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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을 위한 시장 닭볶음탕 맛집, '평화식당'

고독한 먹기행 (11) - 중구 신당동의 '평화식당(평화회관)'

by 고독한 먹기행

한파를 뚫고 동대문 종합시장을 헤맸다. 귀가 아리고, 살이 아리는 기분. 정말 제대로 추운 날이었는데. 맹추위의 낮 시간에도 의류를 구매하기 위한 소매상들은 강하더라. 연인의 귀중한 코트가 부상을 입어 치료를 위해 가죽 한마를 찾기 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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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친절한 상인분들이 알려주신 정보를 경로 삼아 있을 법한 집을 돌아다니니,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허기. 추운 날의 허기는 무척이나 무서운데, 제대로 된 음식을 채워줘야 몸이 녹는다. 이걸 기대하고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방문한 따끈한 신상과도 같은 집. 동평화시장 뒤편에 위치한 제대로 된 맛집으로 '평화식당' 이란 곳인데, 그곳에서 만난 인생 닭도리탕을 기술해 보도록 하겠다.




동평화시장 뒷골목에 위치한 곳. 골목엔 음식점이 밀집해 있는데, 주로 시장 상인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다. 상호는 '평화식당'인데, 간판에는 '평화회관'으로 적혀있다




※ '평화식당(평화회관)'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24시간 영업 / 매주 토요일 정기휴무

- 테이블석 구조 (2층에 앉으면 좋다.) / 화장실은 1층 실내에 위치

- 동대문 시장 상인들을 위한 시장 맛집이다. 때문에 자주 찾는 이들을 위해 메뉴의 가짓수가 많은 듯하다.

- 가격도 시세 대비 저렴한 편.

- 메뉴의 금액과 별도로 공깃밥은 1,000원씩 계산 (밥은 부족하면 더 얹어주신다.)

- 상당히 친절한 직원분들.



너무 추웠다. 들어가자마자 헐레벌떡 2층으로 황급히 들어가는데, 이번 한파 정말 무섭구나 싶다.



탁 트인 통창이 있는 2층의 구조다. 보일러를 틀어주셨는데도 통창 탓인지 상당히 추웠다.



그래도 오래된 동대문 골목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메뉴판을 살펴보자. 메뉴의 가짓수가 상당히 많고 범위가 다양하다. 아마 시장에 위치한 식당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인 특성상 자리를 뜨거나 멀리 갈 수 없으니, 인근의 한집에서 두고두고 시켜 먹을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매번 같은 메뉴나 제약적인 메뉴로 승부 하긴 어렵기 때문. 백종원 대표님이 말하는 단일 메뉴의 승부, 특수한 시장에서는 허용되지 않을까? 일종의 상인들을 위한 식당의 배려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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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메뉴판. 관광객을 상대하는 집이나 메뉴의 특수성이 강한 화상집에서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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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등장한 '평화식당'의 기본 밑반찬이다. 부추파무침, 계란후라이, 멸치볶음, 깍두기, 검은깨묵무침, 애호밖볶음, 콩자반. 조금씩 변동이 있을 수 있나 보다. 간이 조금 있는 편인데 검은깨묵과 애호박은 정말 좋았다.



자, 이제 등장한 하이라이트다. 끓이기 직전의 닭볶음탕, 감자와 떡사리 파가 주를 이루는데. 구성이 마음에 든다. 간혹 고구마가 들어간 집도 있는데, 아니어서 좋다. 양도 푸진 것이 비주얼로는 합격이다.



'평화식당'의 닭도리탕 小짜 한상 차림이다. 국물을 떠 한 입 해보는데. 크으, 부정의 부사 '너무'가 붙었으나 맛보자마자 그냥 바로 '너무 좋다.'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시장 특유의 강한 간과 진한 맛. 한파에 제대로 정면 승부를 펼치는 녀석이다. 맛 자체로 본다면 FM 코스를 밟은 닭도리탕인데, 시장만의 감성이 더해졌다.



정말 허겁지겁 먹게 되었는데, 양념의 맛도 참 좋다. 닭고기의 맛도 나쁘지 않은데, 시장의 맛이다. 푸지게 든 감자의 양도 마음에 들고, 덕분에 밥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밥도둑 닭도리탕은 어린 시절 이후 오래간만이다. 국물을 먹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집은 갈치조림도 분명히 맛있을 거란 확신 말이다.


인생 닭도리탕이라 해도 손색없는 맛이었다. 술과 함께 하지 못한 것도 아쉬웠는데, 그냥 마시고 대리기사님을 부를까 싶을 정도. 흔한 맛집 도서나 맛집의 리스트에는 실리진 않겠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찜해두었다. 인생 닭도리탕 중 하나로 말이다. 친절함은 덤이었다.



고독한 먹기행

한파에 치였다가, 닭도리탕의 맛에 치였다가.

제대로 얼얼해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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