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카당스 Mar 06. 2024

가이드 - 내게 맞는 영어 공부법 찾기

영어 공부법 비교분석 보고서

가장 좋은 영어 선생님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토종 한국인일 것.
둘째, 외국에서 공부하지 않았을 것.
셋째, 그럼에도 불구, 영어를 무지하게 잘할 것.


선생(先生)이란 단어 자체가 먼저 태어난 이, 즉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사람을 말한다. 위에서 말한 조건을 충족하는 선생님이야말로 대다수의 토종 코리안들이 걷던 길을 먼저 걸었던 분들이고, 우리의 고민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따라서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


나는 세 가지 조건 중 1.5가지 정도 해당된다. 토종 한국인이고(+1), 미국서 3개월 교환학생을 했지만 술만 실컷 먹은 게 전부이고(+0.25), 영어를 쬐끔 한다(+0.25). 아직도 자막 없이 영화나 미드를 보면 30% 정도는 잡음으로 들리고 아직도 직장동료와 얘기하면 정신줄 놓을 때도 많지만, 13년간 4개국에서 영어로만, 지금은 글로벌 은행의 영국 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 정도면 선생은 안돼도, 선배 길잡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각설하고, 반평생 겪은 영어 학습법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자신에게 맞는 영어 공부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영어 단어 암기하기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저렴하지만 이렇게 외운 단어들은 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효율이 무척 떨어진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수능이나 토익, 토플, GRE, GMAT과 같은 시험을 앞두고 있는 분


영어 단어만 달달 외우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영어 공부법 중 하나이다. 특히 영어 단어와 한국어 뜻을 보고 외우는 것은 미묘한 단어 사이의 차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 비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Immigrant(이민 온 사람)과 Emigrant(이민 간 사람)은 완전히 단어지만 사전에는 똑같이 '이민자'라고 되어있다. 두 단어를 똑같이 '이민자'라고 외워버리면 적절한 활용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단어 자체만 외워서는 소용이 없고, 문맥 안에서 활용하면서 익히는 것이 제일 좋다. 군 시절 Word Power니 뭐니 하는 단어집들을 달달 외워봤는데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시험을 앞두고 단기간에 단어 실력을 확 끌어올려야 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는 방법이다.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는 두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바로 '연상 기억법''망각곡선'이다.


내가 활용한 연상 기억법은 단어를 연상하기 쉬운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법, 그리고 이른바 네모닉스(Mnemonics)를 활용해 미리 만들어놓은 1부터 100까지의 기억의 방에 단어를 넣는 법이었다. 첫 번째 방법의 예를 들면, Surrepticious(은밀한, 슬쩍하는)이라는 알기도 어렵고 알아서도 별 쓸모 없는 어려운 단어가 있다. 발음을 들어보면 '서럽티셔스'에 가깝다. 나는 아버지 몰래 '서랍'에 '티셔츠'를 '은밀하게' 숨겨놓은 아이를 연상했다. 이렇게 외우면 평생 간다.


두 번째 네모닉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좀 더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1부터 100까지 기억의 방을 만드는데, 숫자 1부터 100까지 각 숫자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미리 만들어 외운다. 예를 들어 1은 길쭉하니까 담배, 2는 오리, 3은 수갑 같은 이미지를 미리 설정하는 식이다. 반드시 1부터 100까지 이미지는 달달 외워서 '25!'라고 외치면 '날파리!'라고 바로 나오는 수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단어를 외우기 시작하는데, 첫 번째 단어는 1번 방에 넣고 두 번째 단어는 2번 방에 넣는다. 즉, 1번 단어가 Outlaw(무법자)라고 하면 무법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미지를 연상한다. 2번 단어가 Joyful(기쁜)이었다면 2번 방에 있는 오리가 기뻐서 꿱꿱거리는 이미지를 연상한다. 이런 식으로 100번까지 쭉 기억의 방들에 이미지들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뭔 헛소리인가 싶겠지만 미친척하고 해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외운 단어를 백 번째부터 첫 번째까지 거꾸로 순서대로 말하는 것도 가능하고, 55번째 단어가 뭐야? 23번째 단어가 뭐야? 같은 질문에도 답할 수 있게 된다. 기억의 방을 100번까지 만들기 어려우면 10번까지 만들고 차차 늘려나가면 된다. 미친 소리 같지만 단기 기억법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관련된 저서로 에란 카츠 저, '천재가 된 제롬'을 추천하다.


다음으로 '망각 곡선'이론은 쉽게 말해 안 쓰면 까먹는다는 것이다. 네모닉스를 활용해 100개의 단어를 외우더라도 며칠이 지나면 까먹는다. 그러니 반복 학습을 통해 단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내가 나름 개발한 '질문 소거법'을 활용했다.


먼저 1천 개 - 2천 개 남짓의 단어를 출력한다. 외우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한 번 읽는다. 이걸 한 사이클이라고 하는데, 두세 번 사이클을 돌린 후 다음 사이클에서는 테스트를 해본다. 영단어만 보고도 뜻을 알수 있으면, 그 단어에 체크를 해놓고 다음 사이클부터는 건너뛰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잘 안 외워지는 단어에 집중할 수 있어 효율성이 올라간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다 소용없다. 아무리 단어를 달달 외워도 수년간 쓰지 않은 단어는 무조건 까먹는다. 10년 동안 외국생활을 하니 평생 익힌 한국어 단어도 까먹는다. 그런데 영어 단어라고 기억할까? 시험을 앞두고 있지 않다면 절대로 단어 외우는데 집착하지 말자.


2. 영어 표현(숙어 등) 암기하기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는 효율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활용하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비효율적.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실제로 써먹어볼 환경(학원, 과외, 스터디 등)이 갖춰진 분들


영어에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강적, 숙어(Idiom)가 있다. 예를 들면 Drop the ball과 같은 표현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공을 떨어뜨리다" 정도 되겠다. 그러나 실제 뜻은 "실수하다"가 된다. 어원은 분명 미국인들이 엄청나게 사랑하는 미식축구에서 왔을 것이다.


내가 봤던 교재 중에 가장 무시무시했던 책은 넥서스 출판사에서 나온 "News English Powerdic"이란 책이었다. 저자가 10년 넘게 영자신문사에서 일하며 정리한 표현들을 담은 모음집인데, 책의 두께가 700페이지가 넘고, 글자가 빽빽하다. 너무나 훌륭한 책이고, 사전으로의 기능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 책을 주교재로 공부하는 것은 어렵다. 700페이지를 읽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고, 어려운 표현들을 외우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써먹을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이 책은 최고의 참고서가 된다. 예를 들어 스터디 그룹에서 어떤 분야에 대한 영어 토론을 한다고 하면, 그 분야의 표현들을 미리 알아가서 써먹거나, 한국어로는 생각나는데 영어로는 생각나지 않던 표현들을 적어놨다가, 나중에 책을 찾아보고 복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직접 정리한 표현집이다. 나 같은 경우 한국에 있을 때부터 미국계 은행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모르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정리를 해서 내 회사 메일로 보내 두었고, 나중에 정리를 해보니 훌륭한 표현 모음집이 되었다. 이렇게 직접 모은 표현은 아무래도 현장감 있고, 실제로 내 주변 환경에서 쓰인 표현들이니 사용하기에도 좋다.


결론적으로 단어집보단 낫지만 표현집 또한 써먹어볼 환경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3. 영어 원서 읽기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책방에 가보면 원서가 엄청 많다. 다양한 관심 있는 주제로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힘들고 어렵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관심분야의 독서를 즐기시는 분.


영어 학습자들을 보면 의외로 영어 원서 한 권을 끝까지 읽은 사람이 드물다. 물론 나도 야심 차게 구매했던 오디세이아나 일리아드 같은 원서들은 읽다가 포기했지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나 조지 오웰의 '1984', 혹은 토마스 프리드만이나 리처드 도킨스 같은 지식인들의 저서는 재밌어서 여러 번 읽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나보고 그런 어려운 책을 읽으라고?'


맞다. 어렵다. 저런 책들은 번역서를 읽어도 어렵다. 저런 책들을 사서 읽으라는게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원서'를 사서 읽는 것이 영어 원서 읽기의 핵심이다.


먼저 내용을 알아야 한다. 만화책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 주인공인 노다메가 외국어를 미친 속도로 습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캐릭터의 천재성을 부각하는 장면이기는 한데, 노다메가 공부한 교재는 다름 아닌 그녀가 백 번도 더 본 TV 애니메이션의 외국어 더빙 버전이었다. 즉,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습득을 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공과 관련된 원서, 내가 평소 즐겨 읽던 주제의 원서는 훨씬 읽기가 쉽고, 힘들더라도 더 재미있기 때문에 끝까지 읽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소설책보다는 논픽션이 좀 더 읽기가 쉬운 편이다.


아직 이게 어려우면 동화책 섹션으로 가자. 나도 대학교 2학년 때 해저 2만 리나 보물섬 같은 동화책으로 원서 읽기를 시작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재미있게 읽었다. 해리포터는 생각보다 어렵다. 걸리버 여행기는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다. '어른한테 동화책을 읽으라고?' 이렇게 생각한다면 영어 실력 향상의 꿈은 서랍에 티셔츠처럼 은밀하게 넣어두도록 하자.


원서를 제대로 읽는 법은 지난 가이드에서도 강조했지만, '여러 번' '같은 책'을 '숙독'하는 것이다. 두세 권의 다른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백배 낫다. 처음 읽을 때는 밑줄 치면서 모르는 표현들을 체크해두고, 모르는 단어나 표현을 찾아보고, 세 번째 다시 읽으면 완전히 새로운 맛이 난다.


처음엔 어렵지만 점점 속력이 붙는다. 두 세권 읽고 나면 자신감이 생겨 어떤 원서도 뚝딱(? 오디세이아는요? 일리아드는요?) 해치울 수 있게 될 것이다.




4. 영어회화 학원 다니기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잘만 고르면 무척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학원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실력을 빨리 늘리고 싶은 분


영어회화 학원 또한 잘 고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학생이 학원을 고르지만 학원도 학생을 고른다. 바로 레벨 테스트를 통해서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영어회화 학원은 일반적으로 한 명의 선생님과 여러 명의 학생이 한 클래스를 이루는 학원을 말한다.


학원은 학생들의 레벨에 맞춰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수준에 맞는 내용으로 공부하기에 딱 알맞다. 나도 학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추천하는 학원은 한국외대 '외국어 연수평가원'에서 운영하는 과정이다. 가격대가 있지만 그만큼 수준이 높다. 그 밖에도 훌륭한 학원 선생님들이 많다. 커리큘럼도 다양하다. 뉴스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 선생님, 드라마, 영화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 선생님 등.


그러나!!


여기에는 아주 큰 '그러나!!'가 있다.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는 반드시 한계가 온다. 가장 높은 레벨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고? 축하한다. 이제 '미국 유치원생'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즉,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는 가장 높은 레벨이라 할지라도 미국에서 유창하게 써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내 경우 외국어 연수평가원에서도 가장 높은 반, 다른 영어회화 클래스에서도 가장 높은 반을 계속 다녔다. 자신감이 있었지만 신입사원 시절 싱가포르에 연수를 갔을 때 외국인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크게 좌절을 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외국인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학원도 별반 차이 없다. 외국인 선생님들은 지난 가이드에서 말했듯 대부분 학생들에게 '쉬운 영어'로, '천천히' 말한다. 그러니 실력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좌절은 말자. 학원은 디딤돌이다. 그것도 학원 선생님들의 노력 위에 세워진 단단한 디딤돌이다. 학원만큼 꾸준히만 하면 실력을 빨리 늘려주는 곳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5. 일대일 회화학원 / 일대일 전화영어 / 과외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일대일인 만큼 궁금했던 것을 실컷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영어를 '연습'하는 게 목적인 분.


일대일 회화에만 수백만 원 넘게 쏟아부은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일대일 회화는 나처럼 의지가 대한민국 평균 이하인 이들에게는 절대 맞지 않는다. 일대일 회화에서 선생님이 표현을 고쳐주거나 발음을 교정해주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결국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대일 회화가 비싸기 때문에 전화영어를 두드리는 경우도 많다. 마찬가지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 그것을 연습하고 교정하는 목적으로 일대일 회화를 이용한다면 효과가 있겠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의욕이 사라지고, 일대일 회화시간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아 영어 공부 열심히 했다'라고 거짓 만족하게 된다.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쉬운 게 일대일 회화, 전화영어, 과외이다.


한번 자문해보자. 나는 의지가 강하고 혼자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으며, 일대일 회화를 통해 영어를 열심히 '연습'할 것인지. 그렇다면 일대일 회화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6. 영어 스터디 모임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스터디원들이 평균적으로 나보다 영어를 잘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영어도 영어지만 사람 만나는 게 좋은 분.


스터디는 또 얼마나 많이 했던가. 리더도 해보고, 팀원도 수도 없이 해봤다. 종로, 신촌, 강남, 이대, 분당, 안 가본 장소가 없다. 많이 배웠던 순간도 있고, 시간 낭비라고 여겨졌던 순간도 많다.


스터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커리큘럼이 전적으로 스터디원들에게 달려있다는 점일 것이다. 영어를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한다는 점에서 스터디는 가성비 넘치는 선택이지만, 영어를 '학습'한다는 점에서는 조금 의구심이 든다.


스터디를 통한 '학습'은 결국 A가 아는 내용이 1-2-3이고 B가 아는 내용이 2-3-4, C가 아는 내용이 3-4-5일 때 서로 공유해서 모두가 1-2-3-4-5를 알게 된다는 논리인데, 스터디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실력은 고만고만하고, 아는 내용과 표현들도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다.


만약 스터디에 '스타플레이어'가 있으면 스터디원들에게 도움이 된다. 반면 스터디 그룹이 '스타플레이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스터디가 가진 맹점이다. 결국 '스타플레이어'는 2부 리그 팀을 1부 리그 팀으로 올려놓고 챔피언스 리그 출전권이 있는 강팀으로 떠난다. 그리고 팀은 다시 2부 리그로 강등된다. 즉, 스타플레이어는 배울 게 없어 스터디 그룹을 떠나고, 스터디 그룹은 서로 배울게 별로 없는 친목모임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훌륭한 커리큘럼과 인터뷰 프로세스를 갖춘 스터디 그룹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스터디 그룹은 영어를 '연습'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 서로의 진도를 '체크'하는 것, 그리고 사람을 만나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7. 영어 유튜브 / 팟캐스트 듣기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살아있는 영어를 공짜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의지가 강해야 한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의지가 강하고 진짜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분


가장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다. 누구나 좋은 줄 알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영어'를 가르치는 유튜브나 팟캐스트보다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원어민이 '영어'로 진행하는 컨텐츠를 찾는 것이 더 좋다. '영어'를 가르치는 컨텐츠는 사실 학원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학원보다 못한 경우도 많다. 나처럼 영어교육에 대한 '비전문가'가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좋은 컨텐츠가 널려있지만 접근성에 별 두 개를 준 것은 스크립트가 있는, 영어 공부에 적합한 컨텐츠를 찾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스크립트가 있고 없고는 커다란 차이다.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 알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혼자 '추측'만 하다가 시간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추천하는 공부방법은 역시 여러 번 같은 컨텐츠를 반복해서 보고 듣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듣고, 두 번째는 스크립트를 완벽하게 독해하고, 그리고 다시 듣는다. 독해는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이해될 때까지 꼼꼼하게 해야 한다. 한 편을 보거나 듣더라도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추천하는 컨텐츠는 영국 남자 유튜브 채널 (영어로 게스트와 얘기하는 부분), NPR Radio의 Ted Talk 팟캐스트. 각종 Ted 동영상들이다. 이외에도 괜찮은 컨텐츠가 많지만 Ted Talk이 내게는 무척 도움이 되었다.




8. 미국/영국 드라마 보기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제일 좋은 영어 공부방법 중 하나. 단점으로는 엄청난 의지가 필요하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나는야 의지 빼면 시체.


미녀들의 수다, 비정상회담 등에 나오는 외국인들을 보면 한국말을 유달리 잘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된 한국어 학습법은 다름 아닌 드라마였다. 우리라고 다를 것 있겠는가? 영어도 드라마로 공부하는 것이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다.


우선 미국 드라마에는 진짜 미국인들이 쓰는 표현인 슬랭, 남부 사투리, 흑인 말투 등이 무자비하게 섞여 나온다. 어떤 드라마는 전문용어(범죄 용어, 법 용어, 군대 용어)가 쏟아져 나온다. 드라마 '오피스'의 첫 번째 에피소드만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슬랭이 난무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런 영어들이 진짜 쓰이는 영어라는 점이다. 게다가 드라마는 스크립트와 한글 자막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문화도 배울 수 있으니, 장점을 더 나열하면 1석 3조도 아니고 1석 10조로도 모자란다.


다만, 공부가 생각보다 힘들다. 드라마를 재미로 보는 것과 공부하기 위해 보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공부를 위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몇 개 에피소드 보기가 어렵다. 나도 프렌즈 스크립트를 시즌 3까지 다 출력해놓고, MP3 플레이어(당시엔 MP3밖에 없었다)에 넣어서 들고 다니면서 드라마를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나 시즌 2까지도 가지 못했다. 그만큼 공부를 위해 미드를 보는 것은 어렵다.


좀 더 캐주얼하게 접근하는 걸 추천한다. 우선 장르를 잘 선택한다. 일상 대화가 많은 연애물이나 가족물, 코미디가 좋겠다. 시대극이나 판타지는 피하자 (암만 그게 좋더라도). 법의학물이나 범죄물은 흥미 있지만 영어 공부를 위해서는 잠깐 접어두자. (희귀병 이름 외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의학도라면 모를까.)


그리고 일단은 재미로 보자. 한글 자막이나 영어 자막을 켜고 보자. 그러다가 재미있거나 흥미 있는 표현들, 내가 배우고 싶은 표현들이 나오면 체크해뒀다가 스크립트를 확인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보면 그 장면의 맛이 달라진다.


추천하는 플랫폼은 넷플릭스. 추천 드라마는 Modern Family, Kim's Convenience Store, Office, Unbreakable Kimmy Schmidt 등이다.




9. 통번역학원 다니기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학원계의 끝판왕이라고 본다. 단점은 역시 난이도가 높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고급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분.


'아니, 통번역사할 것도 아닌데 굳이 통번역학원까지 다녀야 하나?'라고 물을지 모른다. 맞는 얘기다. 통번역사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 정도 높은 수준의 영어까지는 필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통번역학원에서 가르치는 '영어 학습법'이다.


과거 밑져야 본전으로 통번역학원의 문을 두드렸던 나는 정말 문화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학원에서 다루는 교재의 난이도에서 한 번 놀랐고, 공부하는 방식이 일반 회화학원 등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완전히 달라서 또 놀랐다.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오래 다니지는 못했지만, 내가 공부했던 방식 중에 가장 효율이 좋았고, 가장 힘들었던 방식이기도 하다.


한 가지 방법만 소개하자면, 먼저 영어 지문을 한국어로 번역한다. 그 후에 번역한 한국어 문장을 보고 영어로 다시 만드는 것이다. 그런 후 내가 만든 영어 문장과 원래 영어 지문을 비교하면 한국어 표현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영어 표현을 익힐 수 있게 된다.


통번역학원은 난이도 때문에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 분들께는 내 영어 공부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본인은 모르시지만) 박종홍 선생님을 추천한다. 그분의 수업은 통번역 학습법을 기반으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구성되어있어 영어학습법에 대한 감을 잡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10. 어학연수/교환학생 가기


난이도: ★★☆☆☆

접근성: ★☆☆☆☆

효율성: ★★☆☆☆

비   용: ★★★★★


장단점: 외부 환경을 잘 활용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돈만 날릴 위험이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외국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 사교적인 분.


먼저 어학연수의 사례들을 보자.


학생 A는 어학연수에 돈만 낭비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전부 한국인이었고, 그러다 보니 쉬는 시간에 한국말로 얘기하고 같이 술 먹고 놀러 다니느라 바빴다. 영어는? 당연히 별로 안 늘었다. 이력서에 한 줄 올릴 수 있겠지만 결코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학생 B는 어학연수에 성공한 케이스다. 같은 반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사교적이라 봉사활동, 각종 모임 등을 통해 진짜 미국인 친구들을 사귀었고, 영어를 금세 잘하게 되었다.


대부분은 A와 B의 케이스 중간 어디쯤에 위치해있으리라 본다. 중요한 건, 어학연수와 한국에서 배우는 학원 수업 내용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수업 자체보다는 수업 외적인 환경에 어학연수의 메리트가 있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외국인 친구들. 그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외국인이겠지만, 길을 가는 사람들도 다 외국인이다. 이런 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전적으로 학생에게 달려있다.


교환학생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정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오히려 '어학 공부'의 무게가 떨어진다. 수업 중에 혹시 그룹 프로젝트가 있으면 영어에 대한 노출이 확 된다. 다만 어학연수와 마찬가지로 사교적이지 않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 환경을 잘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나처럼 한국 친구들과 술 먹고 놀기만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어학연수/교환학생이 내게 맞는 방법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결정하자.




일반적인 토종 한국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어 공부 학습법에 대해서 분석해봤다. '외국인 친구(애인) 사귀기'라던가 '외국 회사에서 일하기', '미국 대학 다니기'와 같은 방법은 넣지 않았다. 당연히 위에 언급한 방법들이 무색해지는 최고의 방법들이다. 다만 이런 방법들은 내가 원한다고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위의 글은 전적으로 내 의견에 불과하다. 내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학습법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처럼 수많은 비용 낭비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영어 학습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에 불과할 뿐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총리도 죽을 때까지 매일 아침 영어 공부를 했겠는가.


영어가 목적이 아닌, 영어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즐기고, 더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영어를 배우는 과정을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Cheers!

이전 01화 가이드 - 영어 듣기가 안 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