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0) - 종로구 종로1가의 '서린낙지'
개인적으로 철판낙지볶음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양념 진한 낙지볶음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반찬형 낙지볶음'이라 칭하는데, 매콤한 양념이 범벅으로 들어간 칼칼한 맛의 낙지볶음을 다루는 곳, 서린동에서 기원해 현재는 건너편 종각역과 광화문역 인근에 위치한 '서린낙지'다.
※ 서린낙지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30 ~ 22:00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 매달 2, 4번째 일요일, 매달 1, 3번째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 가능 (종로 르메이에르 지하 주차장, 2시간 정도 지원)
- 테이블식 구조, 상당히 넓은 편이나 한창일 땐 웨이팅도 가능
- 화장실은 반 외부 (남녀 구분 건물 화장실)
- 주력은 낙지볶음, 그리고 함께 조합해 먹는 베이컨소세지
- 기본 반찬은 셀프로 리필 가능
- 매운 편이나 맵기의 정도는 중간, 베이컨소세지로 인해 낙지볶음을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방문하기 좋은 이점이 있다.
- 낙지볶음은 조리형 낙지볶음 (빼어난 국산 산낙지의 맛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만족스럽지 못하겠다.)
- 베이컨소세지는 칼칼한 부대볶음과도 비슷하다. 햄이 맛을 내기 때문에 부대볶음이 당기는 이들도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하다.
대개 산낙지철판의 경우 국내산 낙지가 많은 편인데, 요새 서린낙지와 같은 완성된 조리형 낙지볶음의 경우 수입산 낙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역시 '태국산' 낙지다.
먼저 소개하는 서린낙지의 낙지볶음의 모습이다. 낙지볶음도 철판이냐, 낙지의 머리는 달렸는지, 조리형으로 나오는지 참고할 수 있도록 미리 사진 일부를 첨부한다.
이제 가게를 소개해 보자. 필자의 경우 소주가 빠질 수 없으니 대중교통을 통해 이용. 르메이에르 빌딩 2층 에스컬레이터를 올라오면 위치 약도가 소개되어 있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방문해 다행히 웨이팅은 없다. 허나 급격히 사람들이 릴레이 최면에 걸린 듯 속속 들어온다.
내부의 모습, 사람들이 이곳에서 당연히 찾는 메뉴가 테이블 별로 세팅되어 있다. 콩나물 수북하게 올라간 베이컨소세지인데, 어차피 시키니 끓이면 되는 상태로 세팅해둔 것. 낙지볶음은 금세 나오니 철저한 준비성과 나름의 회전을 높이기 위함인 듯하다.
'서린낙지'의 메뉴판. 메뉴 단품으로만 보자면 가격은 다른 낙지볶음집 대비 보통인 편. 주류의 값은 이제 5천 원 이상의 시대.
하지만 뭐랄까, 이곳의 메뉴판과 음식의 구성을 보면 영업 전략을 잘 짰다는 판단이 든다. 싸다고 하는 낙지볶음의 집은 대개 2인을 시키면 저 가격이 나오는데, 그런 곳은 보통 야채 듬뿍의 낙지볶음이 나온다.
허나 이곳은 낙지 위주로 구성된 볶음이다 보니 콩나물이 들어간 베이컨 소세지를 추가로 주문해야 어느 정도 모양새가 맞아떨어지는 구성, 시켜야 할 메뉴를 도합해 본다면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셈이다. 2개를 시킬 수밖에 없다. 전략적이다. 종로의 지략가 낙지볶음.
본격적으로 음식을 만나보자. 낙지볶음이다. 양념과 낙지 위주로 구성된 범벅의 볶음.
더불어 함께 등장한 베이컨소세지. 콩나물, 양파, 소세지, 베이컨, 김치, 감자 소량의 구성이다.
한 상 차림이다. 추가로 부어 줄 콩나물무침, 동치미, 짠지, 케첩과 겨자소스. 소주 한 병. 술 한잔하기엔 그럴듯하다. 필자의 경우 아직 배가 덜 꺼진 적당한 상태로 밥 없이 안주로서만 승부.
머스터드가 아닌 케첩과 겨자 소스.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시식. 음, 막 떠오르는 대로 지껄여 보자면 걸걸하게 맵싹한 맛이다. 매운맛이 어느 정도 텀이 지난 뒤에 올라온다. 감춰진 매운맛이라고 할까? 그래서 베이컨소세지와 함께 끓이면 매운 기운이 더욱 치고 올라오는 듯하다. 맵기는 필자에게 중간의 정도로 그리 맵진 않은 편.
식감은 굉장히 부드러운데, 오징어, 낙지의 질긴 식감을 싫어하는 이들도 곁들임으로는 즐기기 쉬울 것이다. 그대로 밥과 비벼도 좋을 알싸한 낙지볶음의 맛인데, '서린낙지'의 전략가적인 면모는 여기서 또 엿볼 수 있다.
베이컨소세지에 볶음 절반을 넣는다. 이색적인 조합이나 매력 있다. 김치와 콩나물이 한가득인 칼칼한 베이컨소세지여서인지 마냥 부대볶음스럽진 않아 쿵짝을 잘 이뤄내는 조합. 무엇보다 필자가 전략가스럽다 하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낙지볶음을 저 베이컨소세지라는 조합으로 대중성을 높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어찌 보면 음식 구성으로도 전략을 잘 짠 셈이다. (물론 단기 전략이기라기엔 아주 오래된 내공을 지닌 메뉴지만 말이다.)
필자는 전부 붓진 않았다. 오늘은 술안주로 대하는 날이니, 낙지볶음은 원형 그대로도 안주 삼기엔 좋다. 절반은 볶고, 절반은 남겨둔다.
볶음과 베이컨소세지를 섞어서 한 입. 참, 오래도록 끓여 술 한잔하기에도 좋은 집이다. 계속 끓일 수 있으니 말이다. 성시경 씨의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기도 했던 것은 녹번동 '서부감자국'이 이곳과 비슷하다는 점. 깔끔하게 시작해 끓일수록 먹는 도중에 맛이 점점 진하게 차오름을 느낄 수가 있다. (물론 필자는 초반의 깔끔한 국물의 감자국이란 점이 매력적이었다.)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메뉴다. 더불어 연말이면 습관처럼 광화문 교보문고를 들리는 필자인데, 겸해서 식사로도, 술 한 잔으로도 방문하기 좋은 곳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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