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2) -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능라도본점'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된 이후부터 기회가 된다면 찾는 주요 거점의 평양냉면집들. 뒤돌아 보니 아직 부족하지만 꽤나 많은 곳들을 찾아 방문한 것 같다. 시초가 되는 곳부터 나름 2, 3세대라 불리는 곳들을 찾아 맛보는 먹기행 중이었는데. 그중 본점을 분당이라는 먼 위치로 인해 방문을 염두에만 두고 있던 곳이다.
대동강에 있다는 섬만큼이나 분당구의 도심 속 한적한 곳에 큼직하고 세련된 건물에 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 '능라도'를 처음으로 방문해 봤다. 이전의 평양냉면집들은 1세대의 유지나 맛을 따르는 집들이 많았기에, 특정 집들을 제외하면 독보적인 스타일의 냉면 맛을 구축한 곳은 드물었는데. 이곳은 꽤나 탄탄한 나름의 방법으로 독자적인 냉면 맛을 구축한 집 같더라. 만나보도록 하자.
※ '능라도본점'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 (라스트오더 20:40)
- 주차 가능 (발렛 주차로 2,000원 비용 소요)
*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하니 발렛이 무색할 정도로 인근의 공간도 여유로워 보였고, 주차장도 텅 비어있었으니. 비용이 아까운 부분이 있긴 하다. 때에 따라서 가능하다면 인근을 활용해 주차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 1층은 계산대, 2층이 식당으로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반 외부로 건물 화장실 (남녀 구분)
- 냉면도 냉면이지만 평양냉면과 함께 즐기는 거의 모든 메뉴를 서비스 중. (어복쟁반, 불고기, 녹두전, 만두, 순대, 제육, 식해 등)
- 냉면 노포집에서 대중적으로 즐기는 음식들의 집성체라 해도 되겠다. (다만, 눈에 띄게 유명한 것은 없어 보여 약점일 수도.)
- 주말을 기준, 직원분들의 서비스는 조금 아쉽다. 산만한 느낌. 호흡이 안 맞는 느낌도 다소 들었는데, 11시 개시이나 개시와 함께 준비 중인 느낌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 또한 길 수밖에 없었다.
- 냉면은 독특한 스타일. 나름의 스타일을 잘 구축했다는 판단이다. 소고기뭇국의 향이 진하게 나는 육향 가득 냉면 육수, 더불어 식감이 독특했던 면발. '을밀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오돌오돌한 감촉이 느껴지는 면이다. 다만 을밀대는 거칠다면 이곳은 꽤나 부드러운 느낌.
- 체인이 정말 많은 집인데, 맛으로 보면 왜 두루두루 인기가 있는 집인지 이해가 된다.
도착한 능라도. 무엇보다 날씨가 참 좋다. 점심으로 평양냉면을 즐기기 좋은 날씨. 1층엔 대기를 위한 벤치도 보이는데, 주차는 사진으로 보이는 공간이 주차장은 아니고,
건물 앞으로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발렛 직원분들이 마중을 나와 주차를 도와주신다.
그렇게 입장. 1층은 계산대가 위치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지금까지의 평양냉면집과는 다르게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된 내부.
독특하다. 사장님이 메이저리그의 광팬이신 건가? 조금 느닷없지만 계단엔 '칼 립켄 주니어'의 친필 사인이 걸려있더라. 진본이란다.
그렇게 개시와 함께 들어온 홀의 모습인데. 참 분위기가 시원하니 좋더라. 창문도 커서 그런지 채광도 좋다. 근사한 레스토랑의 내부 느낌도 나는데. 규모야 그렇다 쳐도 이런 깔끔한 분위기의 탁 트인 냉면집은 처음 아닌가?
주말 가족 단위로 오기 참 좋겠다. 그런 느낌의 내부다.
오늘은 저 바깥 봄 풍경을 반찬 삼아 평양냉면을 맛볼 예정.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아 앉고.
그렇게 먼저 주문. 메뉴판을 살펴보자. 둔탁하면서 독특한 문양의 메뉴판 표지도 한 번 찍어봤다. 이후 넘기는데, 음. 이거 평양냉면과 함께 즐겨먹는 음식들의 집대성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대개 냉면집마다 냉면 외 주력으로 삼는 메뉴들이 있는데, 이곳은 거의 모든 메뉴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마치 모든 집들에서 제공 중인 평양냉면 외 주력 또는 사이드 메뉴를 모두 모아놓은 듯한 구성. 필자의 경우 점심이기에 평양냉면과 함께 접시만두 반으로 주문.
주문과 함께 만두장을 제조.
간장, 고춧가루, 식초. 거기에 연겨자장을 더해 톡 쏘는 만두 소스 완성이다.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을 대기. 서비스는 조금 산만한 면이 아쉽더라. 탁탁 체계적이지 못한 느낌. 11시가 개시 시간인데,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듯한 느낌도 들었다. 때문에 오픈을 기다리다 입장한 이들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듯. 기본 찬 정도는 미리 테이블에 세팅해 두어도 무방할 듯싶구나.
더해 테이블마다 세팅 중 굴곡진 바닥의 타일 탓인지 음식 카트 이동 소리도 상당히 요란스러운 점이 있었는데, 이 부분도 개선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주문한 만두와 함께 기본 찬이 함께 등장했다.
찬은 백김치와 무절임.
접시만두 반인데, 알은 상당히 크다. 당연히 속 또한 꽉 찬 모양새.
이어 기다리던 '능라도'의 평양냉면 등장. 오랜만에 보는 계란 지단 고명이다.
지체 없이 시원한 국물부터 한 모금. 음, 진한 소고기 육향. 좋구나. 필자의 경우 익숙한 소고기뭇국의 맛과 향이 쫘악 올라왔는데, 흔한 육향 진한 평양냉면임에도 '뭇국'과 같은 시원한 향도 돈다는 점에서 미세한 차이가 느껴졌다. 평양냉면 입문자들에게도 난이도가 높지 않을 맛, 더해 대중적인 맛일 수도 있겠구나.
고명은 보이는 것과 함께, 역시 한우를 다루는 집이어서 그런지 소고기 편육이 올라가 있다. 양지, 사태살인 듯한데, '봉피양'만큼이나 인상적인 고기 고명.
주문 후 초반엔 아쉬운 느낌이 있었는데, 그 흐름을 깨버리는 냉면. 흡족스럽다. 더해 만족스러운 발견. 후발주자임에도 급속도로 늘어가는 체인점. 이유가 있구나. 꽤나 탄탄하다. 유사한 듯하면서도 능라도만의 스타일을 잘 구축해, 독립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는 듯한 곳. 큰 뿌리인 '장충동 평양면옥', '의정부평양면옥', '우래옥', '을밀대'. 등. 원류 또는 그 유지를 이은 집들과는 다르게, 분당에서 나름 별개적인 독자 노선을 구축 중인 느낌도 받는다.
이런 집은 냉면 투어 중 만나게 되면 참 반갑지, 반가워.
만두는 무난한 평양식 만두. 속은 상당히 꽉 찼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점은 바로 메밀 면발. 보이는가? 표면에 하얀 돌기들. 가루 같은 녀석들이 면에 포함되어 있는데, 때문인지 독특한 식감을 자아낸다. 오돌오돌한 것이 '을밀대'의 면과 비슷한 식감을 주기도 하는데, 그곳이 조금 거칠다면 이곳은 좀 더 부드럽다. 메밀 도정 과정 중 부드럽게, 조금은 거칠게 가는 나름의 단계를 주는 걸까? 궁금하구나.
저 면의 알알이 박힌 듯한 녀석들로 인해 먹다 보면 냉면 육수는 꽤나 탁해진다. 진정 육향과 메밀향의 조화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완냉으로 식사는 마무리. 꽤나 좋은 발견이다.
미세한 맛으로도 큰 차이가 나고, 맛을 내기 위한 무수한 과정을 거치기에, 어쩔 수 없이 평양냉면 분점은 본점과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때문에 평양냉면은 가급적 분점 아닌 본점 방문을 추구하는 필자다. 본점에 갈 때까지 분점 방문을 미루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분당의 한 곳에 우뚝 자리 잡은 평양냉면집. 평양팔경 중 하나인 대동강의 섬 능라도만큼이나 멋스러운 식당 내부와 독자적인 스타일의 맛.
고독한 먹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