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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면의 촉감을 느끼는 경험, '우동가조쿠'

고독한 먹기행 (13) - 성동구 행당동의 '우동가조쿠'

by 고독한 먹기행

오래간만에 만나본 음식, 우동. 당시 만났던 우동의 면은 촉촉하고 쫀득함의 극치를 보였는데, 너무 쫀득해서인지 탄력과 결속력이 좋아 꽤나 단단하다라는 인상까지 느껴지더라. 가히 한국, 그것도 어느 대학가 앞에서 이 정도면 인기를 끌지 않을 수가 없겠다. 붓카케 우동을 넘길 때 쫀쫀한 그 식감과 입안의 감촉이 지금도 면만큼이나 생생하고 탄력 있게 떠오르는 집. 


'한양대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작은 우동 전문점, '우동가조쿠'에 대한 이야기다.



※ '우동가조쿠'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1:00 ~ 20:00 (브레이크타임 15:00 ~ 17:00)

* 수량 소진 시 조기 마감, 명절만 휴무

- 주차는 불가하다. (다만 바로 앞이 한양대로 교내 주차장을 활용하면 용이하긴 하겠다.)

- 카운터석, 2인, 4인 테이블로 구성된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공용으로 추정된다.)

- 이곳 본점을 필두로 총 3개의 분점이 자리 잡고 있다.

- 근사한 맛 대비 가격도 저렴한 편. 가성비 집이다.

- 어느 때든 웨이팅이 있을 것으로 추정. 브레이크 타임 중에도 종료 시간을 앞두고 가게 앞에 줄이 형성.

- 브레이크타임 종료 시간에 딱 맞춰 정시에 도착하면, 웨이팅 손님들이 한 번에 들어가 주문하므로 입장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 수 있다.

- 저녁에 방문할 경우 종료 시간 앞뒤로 텀을 두고 방문하는 것을 권장.

- '붓가케우동'을 가장 손에 꼽고 싶다. 개인 입맛으로 간은 조금 아쉬웠는데, 그래도 면발의 인상이 정말 강해 인상적인 집.

- 주류는 테라 캔맥주 주문도 가능 (단 분위기상 여유 있게 술 한잔할 집은 아니다.)



저녁 개시 30분 전 시간으로, 잠시 인근 마실을 다녀오니 개시 시간에 맞춰 대기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브레이크타임 종료 30분 전 도착한 '우동가조쿠'. 둥글게 커브를 그리는 한양대 정문 맞은편 도로변에 위치. 작은 가게로 생각보다 눈에 띄진 않더라.



인기가 꽤나 상당한 집인 듯한데, 이런 집의 경우 줄을 서기 때문에, 안내판 속 귀여운 이모티콘과 달리 브레이크 타임은 여지없는 칼이라 봐도 된다. 물론 원칙을 중시 여기는 일본 음식 전문점의 특성이기도 하겠다. 그런 올곧음만큼 각이 잡힌 면일까? 궁금하구나.

필자의 경우 바로 인근의 학교를 들를 일이 있어, 이후 대기 예정.



'제면소'. 저 말이 참 신뢰가 가게 한다. 바로 좌측으로 조금만 더 가면 비슷한 집이 있어 별관인가? 했는데. 음식을 준비하는 전용 공간인 듯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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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분 전, 다시 돌아오니 입구를 기준으로 시작줄이 마련되어 있다. 점심 백그릇, 저녁 백그릇씩 만들고 있단다. 2호점 오픈 소식도 붙어 있는데, 지금은 4호점을 거느리고 있으니 꽤 오래전 공지인 듯하다.


대기줄은 있으나 다행히 필자는 그냥 여유 있게 들어갈 수 있을 순번이라, 적은 웨이팅 시간의 맛집. 마음에 드는구나.



자 입장 전으로, 가게 앞엔 미리 메뉴를 찍어둘 수 있도록 메뉴판이 진열되어 있는데, 가볍게 살펴보자. 대표가 붓가케(쯔유 베이스 국물의 냉우동), 가조쿠(튀김 올라간 사누키), 키츠네(유부 토핑 사누키). 이 세 가지인 듯하고.




이야, 우동만으로 시즌 메뉴로도 나누어져 있다. 제대로 된 우동집. 한양대생들 꽤나 부럽구나. 사이드 격의 메뉴들도 있으니 참고. 필자는 붓가케, 가조쿠로 찍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 해 여름 비빔도 맛을 한 번 봐야겠다.

각 잡고 찾지 않으면 우연히 마주치기 어려운 우동 전문점인데, 하단의 문구만 봐도 신뢰가 간다. 포차, 이자카야의 국물 안주용 우동 위주로 만나다가 오래간만에 마주한 사누키우동. 반갑구나,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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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장. 대기 중인 10명 조금 넘는 듯한 인원들이 일제히 들어가 주문을 한다. 이후 대기판을 가게 외부에 비치. 방금 손님들이 모두 착석했으니 이후 입장하는 손님은 운 좋으면 자리에 착석하거나, 대기판에 적고 기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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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좁지만 아늑한 편이다. 여러 유명 인사들의 방문 흔적도 보이고.



사장님으로 추정되는 분의 영광의 흔적들도 가게 한켠에 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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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참 깔끔한 편.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점은, 브레이크 타임 개시 전으로 실내를 점검 중인 직원분의 모습이었는데. 테이블에 부족한 것을 채우고, 물과 메뉴판을 비치하는 모습 등. 사소할 수 있지만, 의외로 보기 드물기에 인상 깊었다. 음식뿐만 아니라 가게 또한 일본 식당 특유의 서비스 정신을 느낄 수 있던 필자다.


그렇게 붓가케우동, 가조쿠우동, 유부초밥 주문 후 얼마 기다리지 않아,



먼저 '우동가조쿠'의 붓카케 우동. 자루우동을 좋아하는 필자기에 쯔유 베이스의 이 녀석을 택했다. 아 면이 담긴 모양새가 상당히 먹음직스럽게 아닌, 정말 먹고 싶게 담겨 나왔다. 쪽파와 텐카츠, 나루토마키 한 점 톡.



이것은 새우튀김과 마찬가지의 고명이 들어간 사누키우동인 '가조쿠우동'. 가쓰오부시 베이스 국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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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 가지 등장. 메뉴마다 접시가 색다른 점 또한 마음에 드는구나.



본격적으로 시식.



먼저 붓가케 우동. 아, 이거 굉장히 면이 대차다. 찬 국물까지 더해져 더욱 그런 느낌을 가미시켜주는데, 흡사 단단한 떡을 먹는 것 같기도 한 식감. 제대로 된 생면. 우동뿐만 아니라 면 요리 통틀어서 인상적인 면의 식감으로는 손에 꼽을 수준이더라. 한 가닥씩 먹어도 포만감과 식감이 입에 쫀쫀하게 들어차니, 국내에서 맛보는 사누키 우동의 극치가 아닐까?



더불어 저 쯔유 국물. 그윽함도 그윽함이지만 상큼함이 함께 느껴진다. 다소 간이 센 감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일본 간장 베이스다 보니 메뉴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구나. 다만, 단순히 짭조름하고 그윽한 쯔유 기본 맛 이상으로 과일 비스무리한 상큼함이 느껴져 꽤나 만족스럽다. 국물에 딸려오는 첫맛도 상당히 좋았고 말이다.




이어 훈연의 향이 느껴지는 사누키 우동. 붓가케보다 인상은 조금 약하더라. 동시에 먹어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국물은 참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은은하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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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로 주문했던 유부초밥. 유부초밥의 경우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간이 상당히 센 느낌이어서 아쉬운 점은 있었다. 그렇게 우동 한 끼 식사는 마무리.


몇 가지 느끼기에 간이 센 점은 아쉬웠으나, 전반적으로 정말 좋은 발견이자 좋은 경험. 공들여 뽑아낸 생면을 들이켜보는 경험, 좋구나.

이후 명지대 인근 우동 맛집이라는 '가타쯔무리'에 방문하더라도 꽤나 도움이 될 것 같다.


처음 맛보는 이들이라면 단연 붓가케 우동을 추천. 제대로 뽑은 일본식 우동면과 함께 면에 깃든 주인장의 인생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고독한 먹기행

이건 뭐, 먹는다는 행위가 아닌 입으로 촉감을 느낀다는 경험이었다.

그만큼 면에 들인 공이 느껴진다. 면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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