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컬의 량피와 소롱포, '린궁즈멘관(林公子面馆)'
고독한 먹기행 (25) - 영등포구 대림동의 '린궁즈멘관'
가보지 않은 시장이나 동네를 방문하는 날이면, 그날은 이른 아침부터 설레더라. 평소 걸어 다니며 처음 보는 것들을 눈에 담고 맛보는 즐기는 필자이기 때문인데. 가깝든 멀든 처음 발을 딛는 곳이라면 그 또한 일종의 무박 여행. 더욱 긍정의 기운을 담는다면 일상의 하루하루가 여행이 되는 셈이니 나날이 즐겁지 않을 수 없겠다.
'린궁즈멘관'의 애화량피. 매콤간장양념 냉국수라 해도 될 듯한데, 중국식 비빔냉면이다.오늘 필자가 소개할 동네, 음식들이 그런데, 처음 가보는 동네와 처음 맛보는 음식.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대림동 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에 위치한 중국 국숫집, '린궁즈멘관'을 만나보도록 하자.
※ '린궁즈멘관'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09:00 ~ 21:00
- 주차는 가능하지만 추천하진 않는다. (시장이지만 바로 근처에 '대림중앙시장공영주차장' 건물이 위치. 다만 진입까지 매우 혼잡)
- 테이블식 구조 (테이블 및 카운터석이 혼재된 구조인데, 공간은 좁은 편이다.)
- 화장실은 외부에 위치로 추정 (가보진 않았다.)
- 필자의 경우 애화량피(시원한 중국식 비빔냉면), 린궁즈쏘롱보우(샤오룽바오, 소롱포)로 주문.
- 바로 앞의 '애화량피점'과 같은 곳인가 보다. 때문에 량피도 '애화량피'인 듯하다.
- 흔히 아는 육즙 가득한 샤오룽바오가 아닌 빠오즈 같은 찐빵 만두.
처음 방문해 본 '대림중앙시장'. 워낙 귀동냥으로 듣기만 해 어떨까 싶었는데, 시장이라 그런가? 뭐랄까 인천의 차이나타운보다 이국적인 색채가 진한 것이, 이것 참 비교가 되질 않는구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인데 골목을 들어오자 한국 아닌 중국에 들어온 느낌. 중국말과 영화에서나 보던 말투들이 사방에서 귀를 건드리는데, 참 서울이 이래서 좋다. 온갖 시장이며 골목이며 심도 있는 차이나타운까지. 작은 지방의 도시에서는 겪을 수 없는 도심 속 곳곳. 여하튼 꽤나 으악스러운 식재료도 몇 번 마주한 필자다. 때문인지 눈에 담기에도 바빠, 시장의 음식들은 사진으로 담지도 못했다.
그렇게 시장 골목을 살피다 요기를 위해 찾은 곳. 바로 오늘 소개할 음식점인 '린궁즈멘관(林公子面馆)'이다. 처음 들으면 상호조차 생소할 수 있는데, 직역하자면 임공자면관, 임가네 국숫집 되겠다.
역시나 시장 골목의 중심부답게 진한 중국 로컬의 향기가 가득한 식당. 매대에는 찌고 있는 샤오룽바오 판들도 보이고, 반찬류도 판매 중인 듯하다. 어디 한 번 들어가 보자.
생소하다 못해 처음 듣는 음식들. 머릿속이 어질어질 해지는구나. 면류와 만두들이 보이는데, 살펴봐도 쉽게 감이 잡히질 않는다. 낯선 외지에 홀로 여행을 온 기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해 받은 메뉴판을 통해 점 찍어두었던 메뉴들을 살폈다.
오기 전에 미리 봐두었었고 염두에 두었던 것이 중국식 비빔냉면, 국수 격인 량피(凉皮)다. 더불어 이 집에서 자주 거론되는 듯한 대중적으로 익숙한 만두, 흔히 소룡포(올바른 표기는 소롱포라고 한다.)로 불리는 샤오룽바오. 안정감 있게 주문했다. 메뉴 중 촨썅(川香)량면, 사천 향, 사천식 비빔면도 꽤나 끌렸으나 난이도가 높고, 만두까지 꽤나 무거울 듯해, 녀석은 나중을 기약. 가볍게 량피로 가보는 필자다.
자 기다리며 내부를 둘러보자. 상당히 좁은 편이다. 벽을 마주한 카운터석과 4개의 테이블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살피는데 비빔냉면이라 그런가? 금세 등장한 녀석은 애화량피다. 녀석. 텔레비전으로 어떤 맛일지 입맛만 다시던 녀석인데, 이렇게 마주하게 되었구나. 역시나 그 구성이 단출한데 넓적한 면, 오이, 숙주, 고수, 멘진(스펀지같이 생겼는데 맛은 묵직한 유부 같기도 하다. 찐 밀가루 반죽의 일종.) 담긴 모양새는 '비빔당면'과도 흡사한 것이 그만큼 뚝딱 만들어진 모양새다.
'린궁즈멘관'의 애화량피.
정확진 않은데 바로 가게 앞에 포장용 량피를 파는 집이 있더라. 음? 값도 동일한 것이 바로 맞은편에 떡하니 경쟁업체가 있어도 상관없는 것인가? 했는데, 후에 보니 같은 집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게의 이름 또한 '애화량피점(愛花凉皮店)'. 아, 그런 것이었구나.
량피를 탐색하던 중 등장한 샤오룽바오. 10개가 맛깔나게 담겨 나왔다. 음. 그런데 익숙한 샤오룽바오와는 다른 스타일. 시장 곳곳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찐빵 같은 빠오즈 만두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작은 찐빵스럽다.
그렇게 등장한 녀석들 한상이다.
밑반찬(자차이, 콩나물) 및 각종 양념장은 셀프인 점도 참고. 접시에 덜어 담아오면 되는데, 필자의 경우 메인 음식도 생소해 생략했다.
자, 이제 량피부터 슥슥 비벼 본격적으로 가벼운 요기 식사 시작. 음, 꽤나 예상했던 맛이다. 샐러드와 같은 느낌도 들고. 냉면답게 시원한 맛. 저 넓적하고 냉랭한 피의 식감은 퍼진다기보단 뚝뚝한 스타일로 꽤나 씹어줘야 하는 식감이다. 짭짤하고 매콤한 장맛 더해져 느껴지는 매콤한 비빔국수. 이거 단출한 듯하면서도 꽤나 강렬하구나.
고수가 함께 들어가는 점만 제외한다면 매콤한 맛의 장 때문에, 맛을 본다면 그렇게 생소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 같다. 익숙한 느낌마저 드는데 냉간장국수라고 해야 할까? 이거 개인적인 입맛으로는 또 생각날 것 같은 느낌이다.
샤오룽바오, 이 녀석은 어떨까? 음. 확실히 찐빵스러운 만두다. 확실히 숟가락에 육즙 담아 음미하는 그런 샤오룽바오는 아닌데, 육즙은 만두피에 다 스며들었나 보다. 표현할 길이 딱 이 정도. 만두의 소는 꽤나 아쉽구나. 굉장히 비중이 적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고기소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향과 맛. 흔히 화상집의 만두에서 느낄 법한 특유의 향신료 향인데, 필자가 만나본 맛들 중 흡사한 맛이 있었으니, 숙대입구역에 위치한 '구복만두'의 고기만두. 확 뇌리를 스치고 지나칠 만큼 같은 결의 맛이니 참고하면 좋겠다.
만두는 고추기름, 간장 등 셀프대에 구비된 각종 양념들을 첨가해 장을 제조해 먹으면 되는데, 확실히 찐빵스러운, 빠오즈스러운 폭신한 만두를 장에 찍어 먹으니 좀 어색하면서도 다른 음식이라는 독특한 느낌이 들더라.
여하튼 새로운 도전과 발견, 기분 좋은 경험. 그렇게 시장 투어와 함께 로컬 향이 느껴지는 중식 투어도, 완료다.
참, 아직 배워야 할 길이 많구나. 어린 시절 중국 무협 영화를 보고 객잔의 만두와 각종 중식들이 얼마나 맛있을까, 입맛만 다시던 게 새록새록 한데, 이렇게 직접 마주하면 살짝 위축이 되어버린다. 장벽이 아직 높지만 여하튼 간 새로운 발견, 량피.
음식 하나 기억에 남기고 떠나는 필자다. 당일치기 여행의 기분. 참 좋다.
