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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빵, 빵물관이라 해도 될 빵집, '태극당'

고독한 먹기행 (18) - 중구 장충동의 '태극당'

by 고독한 먹기행

언제인가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 브랜드는 기회가 된다면 본점은 의무적으로라도 꼭 들러보자.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단순히 빵을 산다라는 행위 이상의 살필 것들이 상당하기 때문인데. 현재진행형으로 역사를 쌓고 있는 중이며, 분점들이 늘어나며 확장되어 가는 브랜딩 때문인지, 빵집 방문 이상으로 박물관을 견학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사진은 '태극당 서울역점'의 생크림빵. 생크림빵의 모양새는 본점보다 서울역점이 더 보기 좋았기에 첨부한다.

그래서 찾은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 빵집, 장충동에 위치한 '태극당'이다.



※ '태극당'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08:00 ~ 21:00 / 설날 당일은 휴무 예정

- 주차는 불가하다. (인근 공영, 민영주차장 이용을 권장)

- 대중교통 이용 시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

- 어느 정도 구분된 베이커리 공간과 카페 공간을 함께 운영 중 (매장 내 취식도 가능)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흡사 박물관에 온 기분도 들고, 앤티크한 내부 분위기로 눈 요깃거리도 쏠쏠하다. (사진 참고)

- 개성적인 빵보단 그 시절의 빵, 그 시절의 케익, 정통, 추억의 빵들을 추구하는 스타일.

- 내부의 디자인과 글씨체도 시절을 극대화한 느낌이 있다.

- 빵들이 생각보다 큰 편이고 가격대도 있는 편이다.



이것이 빵집이라니, 규모가 으리으리해 '빵물관'이라 해도 되겠다. 하얀색 외관의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분점의 빵들을 마찬가지로 팔고 있겠지, 별 게 있겠어? 했으나.



찾아가 보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태극당 본점'의 내부. 흥미롭다. 낮에 '미스터션샤인' 재방을 우연히 보고 왔는데, OST의 비올라 소리가 머리에서 춤추는구나. 굉장히 앤티크하다.



대표 메뉴들부터 살펴보자. 참, 대표빵들이 다 추억의 빵들이다. 꾸밈이 없어 좋다. 이렇게도 독보적인 브랜드가 되는구나. 단팥빵, 카스테라, 월병, 버터빵, 롤케익 등. 표기가 독특한 것이 어찌 말하면 일제의 잔재겠으나, 그 시절엔 당연하게 전해오고 불려왔을 일본식 표기들을 그대로 메뉴로 쓰고 있다. (로루, 사라다, 고방) 시대를 나타내기 위함일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옛날미가 더욱 가미된다.



샹들리에가 한껏 분위기를 내 멋스럽구나. 내부는 굵직한 기둥부터 각 잡힌 천장, 브라운톤을 비추는 샹들리에까지 더해져 근대사를 그대로 찍어낸 듯한 모습. 빵집에서 이런 기운을 느낀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방문하길 잘했구나 싶다.



목장도 있는 것인가? 했는데, 오래전이고 지금은 아닌가 보다. 현재는 저 '농축원'의 이름을 따와 별도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듯하다. 내부의 한켠에는 사진과 같이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카페 공간이 큼직하게 나타난다. 분위기가 참, 고풍스럽다. 턱시도를 입고 워킹을 해도 위화감이 없을 내부다. 가배 한 잔을 할까 했지만.



그래도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자. 먼저 이곳의 대표격들은 찾아줘야 하는데. 모나카아이스크림과 함께 유명한 야채사라다빵. 전반적으로 가격이 있는 편인데, 그만큼 빵들이 굉장히 묵직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2시간 이내 취식이라니 슬프다, 다음 예정지도 있었기에 늦게 취식 예정이었으니 이 녀석은 아쉽게 패스했다.



달달한 빵 중 제일 잘 먹는 크림빵. 생크림빵을 몇 개 주워 담고. (마찬가지로 상당히 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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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더 고르기 위해 둘러보는데, 웃음이 나오는 반가운 빵들이 보인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글씨체들 같은데, 큼직한 것과 예스러운 포장지가 매력적이구나. 시-본케익. 이것도 그 시절의 표기 같은데, 쉬폰 케익. (시폰 케이크, 일본어 반탁음 포ポ를 보로 발음했었나 보다. -는 늘어지는 장음을 표기한 것 같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자주 접하던 추억의 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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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월병도 담는다. 강낭콩 앙금의 호두과자를 좋아했어서 좋아한다. 포장지의 태극당 로고가 월병과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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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모나카아이스크림과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독특한 액자 내 문구. 납세는 국력. 자동차세를 납부해야 하는구나. 나갈 곳이 많아 급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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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쪽에 진열된 과자도 시절을 담은 모습. 초등학교 선생님께 칭찬받으며 한 개씩 얻었던 과자. 오래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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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점 견학 중 마무리로 경악스러웠던 케익. 색상이 참, 다양하고 화려한 것이 늘어난 요즘이어서인지 더욱 돋보이는 각종 케익류. 자세히 보면 데코로 올라간 딸기는 딸기가 아니라 젤리인 듯싶은데, 정말 흔치 않은 케익일 것이다. 태극당에서는 이질감이 없다. 참, 이렇게 브랜드가 되는구나. 또 한 번 새삼 놀라는 필자다.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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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태극당 서울역점'에서 구매했던 로루케익. 대표 메뉴 중 하나인데 롤케익은 빵 중 유통기한도 그나마 긴 편이고 선물해가기 참 좋다.



'성심당'이 대전역에 있듯 '태극당'도 이젠 서울역 1층에 분점이 자리 잡고 있으니, 기차로 고향을 방문하는 이들이 참고하면 좋겠다.



요새 보기 힘든 금붕어 어항으로 본점의 글은 슬슬 마무리.


여튼 오길 잘했다. 빵 구매 이상으로 둘러보는 가치가 있었다. 돌아와 맛보는 크림빵은 일반 빵집보다 센 가격만큼이나 묵직한 크림빵. 동네 빵집 크림빵을 한 4개 합쳐놓은 듯한 맛이다. 필자는 좋아하는 빵이기에 맛있게 즐겼으나, 입맛이 다양해진 요즘 세대에겐 맞진 않을 수도 있겠다. 그보다도 추억을 먹는 느낌이 강하다.



'태극당 서울역점'의 모습

분점들을 방문해 본 이들이라도 장충동의 '본점'은 시대의 분위기를 느끼러 오기 좋을 것이다. 동대문 DDP에서 도보로 이동하기에도 좋아 나들이 코스 중 한곳으로 잡아도 좋고 말이다. 이제 다음은 기회가 된다면 '이성당'인가?



고독한 먹기행

역사를 그대로 품은 빵집은 또 처음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내부도 내부지만, 빵들 하나하나가 역사를 품고 있었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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