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6) -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평양면옥'
'예술의전당'을 목적지로 향하던 중 예기치 못한 착오로 인해 경로를 바꿨다. 겸해 인근에서 점심도 해결할 요량이었는데, 월드컵 대교를 타지 않고 고속도로로 우회해 목적지로 삼은 곳은 의정부. 며칠 전부터 평양냉면이 뜨문뜨문 생각난다는 연인이었기에 즉시 경로 변경. '필동면옥', '을지면옥'과 부녀지간 사이이자, 본산(本山)의 격이기도 한 곳인데.
바로 오늘 소개할 곳이다. 의정부에 위치한 '의정부 평양면옥'이다.
※ 의정부 '평양면옥'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11:00 ~ 20:20 (라스트오더 19:50) / 매주 일요일, 매월 공휴일 정기휴무
- 주차는 가게 바로 앞 7대 정도, 그리고 가게 앞 큼직한 전용 주차장에 가능 (주차직원 분이 계시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실내에 위치 (남녀 구분)
- 평양냉면 문파 중 본좌와 같은 곳 (필동면옥과 을지면옥 맛의 발상지이다.)
- 때문에 고춧가루, 파가 얹어진 평양냉면 스타일 및 돼지고기 제육(수육)과 양념장 스타일마저 흡사하다.
- 필동과는 다르게 돼지고기 수육 반 접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곳의 메리트
얼마 전 장충동의 본좌를 접견하였으니, 머릿속에서 대결의 전류가 흐르는구나. 평양냉면에서만 매번 무협지의 정파, 사파와 같은 대결 구도를 마련해 두는 필자다. 위치만 다르지 상호가 같기 때문인데, 장충동을 찾았던 날은 유독 흐렸는데, 오늘은 날씨가 참으로 쾌청하구나!
본좌께서는 안녕하신가? '필동면옥'을 통해 평양냉면의 길에 입문한 필자기에 예를 차리고 입장해 본다. 상당히 넓다. 2인의 테이블도 많은 편인데, 평일 수도권 인근이어서인지 빈자리도 상당히 많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춥구나. 호기롭게 입장하였으나 다소 냉한 실내에 움츠려든 필자다.
'의정부 평양면옥'의 메뉴판이다. 필동에서 언제나 시키듯, 물냉면 2그릇과 돼지고기수육(필동의 제육 격) 반 접시를 주문. 필동에선 절반이 불가한데 반 접시가 가능한 것이 이곳의 큰 이점이다.
면수와 함께 고춧가루 식초 등이 보이고.
기본 찬과 함께 등장한 양념장. 의정부 문파의 집에서 늘상 만날 수 있는 수육 전용 양념장이다. 작은 종지 대비 기여도가 상당한 녀석. 필동면옥의 것보다는 상당히 된 편이다. 스타필드 고양 점에서 반가운 '의정부 평양면옥'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가 후회를 했는데, 역시 본점. 양념부터가 다르다.
등장한 돼지고기 수육 반 접시. 필동보다는 수분이 보다 많고 따끈하니 촉촉하게 나오는 편이다. 식감에서는 차이가 큰데 맛은 흡사하다. 보다 정갈한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보다 막돼먹은 듯한 필동의 제육이 좋다. 그래도 반이 가능한 점은 또 좋으니, 참으로 우유부단한 필자다.
부드럽게 녹아들어오는 돼지 비계와 살코기의 맛. 필자 개인적으로 의정부 문파에선 무조건 냉면과 수육(제육)의 조합을 추천하고 싶다. 만두가 좋은 장충동과는 또 대립각이 서는구나.
그리고 등장한 '의정부 평양면옥'의 평양냉면. 보이는 것으로는 상당히 흡사하다. 그나마 차이라면 '필동면옥' 경우 채 썬 고추가 한두 개 정도 들어가 있다. 파와 함께 얹어진 고춧가루. 수육 고명과 함께 삶은 계란이 들어가 있다. 아직 평양냉면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시큼한 육수의 냉면을 연상하기 마련이니, 냉면에 고춧가루가 웬 말이냐? 할 수 있으나, 사실상 육수는 깊고 차가운 고깃국의 맛과도 같다. 때문에 고춧가루와 파가 어울린다 볼 수 있겠다.
'필동면옥'보다 이곳은 첫 입에 머금고 느끼는 육수의 맛이 상당히 진한데, 국물로만 봤을 땐 필자 개인적으로는 '의정부 평양면옥'이다. '태평소국밥'의 소고기국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육수와 동치미 국물의 비율이 적절하게 배합된 듯한 깔끔하고 퓨어한 장충동과는 또 다른 맛. 고기의 맛이 지배적인 그런 소의 향이 나는 듯한 육수다.
면도 냉면스럽지 않게 잘 끊어지고 먹기 좋은 편의 면. 메밀향이 강하게 나진 않는 편의 얇은 면인데, 육수가 딸려 올라와 후룩후룩 찹찹하고 들어가는 기분이 좋다. 진하고 그윽한 평양냉면.
다소 냉기가 도는 실내였으나 잘도 들어가는구나. 국물 한 톨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비워내 버렸다. 필자 개인의 취향에 가장 부합하는 냉면, 그리고 돼지고기 수육까지.
장충동에 이어 깊이 있는 맛의 내공을 접견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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