훨씬 중요하다. 듣기를 잘 못하면 미국에 건너와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원치 않은 물건을 사거나 원치 않은 메뉴를 주문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영어 듣기가 안되고, 어떻게 영어 듣기를 늘려야 할까?

구글에서 '영어 듣기가 안 되는 이유'를 검색해보면 상당히 많은 글이 보인다. 많은 분들이 이미 영어 듣기의 어려움을 겪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었다. 요약해보자면 영어 듣기가 안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혹은 3단계로 볼 수 있다.


1단계: 문장 속 단어나 표현을 모르는 경우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들리지 않는다. 발음을 흉내 낼 수 있더라도 이해를 할 수 없다. 아기가 엄마 말을 따라 하지만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문맥으로 파악할 수도 있겠지만 핵심적인 동사나 표현을 모르는 경우 문맥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또한 영어 공부를 상당히 하신 분들의 경우에도 익숙하지 않은 주제가 나오면 듣기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결책 - 많이 읽고 많이 배우자.

배움만이 살 길이다. 리딩이나 라이팅을 하는 것도 1단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결국 단어와 표현을 많이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 외의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Native English Speaker들과 법에 관련된 대화를 하게 된다면 알아듣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들도 사실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들이 사용하는 표현의 정확한 뜻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수십 년을 살면서 주워들은 표현들로 대화를 할 뿐이다.

우리에게는 관심이 없는 분야의 표현들까지 주워들을 수십 년의 어드벤티지가 없기 때문에 결국 다양한 주제로 공부할 수밖에 없다.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2단계: 단어나 표현은 아는데 발음이 들리지 않는 경우


분명히 아는 표현인데도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미드를 볼 때 영어 자막을 틀고 보면 완전히 이해가 되는데 자막 없이는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발음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또한 영어는 상당히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사용한다. 내 경우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전 세계의 발음을 다 경험하고 있는데, 인도식 영어, 영국식 영어 (영국 내에서도 나뉜다), 싱가폴식 영어, 중국식 영어 다 발음이 다르다. 인도식 영어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싱가폴 영어는 더 듣기가 어렵다. 중국식 영어는 심한 사람은 중국어를 하는지 영어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해결책 - 같은 Material을 반복해서 보자.

영화나 미드로 공부를 한다면 분명 '최대한 다양한 많은 에피소드를 보기'도 괜찮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자주 쓰이는 표현들은 반복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익혀지고 또한 덜 지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에피소드를 여러 번 보기'가 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 에피소드를 여러 번 보면서 이해의 수준을 높이고, 같은 표현이라도 발음과 속도를 더 잘 따라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추천하는 방법은 자막을 켠 상태로 한 번 보고, 내용이 다 이해가 되는 상태에서 자막을 끄고 보는 것이다. 물론 더 잘하게 되면 자막을 끄고 보다가, 들리지 않는 부분만 여러 번 보거나 자막을 켜고 보는 것이 좋다. 넷플릭스와 같이 모바일/PC 모두 되는 비디오 서비스를 추천한다.

후자의 문제(다른 지역 특유의 영어)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

네이티브 잉글리시 스피커들도 잘 못 알아듣기 때문에 절대 걱정하지 말자. 심지어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사투리나 발음 문제로 서로 대화가 안 통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이라면 American English에만 익숙해서 그런 것이니 다시 한번 얘기를 해달라고 하라. 솔직히 말하면 대화란 것은 상대방이 알아듣게 얘기를 하는 것이 예의다. 자신의 엑센트가 심해서 상대방이 못 알아듣는데 자신의 엑센트만 고집하는 것은 나는 개인적으로 예의가 없다고 생각한다.


3단계: 단어나 표현도 알고 발음도 아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


초급자에게는 잘 해당되지 않는 단계로, 분명히 표현도 알고 발음도 똑똑히 들리는데 잡음처럼 이해가 안 되고 넘어가는 경우이다. 대충은 뜻을 알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는 경우도 있다. 뇌가 영어를 처리하는 속도가 한국어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일반적인 한국 남자 기준으로 보면 한국어가 영어보다 말하는 속도가 느리다.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언어를 배우는 능력이 뛰어난 이유는 말하는 속도가 남자들에 비해 빠르기 때문인 것도 한 가지 이유라 생각한다. 물론 타고난 언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말하는 속도가 빠르기도 할 것이다.


네이티브 스피커들에 비해 우리들은 영어를 읽는 속도, 이해하는 속도가 훨씬 떨어진다. 그래서 처리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정보들이 한국어에 비해 훨씬 많고 처리하는데도 훨씬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아직도 가끔 퇴근할 때쯤 영어를 너무 많이 먹었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해결책 - 독해력을 기르자.

영어 듣기를 하는데 웬 독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독해력을 기르는 것은 영어 듣기를 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영어의 각 파트(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는 인간이 학습 과정을 위해 인위적으로 나눈 것이지 결코 나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학습자들 가운데 의외로 원서를 완독한 경험이 없는 케이스가 상당하다. 영어를 이해하는 속도가 한국어를 이해하는 속도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독해력과 듣기 실력을 연결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물론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독해력을 길러 듣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런던 정경대에서 공부를 하신 한 형님이 알려준 방법을 추천한다. 잡지나 뉴스를 읽되 그냥 읽으면서 모르는 표현이나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밑줄을 그어 체크해둔다.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모르는 표현이나 문장을 이해될 때까지 사전 등을 활용해 공부한다. 이 때 조사를 포함한 문장의 모든 부분이 이해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다시 읽으면 그 글에서 완전히 새로운 맛이 난다. 이렇게 독해력이 길러지는 것이다.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든 모든 문장과 표현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 경우 군 시절 Economist 독해를 시작했다. 당시 영어 실력은 보잘것없어서, 처음에 이 방법으로 한 페이지를 읽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러나 그 다음 주에는 하루에 2페이지, 몇 주 후에는 한 권을 1주일 만에 끝내게 되었고, 그 후에는 한 권의 중요한 기사들을 하루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상당히 지루한 작업이지만 독해력은 확실히 늘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해 보자.


영어 듣기에 대해 나름대로의 가이드를 정리해봤다. 영어는 듣기가 가장 중요하다. 듣기를 잘 하는 사람은 배우는 속도가 남들에 비해 훨씬 빠르다. 같은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들리는 양과 질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토익이나 토플 같은 점수 내기 위주의 공부법에서 벗어나, 듣기를 강조하는 영어 공부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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