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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계의 안티히어로이자 베놈(Venom), '복춘식당'

고독한 먹기행 (22) - 전남 여수시 교동의 '복춘식당'

by 고독한 먹기행

여수 여행 중 이 집을 방문한 뒤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정말 이 집 글을 쓰기 편하겠구나. 정말 흥미로운 소재의 집이다.'라는 생각. 그만큼 한 끼 식사지만 여러 가지를 직접 보고 경험했으며, 느낀 점들이 있었던 집인데. 본래 인기에 더해 성시경 씨의 SNS에도 소개가 되어 급 관심이 쏠린 집 같더라. 필자의 후기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지 모르겠으나, 어디 한 번 살펴보자.


'아귀탕' 및 '장어탕'으로 이 구역에서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집. '복춘식당'에 대한 이야기다.



※ '복춘식당'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09:00 ~ 20:30 / 매달 1, 3번째 월요일 정기휴무

* 그 외에도 내부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휴무일이 생기기도 하니, '네이버 지도'의 업체 정보를 참고.

- 주차는 불가하다. (가게 앞으로 대놓은 차도 있으나 골목이 비좁고 갓길 주차가 많다. 가게 인근 공영주차장을 권장)

- 테이블식 구조 (룸식으로 된 공간도 있으나 개방해 운영 중)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아귀탕, 장어탕, 아귀찜 등을 메인으로 운영 중이며, 여수의 대표 음식 서대회무침과 금풍생이도 다루고 있다.

- 우선 응대 및 주문 접수 등. 서비스적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때문에 회전율이 굉장히 낮으며, 조금은 의아한 주문 접수 체계.

- 더불어 음식의 순번이 다소 뒤죽박죽 나오기도 하며, 대기 시간이 너무 길더라. (상세한 내용 참고)

- 손님이 많다기보단 들어와 대기하는 손님이 차곡차곡 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하지만, 부정할 수 없이 정말 맛있다. 여수에서 만난 음식 중 손에 꼽을 집. 전반적으로 느끼기에 맛있어서 화가 난 집.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다. 뭐랄까 주방의 공력으로 손님을 불러 모으고 있는 집이다.

- 이 정도의 맛으로 이 가격이면 충분히 가성비집이라고도 할만하겠다.

- 필자는 이 집을 나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흡사 맛집 계의 '안티히어로'라고 말이다.



웨이팅 없이 입장한 '복춘식당'. 필자의 경우 이른 점심으로 방문했다. 며칠을 머무르며 저녁에 이곳을 지나치니 한창의 시간엔 웨이팅도 발생하는 듯하더라. 다만, 이 집을 갔다 온 시점에서 생각해 보면 웨이팅은 어떻게 소화하는지 좀 의문은 의문이다.



그렇게 착석 후 메뉴판. 인상 깊은 점이라면 술의 종류가 참 많다. 필자의 경우 아귀탕과 장어탕을 하나씩 주문하려는데, 이거 주문을 하기부터가 난관이었다. 주문을 받으러 오시질 않는다. 여직원분이 오셔서 받아주시나 했는데, 보니 주문은 꼭 남자사장님만이 받아주는 시스템인 듯. 뭔가 이 아리송한 주문 접수 체계 탓에 주문이 꼬이는 일도 발생하는 듯하고, 손님이 온 순서대로 응대나 정리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허나 주방을 제외한 홀의 직원분들은 모두 여유로워 보여 이 또한 답답할 노릇이더라.)


조금 고집스럽다고 해도 될 이 의아한 분업 시스템 탓에 막 들어온 손님, 자리에 앉은 손님, 음식은 언제 나오나 기다리는 손님, 각개 전투 중인 직원분들. 박자들이 모두 더해져 약 8명 정도가 동시에 어리둥절한 상태로 있는 것도 목격한 필자다. 더욱이 기다리다 순서가 잘못되었는지 분노를 표출하는 손님들도 보였는데.


농담이 아니라 보고 있는 필자도 조마조마했을 정도다.



자, 그렇게 어렵게 주문 후 기다리며 내부를 잊지 않고 살피는데. 꽤나 오랜 기간 유명 인사들이 거쳐간 집인 듯하더라. 쟁쟁한 인사들의 사인이 보인다.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건, 필요에 따라 프라이빗 룸으로 활용하는 듯한 공간의 이름들. 당시 들릴 예정이었던 '향일암', 전날 들렀던 '오동도'. 참 여수스러운 방의 이름이다. 이곳은 별도 예약이 없을 경우 개방해 놓고 홀과 마찬가지로 손님을 받고 있는 듯하더라.



그렇게 기본 찬이 등장했다. 찬이 등장하기까지도 꽤나 텀이 있었는데, 이거 참을성 느긋한 충청도인인 필자인데도 인내심을 자극할 정도. 뭐랄까 당장 급한 곳을 순차적으로 응대하면 되는데, 홀의 손은 모두 다른 곳을 고집스럽게 향하고 있는 느낌.


우선은 나왔으니 살펴보자. 콩나물, 콩자반, 미역무침이 나왔고. (특이한 점으로 여수의 미역무침, 감태무침은 예상했던 초무침이 아닌 밍숭맹숭한 간의 맛이더라. 신기한 포인트였다.)



갓김치, 어묵볶음, 멸치볶음. 더해 물갓김치라 해야 할지, 독특한 김치도 한 종류가 더 있다. 밑반찬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편.



'복춘식당'의 장어탕. 부드러운 장어와 부추, 숙주, 양파, 고사리 등으로 걸쭉하게 끓여 낸 탕. 보양식이다.

이후 대기. 메인 음식이 등장하기까지 대략 30분 정도 소요.

중간에 다른 테이블의 주문 오류도 보였고, 앞서 기술한 순서 관련 컴플레인. 불행히도 이는 필자에게도 해당되었는데, 필자보다 늦게 들어온 이들에게 먼저 메뉴가 나갔다. 허나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를 했으니.


필자는 2인 기준으로 각기 다른 탕 메뉴를 주문했고, 주방을 슥 보니 여러 인수의 몫을 솥에 한 번에 끓여내 소분해 담아내는 모양. 완성된 아귀탕부터 담아주는 대로 나가다 보니, 주문 순서를 고려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다. 동일한 탕 메뉴를 통일 주문한 이들부터 나간 듯하더라. (그래도 개선이나 작은 설명과 같은 장치 마련은 필요해 보인다. 기다리는 시간도 있어 누구는 용납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간 드디어 주문한 메인 음식들이 나왔으니 맛을 보자. 필자의 경우 장어탕을 맛보기로 했으니, 녀석부터 국물을 한입. 하는데, 허.



상당히 맛있다. 서비스는 서비스고, 맛은 맛이다. 부정할 수 없는 맛있는 맛이다. 지금까지의 인내를 녹여내는 듯한 맛. 서비스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정말 맛있으니 이거 화가 나다 못해 웃음기 섞인 짜증이 날 지경.


참으로 난해하더라. 걸쭉함과 동시에 산초가 많이 들어갔는지 얼큰함이 상당한데. 손맛이 상당하다 해야 할지. 깊이 있게 시원하고도 얼큰한 맛이 제대로 된 보양식을 섭취하는 기분.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어느 정도냐면 정말 맛있어, 여수에 온다면 이 맛을 또 느끼고 싶을 정도다. 여수에서 먹어본 음식 중에선 제일 강렬하다. 아마 지인들에게도 추천할 듯싶은데, 다만. 앞서 기술한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하니 이것 참 딜레마구나.


그래서 정의했다. 이건 맛집 계의 안티히어로라고. 숙소에서 저녁에 감상한 '베놈'과도 같은. 그런 혼란스러운 맛집.



푹 고아 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아귀 간을 넣어 함께 끓였을 때만 나오는 아귀탕 특유의 국물의 모습. 더불어 맛은 녹진한 맛이 올라온다.

연인이 주문한 아귀탕은 어떠할까? 장어탕처럼 걸쭉하진 않지만 얼큰 스타일로 나온 아귀탕인데. 역시나. 녀석도 맛의 공력이 상당하다. 포항의 '양포생아구'와 견주어도 이 작은 한 그릇이 밀리질 않는구나. 더군다나 싱싱했던 '양포생아구'의 간의 맛을 단 한 그릇을 통해 느낄 수가 있어 참 좋았다.



따로 무얼 하는지 모르겠으나 아귀의 맛도 부드러우면서 탱글탱글하게 살아있고 말이다. 그래도 필자의 마음에 비수를 꼽은 것은 아귀탕 아닌 장어탕.



이것 참. 잘 끓인 장어탕. 추어탕은 상대도 되질 않는구나. 정말 맛있게 먹으면 맺히는 인중의 땀. 강원도 '남매식당'의 홍합밥 이후로 오래간만에 느끼는 현기증과 열기. 이후 사진은 많이 남기질 못했다.


그릇에 얼굴을 파묻듯 식사를 했으니 말이다.



갑자기 지원을 나오신 듯 다른 직원분이 추가로 등장해 서빙과 계산을 도와주시는데, 그나마 조금 나아진 듯한 모습.



그렇게 계산 후 나오는데, 정말 맛있게 먹은 것인지, 이후 예정인 집들에 대한 기대와 식욕, 당일 하루의 밥 욕심이 싹 달아났다. 정말 어렵구나. 어려워.


주방에 계신 할머니일지, 아주머니의 공력인 걸까? 그렇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고, 납득했다. 이런 역경을 속에서도 인기 가도를 유지 중인 집이니 말이다. 주방에서 손님을 끌어모으고 있나 보다. 원활하고 체계적인 서비스는 좀 보완을 하신다면, 더욱 번창하지 않을까 싶구나.

달리 표현할 말이 없고, 재차 말하지만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맛집 계의 안티히어로. 맛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여수 '복춘식당'에 대한 이야기였다.




고독한 먹기행

맛에 처음으로 굴복 당한 하루였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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