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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에이티브 런던 May 09. 2020

내 브랜드가 이 업계의 넷플릭스다.

팬더믹시대의 DTC: Direct to Customer 브랜드 다시보기

COVID-19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중 하나는, 오프라인 매장인 리테일업계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지난 5년간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쇼핑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럽국가의 락다운 (lockdown)이 이제 2달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재 및 식료품과 같은 everyday product의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행태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이전글에 소개한 Odd Box도 영국 런던의 락다운 이후 가입자가 3배이상 증가하고,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레스토랑과 카페들도 온라인 딜리버리를 시작하면서, 한국보다 약 10년 이상 뒤쳐진듯했던 런던의 온라인 상권이 단기간내 크게 바뀌고 있는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현재 락다운 상황에서의 컨택트를 최소화한다는 이점 이외에, 가격이 좀 더 저렴하다는 부분도 있지만 체감이 큰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Odd Box 를 제외하고는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일상에서도 굳이 계속 이용하고 싶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서론이 길었는데요. :) 바로 이렇게 브랜드 및 서비스 오너 (owner)가 소비자의 문앞까지 자신의 브랜드 제품과 서비스를 배달해 주는 판매 방식은 디지털미디어의 발달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합니다.

DTC.  Direct to Customer 의 의미로 한국에서는 의료업계와 패션업계에서만 주로 소개되고 있으며, 필자가 거주하는 영국에서는 식료품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말 창의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업계에서 DTC 를 혁신시키는 브랜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DTC 의 혁신을 다양한 업계에서 이끄는 곳은 다들 예상하시는바와 같이 미국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국의 브랜드 사례에 집중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하게 성공한 미국의 DTC 브랜드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패션과 코스메틱 업계는 소셜미디어와 인플루언서의 팬덤에 가장 오픈되어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성장한 Glossier, Dollskill 등 저도 잘 모르는 브랜드가 수십,수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투자를 받고 (또는 투자없이 순수 매출만으로) 무섭게 커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DTC 라는 마케팅 용어를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 이미 한국에서도 매우 익숙한 방식이긴 한데요.

미국은 이런 밀레니얼 소비자를 뛰어넘은, 다양한 타겟층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제품에서도 DTC가 있습니다. 와비파커, All Birds와  달러셰이브 클럽은 한국에서도 꽤 알려져 있거나 진출했죠. 여행용 가방 브랜드 Away, 침대 매트리스의 Casper 등도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사실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 없이 디지털 판매와 마케팅만으로 성공했지만, 성장에 있어서는 DTC의 한계가 있으며 결국 "성공 후 더 성장" 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판매경로를 따라갈 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DTC는, 비록 한계가 있어도 중소 브랜드를 키워가는 데 있어 매우 비용효율적이며 효과적인 고객관리의 판매 방식인 점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천편일률적인 공식은 다음과 같죠.


브랜딩 - 마케팅 - 비용절감으로 인한 소비자 혜택


이 3가지 꼭지를 중심으로 DTC 브랜드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해 왔습니다만, 지금은 지속적성장을 이뤄내는 티핑포인트에 있느냐, 아니면 소비자관심에서 멀어지는, 곧 잊혀질 브랜드가 되는 시점을 맞이한 브랜드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승패를 결정 짓는것은, 브랜드-마케팅- 비용절감을 넘어선 DTC만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데 있겠지요. 


다시 DTC 브랜드의 속성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DTC 브랜드는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전문 리테일러 등 추가 유통경로없이 바로 고객에게 판매되는 방식입니다. 중간 유통경로가 없어 초기 창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아니라,  마케팅 및 고객 접근 비용 투자에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한 비용 절감을 다시 브랜드와 제품에 더 쏟을 여력이 생기죠.


말만 들으면 누구나 할수 있을것 같지만, 어려운 이유는 낮은 진입 장벽만큼  더 큰,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더 많은 실패 요소가 있다는 말이지요. 이것은 DTC로 판매하고 마케팅에 국한된 전략의 한계 때문이죠.  브랜딩과 마케팅에서 조금 더 나아가 소비자와 관계 lock-in을 위한 방식을 취하는 브랜드들은 "구독"서비스를 추구합니다. 

(제공 : LUMA) 미국에는 패션, 화장품, 식음료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에서 탄생한 DTC 브랜드 제품과 서비스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오래 살아남는 DTC 브랜드의 성공요인은 직접 판매로 유통비용과 고객 직접 커뮤니티보다도, 직접판매로 이뤄지는 모든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중한 데이터를 잘 사용하는데 있습니다


DTC 브랜드의 가장 큰 힘은고객과의 관계를 직접 쌓는것에서 내 브랜드 파워의 오너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용절감은 쉽게 타 경쟁 브랜드에서도 제공가능한 가치이지만, 내 브랜드와 맺어진 고객관계는 경쟁사에서 대처하기도 어렵고, 대형 브랜드에서도 구축하기 어려운 DTC 브랜드만의 가치죠.  그래서 이 관계에서 오는 소비자 데이터, 이 데이터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는 기술, 그리고 고객과 이어진 접점을 만드는데 집중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와인계의 넷플릭스 - WINC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Wine Club이라는 힙하고 세련된 느낌의 온라인 와인 커뮤니티에서 드디어 직접 와인메이킹을 하면서 WINC라는 브랜드가 탄생합니다. 초기 투자받은 $2.2M (약 26억) 에서 시작하여 2016년에는 $17.5M (약 210억) 까지 투자를 받아 와인계의 넷플릭스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개인투자자들까지 나서며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층을 키워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나 온라인 광고 및 PR 내용을 보면 매력적인 브랜딩 패키지에 와인 정기구독이라는 핫한 아이템을 결합한 서비스만으로 보입니다. 

인스타그램용으로 완벽한 아트디렉팅의 이미지들
심플하고 매력적인 패키징


Wine Club 으로 시작한 브랜드답게, 제품셀렉션도 나의 취향과 목소리가 반영됩니다. 


WINC를 시작하려면 퀴즈 정답을 모두 입력해야 가능한데요, 단순한 서베이 같지만, 고객 커스텀과 큐레이션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초기과정입니다. 넷플릭스나 왓챠 서비스를 사용하는것 같죠?

개인적 취향 및 선호 Flavour 를 파악하는 퀴즈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은 "이론에 기초하여 내 취향에 맞는" 4병의 와인을 추천받습니다. 추천받은 와인을 $13에 구매할수도 있고, 다른 추천을 받아 선택할수도 있습니다. 일단 구독가입자가 되면 월 3병의 최소 주문수량을 채워야 하며, 4병 주문시 배송비가 무료이기에 월구독자가 보통 4병을 주문하게 됩니다. 


와인 추천은 가입초기 퀴즈 뿐 아니라,  WINC가 캘리포니아의 힙한 레스트랑과 바에 WINC 와인을 공급하기에, 소비자의 레스토랑 및 외식 선호도에 맞춘 와인추천도 함께 가능합니다. 

와인을 좋아하지만, 와인 지식에 어렵게 느껴졌던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천받은 와인은 아마도 내가 직접 선택할 가능성은 없는 와인들이 많다. 그렇지만 나는 WINC에서 추천해준 새로운 와인을 늘 즐기게된다" 


이렇게 내 취향의 베이스라인에 적합한 와인을 지속적으로 추천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와인업계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창업자 Smith 가 제안하는  "Smith-curated option" 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와 전문가들이 고객의 최초취향과 고객의 거주 지역에 유통되는 와인정보를 바탕으로 한단계 높은 큐레이팅 와인 셀렉션을 주문할 수 있는 옵션입니다. 

WINC 구독자의 기초 취향을 파악하기 위한 퀴즈. 

 

이뿐 아닙니다. 브랜드-유통-직접제조의 모든 사이클에 컨트롤 가능한 WINC 인 만큼 니치고객을 위해 세계적인 하이엔드 와이너리와 협업하여 럭셔리 와인 라인을 개발하기도 하죠. 물론 WINC 의 열정적 구독고객을 위한 스페셜 라인과 같은 개념입니다. 가격은 기본 와인의 약 3-5배입니다. 물론 기존 구독고객의 정보를 이용한 수요파악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제공가능하구요. 


만일 내 취향을 반영해서 만들어진 와인이 있다면 어떨까요? 

WINC 고객들의 취향적 호기심과 창업자 Smith의 특이한 음료에 대한 취향이 결합으로 만들어진 와인인 Summer Water Rosés 는 고객들과 함께한 일종의 실험적인 와인이었습니다. WINC를 통해 유통 될 뿐 아니라, 일반 가게와 레스토랑에서도 판매되었습니다. 

Summer Water Rosé,

단순하게 유통체인에서 자유로워진 DTC 브랜드가 아니라 진정한 "소비자 중심 consumer-forward"와 와인이라는 분야의 소믈리에 진정성으로 결합된 방식이죠.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인 만큼, 정기구독 멤버쉽도 유연하기에, 와인배달 서비스를 쉬고 싶은 달에는 언제든디 건너뛸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WINC 서비스의 성장기로에 있는 런칭 후 4-5년째는 Wine Club의 애호가뿐 아니라 좀 더 대중적인 수요를 흡수하면서 "배송서비스" 와 같은 운영적인 면에서는 잡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consumer-forward"의 정신을 반영한 제품 가치는 혁신적이지만, 가입서비스의 사업의 기본에는 충실해야 WINC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들어내는 티핑포인트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혁신적인 기술과 소비자 데이터를 반영한 DTC 브랜드가 있습니다.

코카콜라에서 투자한 음료브랜드인 Iris Nova입니다. 

유통경로를 보면 사실 최소한 2000년대 초반에 한국이든 일본에서든 볼 수 있는 그런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브랜드는 단순히 벤딩머신을 놓는것에 그쳤다면요. 하지만 iris nova는 다양한 소비자 정보를 이용해 직접판매관계를 구축해왔으며, 코카콜라는 이 고객관계 구축기술과 소통 전략에 투자를 한것이죠.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에는 고객 문자 서비스로 판매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Iris Nova

 

DTC 판매방식은 내 브랜드를 초기비용 리스크없이 런칭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것을 사업가 워너비의 밀레니얼들에게는 정말 천운과 같은 기회를 열어주죠.


하지만 그만큼 경쟁적입니다. 가내수공업 그 이상의 성장을 원한다면  대형 브랜드와 비슷한 힙한 중소 브랜드와 차별화할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해야하지만, 쉽게 벤치마킹 당할 수 있기에 기본에 충실한 소비자와의 관계 구축도 중요하지요.

내 업계의 넷플릭스같은 브랜드가 된다는것은, 단순히 브랜딩과 마케팅, 가격 경쟁력이 아닌 내 브랜드만의 생태계 ( whole new ecosystem ) 을 구축해야한다는 의미일지 모릅니다. 



한국은 DTC 브랜드가 많이 있지만 아직은 가내수공업이나 패션 인플루언서에 의존하는 수준이고, 영국은 이제야 DTC 브랜드에 소비자들이 조금 더 오픈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각 나라, 지역마다 다른 소비자의 취향과 욕구를 잘 파악하여 소비자 중심의 제품가치와 고객관계 구축의 생태계를 조성 (Consumer-Forward, Customer Relationship)하는것이 DTC 브랜드 오너들이 지속 성장 가능한 가치를 발굴하는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할것 입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는 또다른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브랜딩에만 치중한다면, 가내수공업 수준의 DTC로 좋은 경험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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