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00) - 제주 제주시 우도면 연평리의 ‘띠띠빵빵’
1년 만에 다시 찾은 우도. 이렇게나 빨리 다시 찾을 거라 생각 못 했는데, 이번 우도는 개인의 사심 아닌 모처럼의 부모님을 모신 효도 관광이었다. 그중 당황스러웠던 점이라면 여행지에서 매번 신문물을 접하려는 필자와는 다르게, 부모님은 낯선 음식은 편히 즐기시지 못한다는 점. 이거 꽤나 난제더라. 그 언젠가 모시고 온다면 꼭 맛 보여 드려야지 했던 제주의 신문물들은 충청 토박이 부모님의 경계 패시브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
다만 이번 음식은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주인공은 갈치, 고등어, 성게, 딱새우도 아닌 짜장면. 내내 입맛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시다가 이거다 싶어 비우시는 모습에 필자마저 맛있게 먹게 되더라. 그래, 익숙한 것이 좋지. 그리고 함께 먹는 이들까지 맛있게들 잡숴주셔야 맛집이고 제맛이지.
경주에서 ‘소문각’이 그러했듯 이번엔 우도에서 만난 짜장면이다. 오션뷰는 덤. ‘띠띠빵빵’의 짜장면과 탕수육을 이번 먹기행의 주인공으로 만나보도록 하자.
※ ‘띠띠빵빵’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07:00 ~ 19:00 (라스트오더 18:30)
* 우도의 바다 둘레길로 위치해 그런지 휴무가 특이하다. ‘풍랑주의보’시 휴무
- 주차 가능. (가게 옆으로 공터가 위치)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키오스크 주문
- 우도의 비양도 인근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오션뷰 중국집.
- 때문인지 중국집스럽지 않고 아기자기하다. 심도 있는 중국집이라기보단 캐주얼한 짜장, 짬뽕, 탕수육 등의 메뉴들을 서비스.
- 해물짜장면에서 새우 외의 해물은 찾기가 힘들더라. 짜장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된 걸지도.
- 꽤나 평범한 음식들이었는데, 좋은 날의 바다 덕일지. 맛있게 드시는 부모님 덕일지. 평소보다 맛이 버프된 듯한 기분이었다.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우도 순환버스를 타다가 거점으로 멈춘 곳은 ‘비양도’. 점심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었는데, 본래 예정한 곳은 작년에 만났었던 우도의 로컬집, ‘소섬바라기’였으나 연인의 냉철한 판단력과 결정으로 이곳을 택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낯선 음식은 쉽게 다가가시질 못하니 이제부터는 좀 편한 음식들로 가자고.
그렇게 이름도 귀여운 ‘띠띠빵빵’을 만나게 되었다.
가게는 야외 테이블 이용도 가능한데, 이야. 이거 날씨 좋은 날엔 끝내주겠구나. 다만 왜 풍랑주의보 시 휴무인지는 알겠다.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바다 인근이라 그런지 날림이 극심하니 말이다.
때문에 필자는 가장 바깥 자리에 착석. 바다도 넉넉히 보이고 바람도 적어 더욱 좋더라.
바로 주문 키오스크를 통해 해물짜장면과 흑돼지탕수육 小짜로 주문 후.
도착한 기본 찬. 달달한 탕수육에 빠지면 섭할 간장 소스는 별도로 제조하면 되시겠다.
먼저 도착한 해물짜장면인데, 으음? 네이밍은 좀 어울리지가, 아니 맞지 않다 하겠다. 섬마을의 짜장들처럼 톳이 들어가 있을까? 기대도 했는데, 돋보이는 해물이라면 저 새우들뿐. 짜장 소스에 어찌 가미가 되었을 수도 있겠으나 소스에서 비중 있게 느껴지는 건 잘게 간 다짐육들뿐이니, 음.
그나마 바다 내음 맡으며 즐기는 짜장면이니 바다짜장면이 더 나을 지도. 바다가 함께 주는 감동이 더욱 진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아쉬운 건 둘째치고 맛있게 먹은 건 부정할 수가 없겠다. 맛있었다. 정말 생각보다 코를 박고 정신없이 먹게 되었는데. 이거 이거, 우도에서의 짜장면 무섭더라. 초행길에서 매번 새로움만 찾았던 필자를 반성하게 만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되려 새로운 장소에서 즐기는 익숙함. 이 또한 기가 막힌 별미로구나.
바다와 짜장면. 개인적으로는 섞이지 않을 것만 같은 녀석들이 만나니 신구의 조합 느낌을 주기도. 그중에서도 제일 좋았던 점이라면 제주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시는 부모님을 마주하게 된 점인데, 이거 맛이 배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비싸고 화려한 낯선 것들보단 익숙한 짜장 한 그릇에 폭 빠진 부모님을 보니, 참 역시 우리 어머니, 아버지스럽다 생각도 했고 말이다.
감상에 빠지게 되는구나.
자, 이어 소개할 것은 흑돼지 탕수육. ‘흑돼지, 돔베, 아강발’의 키워드.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할 땐 기대하게 되다가 뭐야, 육지의 것들과 별 차이가 없잖아? 하게 되는 제주의 대표적인 키워드. 이 탕수육 또한 그러했다.
다만 마음에 들었던 점이라면 뻔한 중국집의 탕수 소스 아닌 은은한 타입의 과일 탕수라는 점. 게다가 적부먹. (적당히 부어진). 개인 취향의 차이이긴 하나 정말 빼어난 맛집은 부먹을 고수하는데, 이곳 역시 부먹 스타일이다. 늦게 나와 짜장과 곁들이기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식사는 마무리. 이번 제주 여행에선 익숙한 것이 진리라는 키워드에 호되게 당한 필자다. 부모님을 모신 여행이라 그렇긴 하겠다만, 항시 새로움을 찾았던 필자마저 여행+익숙함이란 그 조합에 폭 빠져버렸으니. 이렇게 또 배우는 것인가?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어떠한 산해진미 음식들보다도 내 앞에 소중한 이들이 맛있게 즐기면 그게 또 맛집이고, 그걸로 됐다는 점.
참 맛집의 개인적인 탐구와 정의는 끝이 없고, 부모님을 향한 효의 마음도 끝이 없는 와중에 짜장면이 탄탄하게 연결고리를 놓아 줬다.
고독한 먹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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