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방문을 앞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흥미로운 점들
싱가포르는 2016년 출장으로 3박 4일 다녀온 경험이 있다. 아무래도 당시에는 일 때문에 갔던 터라 싱가포르를 충분히 즐길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2019년,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싱가포르 여행을 갔다. 이 여행은 싱가포르라는 나라에 대한 나의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시각을 바꾸게 한, 내가 여행하며 발견한 싱가포르에 대한 흥미로운 점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싱가포르 여행을 앞둔 사람이나 평소 이 나라에 대해 잘 몰랐던 사람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에.
2019년 싱가포르 재방문을 앞두고 나는 도서관에서 싱가포르 여행책과 리콴유 (Lee Kuan Yew) 관련 책을 빌렸다. 단순히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좀 더 생산적인 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명 정치가이다. 싱가포르를 동남아 제일의 경제강국으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한 지도자이지만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깊이 하지 않겠으나, ‘정치는 동시대를 살아본 사람만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은 꼭 말하고 싶다.
싱가포르라는 국명은 옛날 수마트라의 왕자가 사자를 잡았다고 하여 붙여진 사자의 도시 ‘싱가푸라’에서 유래되었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멀라이언은 싱가포르의 유래 ‘사자’와 해양국 이미지를 나타내는 ‘인어’를 합성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싱가포르는 1819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분리 독립하였다.
싱가포르의 국토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더 크고, 인구는 556만 명으로 서울의 절반 정도다. 1인당 GDP가 $ 5만으로 서울의 1인당 GDP($ 3만) 보다 높다. 종족은 중국인, 말레아인, 인도인, 기타 순으로 많다. 따라서, 공용어는 다양하고 필수 언어는 영어이다.
나와 엄마는 싱가포르를 돌아다니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검색해보거나 책에서 찾아보았다. 우리는 4박 5일 동안 싱가포르라는 나라를 최대한 알아보고 싶었다. 아래의 내용은 엄마와 내가 흥미롭게 느꼈던 것들이다.
1. 싱가포르는 부정부패가 거의 없다. 싱가포르 부패행위 조사국의 권한은 막강하며, 공직자의 급여는 웬만한 서방국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뇌물의 유혹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2. 자가보유율이 90%에 달한다. 집값의 90%를 주택개발청을 통해 저금리 장기 대출을 받아 CPF(중앙 연금기금)로 충당 가능하다.
3.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군인에 대한 복지는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우수하다.
우리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어느 날 새벽에 호텔 건너편 경기장 같은 곳에 들어가려는 자동차 줄이 매우 길었다. 싱가포르는 차가 막히는 일이 거의 없다.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사람들의 절반은 군인이었고 절반은 그들의 가족으로 보였다. 왜 그곳에 모였는지 궁금해서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독립기념일 행사 연습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싱가포르 군인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싱가포르의 국방비는 GDP 기준 6%이며, 이는 한국 국방비의 1/3 수준이다. (싱가포르 병력은 약 7만 명, 한국은 약 70만 명) 복무기간은 약 2년이며, 일반병사는 월 80만 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또한 민간 의료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전역자에게는 약 800만 원, 연금, 시민권 획득, 주택지원 등을 준다. 특이한 점은 영주권자도 군대에 가야 하며, 군대에 다녀오면 시민권 획득이 가능하다고 한다. 개인 사정은 봐주지 않으며, 23세 이후 입대 연기는 불가능하다.
4. 공사현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건물을 철거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특히 오래되거나 역사가 있는 건물들. 아무래도 역사가 짧은 나라이기 때문에, 더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박 5일 싱가포르를 돌아다니며 내가 느낀 점은,
1. 싱가포르는 국민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는 나라인 것 같다. 군인과 전역자 그리고 공직자에게 주어지는 혜택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에겐 그에 맞는 보상을 해준다.
2. 싱가포르는 잘 만들어진 하나의 도시 같다. 특히, 여러 면에서 여의도 같다. 마리나 베이 샌즈를 둘러싼 모습이 꼭 여의도의 높은 금융 건물들과 한강 같다랄까. 건물 하나하나 특이하지만 이질감이 없다. 마치 처음부터 설계된 신도시처럼.
3. 짧은 역사,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 그렇기 때문인지 볼거리/관광지들을 신경 써서 만든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예를 들어, ‘가든스 바이더 베이’는 단순히 하나의 거대한 정원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로에 지구온난화와 같은 자연 문제를 상기시키는 내용까지 섬세하게 디스플레이해놓았다.
나는 이번 여행을 가기 전에, 싱가포르로 이민도 생각을 했었다. 아시아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가 조화롭게 섞여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역시나 다민족 국가이면서 아시아 비즈니스의 hub(중심지)으로 싱가포르 지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이 많아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민 생각은 접기로 했다. 작은 나라는 흥하기도 쉽지만 망하기도 쉽다. 올바른 지도자는 나라를 부흥시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지도자는 나라를 쇠락의 길로 빠뜨릴 수도 있다.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