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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맛과 식감이 충돌하는 물회 한그릇, '횟집울릉도'

고독한 먹기행 (14) - 은평구 녹번동의 '횟집울릉도'

by 고독한 먹기행

물회, 더운 여름도 여름이지만 한겨울 집 안에서 몸이 뻑적지근할 때 생각날 때가 있다. 뜨근한 보일러로 눅눅한 몸을 시원하게 관통해 줬으면 하는 기분. 동네에 물회 전문점이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붐비기까지 하는 집. 그래서 찾았다.



방문한 곳은 역촌역 인근에 위치한 '횟집울릉도'다.



※ 횟집울릉도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30 ~ 22:00 (브레이크타임 14:30 ~ 17:00, 라스트오더 21:00)

*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 가능

- 역촌역 4번 출구에서 도보 4분 정도

- 주차는 불가하다. (인근 은평평화공원 지하 공영주차장 이용을 권장, 1시간 1,800원)

- 테이블식 반, 좌식 반의 구조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

- 포장 가능

- 10월~3월 동절기에만 활어회 개시 중

- 웨이팅이 있기도 한가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땐 붐비기만 했지 웨이팅은 없었다.

- '모듬물회'를 주력으로 하며 동절기엔 활어회도 개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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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은 네이버 지도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동일하다. 주차는 불가함을 명시 중이다. 은평평화공원 주차장이나 유니클로 주차장을 권장하고 있다. 뜬금없지만 물회와 유니클로 단독 매장이 있는 역촌동, 참 좋은 동네이자 천의 요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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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입성. 반은 테이블 반은 좌식의 구조인 '횟집울릉도' 필자의 경우 밤마실 차림으로 나왔기 때문에 좌식 테이블에 편히 착석한다. 작년 여름 기억으로는 보다 넓었던 것 같은데, 그땐 사람이 만석이어서 그리 느꼈나 보다. 굉장히 시끌벅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벽 한 면에는 '횟집울릉도' 상호답게 대형 사이즈의 울릉도 전경 사진이 자리 잡고 있다.



동해를 모델로 삼은 듯한 사진들이 또 벽면 한가득인데, 예사롭지 않은 사진들이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이곳의 사장님이 사진작가도 겸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수저통 뚜껑으로 자리 잡은 메뉴판. 필자의 경우 '모듬물회'로 주문, 회물회는 회만 들어가 있고, 모듬물회는 낙지, 멍게, 전복 등의 해산물이 함께 한다는 차이다. 이 차이로 인해 모듬물회로 눈을 돌리면 값이 급격히 상승한다.


필자는 모듬물회 2인분을 시켰는데, 둘이 먹기에도 양이 상당했고, 3인분처럼 느껴졌다. 방문하는 이들에 맞춰 메뉴 선정을 적절히 하면 좋겠다.




등장한 기본 찬들. 고추된장무침, 샐러드, 무생채, 무절임 등이다. 물회의 새콤한 맛을 중화시킬 미나리부추전도 함께 나왔다. 음, 찬의 구성은 조금 아쉽다. 새콤한 물회와 같이 쏘는 녀석들이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뭉친 소면도 조금 아쉬웠으나 물회가 워낙 싱싱해 어느 정도 감안되는 요소들이다.



미나리부추전, 잘게 썬 부추와 함께 미나리가 약간 들어간 듯한데, 물회 시식 이후, 급 활약할 녀석이다. (전은 리필 불가하며 추가 시 2,000원)



이어 등장한 '모듬물회 2인' 근사하다. 멍게, 낙지, 광어회, 방어회 약간, 전복, 해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듬은 값이 센 이유다. 정말 다채롭게 다 들어갔다. 이쯤 되면 모듬이란 표현 보다 종합세트물회가 낫겠다.



물론 한 잔의 술도 빠질 수가 없다. 씁쓸한 소주로 입안을 적심과 동시에 시큼한 물회 한 숟갈 후루룩 씹어 넘기는 맛. 무더운 여름도 좋겠지만, 겨울에도 꿉꿉한 몸을 깨우기에 좋다.



수북하게 올라간 야채와 해산물을 들어내면 아래엔 물회 육수가 한가득이다. 덜어냈다가 장에 찍어 별도로 먹어도 되고 통으로 비벼도 된다.



물회와 슥슥 비벼 한 그릇. 좋구나. 물회 육수는 깔끔하고, 기본적으로 횟감들과 해산물들이 정말 싱싱하다. 꾹꾹한 해삼, 육수로 쌉싸름해진 부드러운 멍게, 뚜걱뚜걱 산낙지와, 서걱한 바다 향의 전복까지. 식감과 맛 모두가 다채롭다. 온갖 존재하지 않는 형용사, 부사들을 남발하게 되고,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맛보았던 물회 중에선 단연 최고로 꼽을 맛이다. 사진으로도 맛으로도 가게를 완성했으니 사장님은 진정한 동해 사나이이신가? 보일러로 찌들어 동면에 든 듯한 위장을 싱싱함과 시원함으로 적셔냈다.




그러다가 이 녀석에 손을 댔는데, 음? 처음과 너무도 다르다. 처음엔 맹숭맹숭하니 그저 그런 녀석이었는데, 맛이 센 물회를 한참 입에 담다가 먹으니 묘하게 계속 씹고 음미하게 된다. 단순 중화의 역할이라기엔 급 부상한 녀석. 물회 탓인지 모르겠으나 미세한 간이 느껴질 만큼 느껴지는 맛이 좋았다. 이따금 느껴지는 미나리의 향도 좋고 말이다.


이렇게도 조합이 되는구나. 예상하지 못한 복병, 리필은 불가해 한 장을 더 추가하게 됐고, 이날 하루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고독한 먹기행

많은 것을 담아내서 그런지 먹는 내내 온갖 많은 표현과 맛, 식감들이 머리에서 충돌하는 음식.

뱉어 낼 남아있는 말이 없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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